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익명의 여기자 Dec 22. 2023

보험? 복권? 난자 동결에 관한 궁금증 4

집념의 탐구자, 해외 논문을 파헤쳐보니 


 아마 난자 동결을 이미 했거나, 할 예정인 여성들 머릿속에는 이 질문이 있을 것이다. "과연 이 돈을 썼을 때 아이를 출산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기회'에 투자하는 것인데, 난자동결에 관해선 시중에선 기댓값과 확률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이 답을 찾았을 테지만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난자 동결 한 사이클을 돌렸을 때, 의사나 인터넷에서 어떤 답도 얻지 못했다. 그저 "최소 20개, 안전하려면 40개는 얼려야 한다"는 말만 들었을 뿐. 


 실패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보였다. 다음은 뉴욕타임스에 실린 실패담이다. 한 여성이 37세 이후 14개의 난자를 얼렸다. 이 시도 출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난자를 냉동할 당시 들었던 "해동된 난자 한 개당 2~4%의 성공률을 보인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자신의 시도가 실패해 보니 그제야 알게 됐다고 한다. 가임력 보존을 통해 내가 원하는 '스케줄'대로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난자 냉동이 더 많은 시간을 보장해 준다는 건 착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기사 링크: Don’t Put All Your (Frozen) Eggs in One Basket - The New York Times (nytimes.com)


 이 기사를 읽다 보니 가슴이 철렁했다. 내 이야기도 이런 '실패담'으로 끝나면 어떡하지? 10년 후, 나의 시도가 '꽝'이었을 경우 느낄 절망감, 그리고 땅바닥에 버려진 내 돈 1000만 원(!).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래서 내가 찾기 시작한 건 해외 논문이었다. 해외 논문을 통해서 몇 가지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질문 1. 난자 동결의 성공 확률은 왜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답 1. 정보가 부족한 건 아직 데이터가 부족해서다. 난자를 얼리는 기술은 수십 년 전 개발됐지만 대중적으로 이용되지 않다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난자 동결에 대한 수요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880% 증가할 정도로 꾸준히 이용자가 늘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얼려놓고 사용하러 온 여성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난자들이 아직 동결 상태이기 때문에, 해동 데이터는 부족한 것이다. 

 


질문 2. 난자 하나당 출산 성공률이 2%? 너무 낮은 것 아닌가? 


답 2. 이 낮은 숫자는 어떻게 나온 걸까? 


 기사를 찾아보니, 앞선 시기의 기사일수록 난자 동결의 성공률을 낮게 보았다. 이 부분은 난자 동결 기술의 발전사를 함께 봐야 한다. 1950년대 정자 냉동 기술이 성공했지만 난자를 얼리는 건 1980년대 들어서 시도됐다. 이후 대중화되지 않다가 1990년대 말 '유리화 동결 기술'이 개발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젊은 환자가 암에 걸렸을 때, 항암 치료 전에 생식 보존을 위해 난자를 동결했던 것이다. 


 미국 국가 기관과 불임 센터 등에서 난자 해동에 대한 자료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불임 및 암 환자를 포함하는 자료다. 그 의미는 이 자료의 결과는 사회 경제적 이유로 출산 시기를 늦추려는 비환자 여성들의 결과와는 많이 다르다는 뜻이다. 실제 비환자를 대상으로 한 난자 동결의 성공률은 이전에 보고된 확률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질문 3. 그래서.. 난자 동결을 통한 출산 확률, 얼마? 


답 3. 그나마 데이터가 많은, 최신의, 연구를 기반으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020년까지의 해동 결과, 동결 난자를 통한 최종출산율(FLBR)은 39%였다.


  뉴욕대학교 산부인과의 난임센터에서는 2020년 12월 31일 이전에 난자를 해동한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총 543명의 환자에서 난자 냉동보존 800회, 해동 605회, 이식 436회를 시행했다. 첫 번째 난자 동결 시 평균 연령은 38.3세, 첫 번째 동결 시점부터 해동까지의 평균 시간은 4.2년이었다. 환자당 해동된 난자의 평균 수는 14개였고 이중 평균 성숙난자 수는 12개였다.  



 동결 난자를 해동한 여성 543명 중에 배아 이식에 성공한 여성은 332명(61%)이었다. 그 중 출산에 성공한 사람은 186명(34%)이었고, 그 중 한 명의 아이를 출산한 여성은 162명, 2명 이상 출산한 여성은 24명이었다. 


  연구진은 그들이 제시한 최종출산율보다 앞으로의 출산율이 더 높을 거라고 설명한다. 이유는 이렇다. 논문에선 39%가 "완전한 최종출산율은 아니"라고 설명하는데, 출산에 성공한 여성 중 난자를 다 쓰지 않은 여성이 있어서 그렇다. 이들이 동결한 난자를 다 쓰고 나야 완전한 최종출산율이 나온다는 것이다. 총 32%(172명)의 환자가 남은 동결 난자를 보유하고 있어서, 이 난자들을 다 쓰고 나면 최종출산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동결 시점이다. 연구에서 나타난 '첫 동결 시점'과 '현재 시점' 간에 약 30년에 가까운 차이가 존재한다. 이 연구에서 첫 번째 난자 동결은 2005년에 진행됐다. 환자들 중 51%는 2005년~2012년 사이에 처음 난자 동결을 했고, 나머지 49%는 2013년~2020년 사이 처음 난자를 동결했다. 첫 번째 해동은 2006년에 진행되었는데, 이중 70%는 2016년~2020년 사이에 발생했다. 시설과 기술, 의료진의 경험이 매년 진보한다고 본다면 보다 낙관적인 수치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질문 4. 또 하나의 주요 변수, 나이!

 

  뉴욕대학교 난임센터의 연구에서 중요한 변수로 지적한 것이 바로 '나이'이다. 지금은 가능하면 35세를 넘기기 전에 난자 동결을 해놓으라고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초창기에는 그런 인식이 부족해서 난자를 동결하는 연령이 35세보다 높았다. 이 연구에서도 난자를 동결한 중위 연령은 38.3세였다. 35세 미만은 8%였고, 30-40세가 80%, 41세 이상은 12%였다. 해동 시점의 중위 연령은 42.6세였다. 

 

나이가 많아도 개인차는 존재했다. 뉴욕대학교 연구팀은 41-43세에 난자를 동결한 여성으로부터 14회의 출산을 확인했다. 이 연령에서도 출산은 드물지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44세 이상에서는 어떠한 출산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 나이에 따른 최종출산율을 정리하면 이렇다. 38세 미만 51%, 38-40세 34%, 41세 이상 23%.  





맺음말. 


하나의 논문으로도 많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궁금증은 남았다. 그럼 나는 난자 몇 개를 얼려야 하나? AMH 수치가 낮은데, 이 수치는 기대출산율에 영향이 없을까? 등이었다. 그런데,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논문도 찾았다. 이 내용은 다음 편에서 공개 예정이다. 


뉴욕대학교의 논문을 첨부한다. 미리 밝히자면 나는 이 논문을 챗GPT로 번역해 읽었다. 그게 더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원문과 번역본을 대조해 확인했지만, 그럼에도 번역에 미진한 점이 있을 수 있다. 혹시 원문과 제 설명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급존대).


그리고 혹시 난자 동결에 대해서 궁금했던 내용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대한 찾아봐드릴게요. 




작가의 이전글 난자동결을 원하는 자! 카드 값의 무게를 견뎌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