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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완 May 12. 2024

가족은 더 아프게 싸운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 사람들과 싸우는 일은 줄았지만언니와 싸우는 일은 잦아졌다.


주변 사람들과 싸우지 않는 이유는 타인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 타인을 바꾸려하는 게 얼마나 소모적인 일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보지 않으면 그만이고, 계속 관계 맺을 사이라면 괜한 말을 꺼내 불편해질 필요가 없다.


가족은 다르다. 이상하리만치 가족에게만큼은 기대하고 소모적인 싸움을 한다.


서른이 지나고 마흔이 가까워올수록 아집이 강해진다. 언니와 나는 하나의 문제를 두고 대척점에 서서 서로를 비난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니?


그렇지만 그 날선 말들 속에 담긴 진심은 서로의 생각에 공감하고 마음을 이해해달라는 간청이다.


“그래 참 힘들었구나. 그 맘 이해해.”


그 말 한마디면 분노는 눈녹듯 사라진다. 문제는, 다투는 그 순간에 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고 놀고 온갖 경험과 비밀을 나눈 사이인 우리 자매는 서로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안다. 어떻게 말하면 상대가 가장 아플지 알고 있다.


그래서 싸울때는 가장 두려운 적이 된다. 우리는 서로의 가장 아픈 부분을 물어뜯고, 누구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얼마 전 언니와 싸운 뒤 나는 매일 언니의 말을 곱씹었다. 어떻게 내 사정 잘 알면서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지. 동생을 그리도 이해해줄 수 없는지. 왜이리 남보다 못한 사람처럼 모진말을 하는지.


그 말들은 언니가 화가 나서 내뱉은 거라고 나를 다독인다. 그렇다고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언니도 그럴 것이다. 생활하면서 순간순간 내가 한 말을 곱씹으며 아프고 분노할 것이다.


언제까지고 이런 일을 반복하게 될까. 변화를 주고 싶다. 마음에도 없는 말로 상처 주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언니를 이기려는, 끝까지 밟고 상처 내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싶다.


그런 방법의 일환으로 나는 다투기 전 잠시 침묵하기로 했다. 뒤로 물러서서 잠시 생각한 뒤 말하기로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는 방법은 내가 옳다는 주장보다 잠시 침묵하고 내 감정 내려놓기. 그리고 이해한다는 말 한마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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