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조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야모 Jul 03. 2020

나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작가라는 말

나는 그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이 문장이 과거형인 이유는, 한 동안은 이것이 나의 착각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처음 알게 되고, 광고 없는 깔끔한 디자인에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글로 엿볼 수 있어 이곳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상에 관해 짧은 두 편의 에세이를 제출하고, 누군가의 눈에 읽혀 어떠한 평가 기준을 통과해 어느 날 나의 메일 함에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다소 얼떨떨한 축하가 도착해 있었다.


 지금껏 살면서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작가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했으나, 단지 조금 길면 일기, 그것 보단 짧으면 그냥 메모였다. 글 쓰는 사람보다는 어떠한 생각의 표지를 남기던 사람이었는데. 약속 장소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옆에 보이는 누런 담벼락에 괜히 기다리던 친구 얼굴을 끄적이던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화가입니다'라며 축하해주는 느낌이랄까. '작가'라는 직명에 짧은 글 두 편으로 나의 존재가 포함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작가라는 단어는 한 번도 그을러 지지 않은 정갈한 나뭇가지로만 이루어진 말 같아, 그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전문성과 예술성을 감히 폄하하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작가라는 단어엔 동경과 존경이 있었다. 


 빈 벽에 자유로이 낙서하던 사람은 '화가가 된 것을 축하받고' 나선 더 이상 원래 하던 드러냄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이제 나는 무심한 낙서 쟁이가 아니니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만한, 있어 보이는, 어쩔 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어쩔 땐 셈세한 감정 묘사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런 비문학 작가 내지는 소설가가 되어야 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의 끄적임은 줄어들었다.

 대신, 멋있어지려다 실패한 종이 쪼가리, 언제 삭제해도 이상하지 않을 작은 메모장 파일만 쌓여갔다.

 

 지금도 나의 브런치 서랍엔 차마 발행되지 못한 채 치장당하다 임시 저장 처리된 글이 수두룩하다. 어떠한 글을 쓰고자 마음먹을 당시의 전달하고자 한 진심은 잔재할 지 모르나, 불필요한 치장이 더해져 더욱 더 내놓기 부끄러워졌다. 


 작가라는 말은 여전히 내겐 버겁다. 

 대신 그전에 글 쓰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멋있는 글을 연속으로 써 내려갈 자신도 없지만. 지금의 글 쓰고 싶어 하는 사람에서부터 탈피하려는 게 소정의 목표다. 브런치로부터 작가가 되었다는 의문의 축하를 받은 후 얼마 동안의 시간 동안 오히려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은 아마 브런치 내 의문의 평가단도 예상치 못하지 않았을까.


 고급 캔버스 위에 아무렇지 않게 기존의 벽돌 낙서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한다. 


 브런치는 여전히 내겐 아무렇게나 흔적을 남기기엔 조심스러운 곳이지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가죽이 괜스레 멋져 보일 때가 있듯 나의 브런치도 그렇게 많은 흔적과 흠집으로 낡아지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바다가 좋은 20가지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