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암투병 끝에 떠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
평소에 음식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란 느낌이
디테일하게 적어 내린 레시피 속에 함께 묻어난다.
그리고 희한하게
담담하게 써내려 진 레시피 속에
슬픔도 함께 스며있는 듯하다.
남은 시간 나를 위해 밥상을 차려달라
요구하는 아내의 생각 끝엔
남편이 스스로 식사를 챙길 수 있길 바라는
슬픈 계획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한석규, 김서형 주연의 이 드라마를
차마 보지 못했었다.
너무 감성적으로 감정이 흘러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그런데 글은 생각 외로 담백했다.
이 정도의 슬픔의 강도는 인간사에 당연한 슬픔인 듯 느껴진다.
희고 보드라운 순두부 같은 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순두부와 건두부 사이 어딘가.
건조한 듯 하지만 온마음을 다해 정성으로 차려진 음식은
분명 닿는 이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줬을 거다.
그리고 '아직'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따뜻한 한 끼를 차려줄 수 있는
나의 오늘에 감사하다.
덧.
출간계약을 하고 글을 쓰려니 브런치에 노출되었던 글보다는 신선한 글들이 책에 실렸으면 바는 바람이 생기더라고요.
자주 올리지도 못하고, 비루한 글이지만...
그래도 기다려주시는 몇몇 분들을 위해 짧은 일상이나 요즘 읽는 책들의 간단한 리뷰로 생존보고를 할까 합니다.
다들 평안한 하루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