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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SYEON Jun 22. 2024

014. 운현궁의 봄 - 김동인

14. 일제강점기에 출판된 책



고요히 고개를 드는 날

- 014. 일제강점기에 출판된 책





신분제라는 게 명시적으로는 없어진 지금에도 사람들은 본관을 종종 묻는다.


흔하디흔한 김해 김씨 성을 가진 나는 누군가 앞에서 특별한 공동체적 의식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외국에 나와 살면서 킴을 만나면 괜히 반갑다. 나도 모르게 정다운 가문제 삶에 길들여진 것이다. 한국 사회는 아직까진 가족 중심적 사고가 팽배하다. 연예인 누구네 가족이 어땠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해당 인물이 직접 한 일이 아니어도 파급력을 갖는다. 신분의 상승도, 하강도 뜻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열네 번째 소설 <운현궁의 봄>은 익히 알려진 인물인 흥선대원군이 한 가문의 가장에서 대원군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타고난 건 왕족이라는 신분, 그마저도 직계가 아니라 그 효력도 약하디 약한 흥선은 살아오면서 많은 돈을 벌어 오지도 그만큼 근면 성실하지도 못한 인물이었다. 무시당하기 일수에 앞 길도 막막했던 그가 자신의 둘째 아들을 나라님, 고종으로 즉위시키게 되면서 그를 둘러싼 만물이 변화한다. 책 안에선 그 어떤 것도 화려하거나 유난스럽진 않지만 고요히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모두가 알 수 있게 한다. 



왜 김동인 작가는 흥선대원군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김동인 작가는 <약한 자의 슬픔>, <배따라기> 등의 대표작이 있었지만 이 소설을 집필할 당시에는 자신이 큰 금액을 투자했던 간척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고 아내가 자식과 함께 가출해버리는 연쇄적 상실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친일 가문의 자손으로 호사를 누리며 살고 있었지만 문학에 빠져버린 가장이어야 마땅했을 그가 누구도 지킬 수 없게 되면서 자연히 그가 사랑하던 문학으로 이 상황을 타파하고 싶었을 거다. 



가진 능력 없이 식구를 먹여 살리지 못했음에도 왕족의 씨앗이라는 태생이 결국에는 이 좌절들 끝에 고개를 빳빳이 들 수 있는 마지막을 가져다 주웠던 흥선의 이야기는 김동인 자신이 자신의 미래가 되기를 그렸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와 닮아 있다. 김동인 작가가 누렸던 재산 역시도 그가 타고난 친일의 후손이었던 것에 불과하니까. 흥선에게는 고개를 드는 시간들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들고 있던 고개를 내려야 했던 순간도, 영원하지 않았던 영예도 있었으니.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더라도 자기가 보고 싶은 순간, 닮고자 하는 미래, 그리고 지금에 대한 염원. 친일과 같은 행위에 대한 반성은 찾아보기 힘든 이 소설 한 권이 그의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


열네 번째 책은 '일제강점기에 출판된 책'이다. 한국에서 출판된 책도 좋지만 이 섹션을 통해 정확히 몇 년도가 해당이 되는지, 한국 밖의 나라들에선 어떤 도서를 향유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한국 안에서의 작가들은 왜 그 소재를 골라 글로 옮겼는지 생각하다 보면 더 많은 의미를 읽어낼 수 있게 된다. 






[100권의 의미]는 책을 100권을 읽으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그리고 그 책들이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를 형성하는지 알아보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2021~2023년에 걸쳐 100권을 읽은 후 같은 리스트로 두 번째 100권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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