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전통주는 어떤 술일까요?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다루왕 11년(38), 추곡이 여물지 않아 백성에게 사사로이 술 빚기를 금했다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아쉽게도 삼국사기에 소곡주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지만 여기에 등장한 술이 소곡주라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2000년 이상 역사가 깊은 술인 만큼 소곡주의 양조방법은 전해지는 문헌마다 상이할 정도로 다양합니다.
그 이름부터 하나로 통일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데 우선 문헌 속 소곡주는 小麯酒, 즉 누룩을 적게 사용한 술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소곡주로 가장 유명한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에서는 흴 소(素)를 사용해 素麯酒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누룩을 햇빛에 말리는 법제라는 과정에서 하얗게 바래진 누룩을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산 소곡주가 문헌에 등장하지 않는 가짜 전통주인 것은 아닙니다. 1849년 지어진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한산면의 소곡주(小麯酒)가 그 맛이 좋다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감안했을 때 소곡주는 그 이름부터 제조방법까지 오랜 기간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지역별로 다양하게 변화되며 발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소곡주는 한산면에서만 60여 개의 양조장이 있을 정도로 가장 활발하게 생산되는 전통주중 하나입니다. 서천군은 한산면의 양조장에 동일한 소곡주 병을 제공하며 브랜드의 통일성을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이 같다고 양조장의 레시피가 같은 것은 아니니 한산 소곡주를 마실 때는 후면 라벨에 붙어있는 양조장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소곡주는 양조장마다 개성 있는 레시피로 생산되지만 공통적으로 찹쌀 함유량이 매우 많은 술입니다. 멥쌀에 비해 찹쌀 함유량이 많은 술은 상대적으로 단맛이 많이 납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술은 쌀에 비해 물이 3배 이상 들어가지만 소곡주의 경우 0.7배, 즉 물보다 쌀이 많이 들어갑니다. 한산소곡주가 콩이나 엿기름 등의 부재료를 넣는 약주임을 떠나서 단맛이 강하게 나는 이유는 바로 엄청난 양의 찹쌀 때문입니다.
이러한 단맛 덕분에 한산 소곡주는 알코올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단맛이 얼마나 강한지 술의 점도 또한 매우 강해 한번 마셔보면 술이 쩍쩍 달라붙는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수는 16도에서 18도 정도로 일반 희석식 소주와 같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취해버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는 뜻으로, 일명 앉은뱅이 술이라고 괜히 불리는 게 아닙니다.
이러한 소곡주를 증류시킨 소곡화주도 존재합니다. 소곡주처럼 약주의 깊은 맛은 여전하지만 특유의 단맛은 줄고 알코올향이 강조되어 소곡주만의 특징을 느끼기엔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