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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야 NAYA Oct 20. 2019

[방송]나 20대 청년인데,내 동년배들 다 EBS 본다

살면서 EBS를 덕질하게 될 줄은, 아니, EBS를 ‘다시’ 덕질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모여라 딩동댕] 공개 방청에 가고, 뿡뿡이 인형을 사서 소중하게 품에 안고 자던 날들을 아련히 기억한다. 한때는 EBS의 존재를 완전히 잊기도 했었고, 뿡뿡이 대신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품에 안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는, EBS를 저주하기도 했더랬다.      



그랬던 내가, 이 나이를 먹고 다시 EBS 덕질을 시작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요즘 EBS 유튜브 채널에는 애들(이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는 중이다. ‘어린이 녀석들! 치사하게 자기들끼리만 이런 재밌는 걸 보다니’라고 외치며 말이다.      


펭수의 매력 1 : 날 이렇게 대한 펭귄은, 네가 처음이야!


남극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던 방년 10살의 펭귄, 펭수는 EBS에 잘 나가는 펭귄(이름하야 뽀로로)의 자자한 명성을 듣고 꿈을 찾아 한국으로 떠나온다. 갑작스러운 연습생 지망생의 등장에 당황하는 심사위원들 따위(?) 개의치 않고 연습생이 되기 위한 오디션에 참여하는데...      


‘한국에서의 목표는 어디까지’냐는 질문에 눈을 번뜩이며 ‘BTS’라고 외치고, ‘회의 후에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통보에는 ‘여기서 하세요. 빨리 해주셔야 KBS를 가든 MBC를 가든 합니다’라고 패기 넘치게 역제안을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10점 만점에 10점! 자기소개서 입사동기란에 ‘돈 벌려고 지원했습니다.’라고 적을 것만 같은 펭수의 패기는, 온 세상 어른이들의 마음을 그렇게 사로잡아 버린 것이다.


https://youtu.be/K_5 lal40 lCk     


펭수의 매력 2 : 찬물에는 위아래가 있지만, 펭수에게 위아래는 사치일 뿐       


2019년에 갓-입사한 펭수에게, 94년에 입사한 (25년 선배) ‘뚝딱이’는 그저 귀찮은 꼰대일 뿐이다. ‘Latte is a hores (나 때는 말이야)’를 시전 하는 뚝딱이에게 잔소리를 듣기 싫다고 생떼 부리는 것은 예사, 개국공신과 연습생이라는 신분 차이(?)를 가볍게 무시해버린다. 감탄을 넘어 존경심을 자아내는 순간이다.      


회사 사장도 예외는 아니다. 김명중(a.k.a.EBS 사장님)의 돈으로 구독자 만 명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마음대로 통보하는가 하면, 학교 수업 시간에 ‘참치는 비싸-비싸면 못 먹어-못 먹을 땐 김명중’이라는 시를 작문하여 발표하는, 판타지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이기도 한다. 펭수 당신, 너무 멋져요


https://youtu.be/yN7wrzXtIWM     


펭수의 매력 3 : 어른이 여러분, 준비됐나요~??      


펭수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은 ‘이육대(EBS 육상선수권 대회)’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펭수와 EBS 원년 아이돌의 ‘케미’였다. “짜잔아 너 몇 대더라? 1대 짜잔이는 날 보면 90도로 인사했어!”라고 외치는 꼰대 뚝딱이, 방귀 파워 대신 근육 이름을 원동력 삼아 풍선을 터뜨리는 (덕분에 헬스 트레이너 투잡 의혹을 받고 있는) 뿡뿡이의 모습은, 유튜브의 펭수tv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신선한 조합이었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기가 공정하지 않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주장하는 펭수와 펭귄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제작진의 환상의 티키타카, “아이고 삭신이야...”라고 끙끙거리며 은근슬쩍 부정행위를 하는 뚝딱이의 모습은 ‘꼰대짓이 이렇게 웃긴 것이었냐’는 2030세대의 열렬한 반응을 얻어내기에 충분했다.

     

https://youtu.be/keD7fmrRwZE    


이미 KBS에서 이적 제안을 받았고 ‘배성재의 텐’에 출연하며 SBS 진출까지 성공한 펭수. 그간 익숙했던 EBS의 색깔을 벗어던지고 파격적인 도전을 시작한 펭수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이들에게 새로운 의미의 동심을 선물하는 EBS 최초의 연습생, 펭수의 도전을 힘차게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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