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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야 NAYA Jan 09. 2020

[방송] 2019년과 작별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 주관적인 레전드 연말 무대 모아보기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불안을 잠재워줄 타임머신은 우리 곁에 없지만, 오늘 하루를 채워줄 음악과 함께라면, 올 한해도 무사히, 또 행복하게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은 종종 음악으로 기억된다.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10년 전, 나는 어떤 모양의 사람이었는지 떠올리기 위해서는 진지한 얼굴로 한참의 시간을 복기해야 하지만, 2009년의 하루들을 꽉 채웠던 음악(이를테면 소녀시대나 2pm의 노래)은 오롯이 기억되는 법. 당시의 나는 흐릿해도, 주변을 감싸던 음악들은 뇌리에 선명히 남아 시시각각 향수를 끌어당긴다. 시간은 언제나 음악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렇기에 “꽤나 다이나믹했노라”라고 말할 수 있는 2019년은 어느새 저물었지만, 노래들은 시들지 않고 시간이 흐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자도 낯선 2020년과 어색한 담소를 나눌 마음의 준비가 아직 덜 되었다면, 시간의 흐름에 무색하게 끝까지, 뜨겁게, 불타올랐던 2019년의 마지막을 채운 무대를 즐겨보는 게 아주 좋은 처방이 될 수 있으리.           


* 본 글에는 무시무시한 입덕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으니 각별한 주의를 바랍니다.          


1. 역주행의 아이콘 전설이 되다, 뉴이스트 (with 골든디스크어워즈)    


사진 출처 . 뉴이스트 공식 트위터


2017년, 우리는 어둠 속에서 미약하게, 하지만 치열하고 꾸준히 빛을 내던 별이 폭발하는 순간을 목격했다. 뛰어난 음악성과 스타성에도 불구하고 ‘발견되지 못했던 그룹’ 뉴이스트의 화려한 등장이자 부활이었다. 그들은 늘 음악 방송 1위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팀과 같은 수식어로 소개되었는데, 이는 그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는 독보적인 정체성인 듯 보였다. 심지어, 뉴이스트 본인들에게조차 말이다.      


시간이 흘러 2019년, (워너원으로 활동하던) 멤버 황민현의 합류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거의 모든 시상식과 연말 무대에 초청받는 성과를 내었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 뉴이스트는 더이상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소개되지 않았다. 그저, ‘뉴이스트’ 그 자체일 뿐이었다.      


기막힌 서사가 아닌 오롯한 음악과 무대로 우뚝 서며,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감히 기대하지 못했던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준 뉴이스트. 그런 의미에서 ‘제34회 골든디스크어워즈 with 틱톡’ 음반 부문 시상식에서 선보인 ‘BASS’와 ‘BET BET’의 무대는 ‘뉴이스트’라는 성장소설의 기(起)이자 승(承), 전(轉)이자 결(結)이었다.


2. 수식이 필요 없는 그룹, 방탄소년단 (with 멜론뮤직어워드)      


사진 출처 . 멜론 매거진


찢었다부셨다미쳤다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용사를 이어붙여도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맥을 가누지 못할 판세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전 세계를 누비던 방탄소년단은 역시나 한국의 시상식 무대에서 또 하나의 전설을 써냈다. 많고 많았던 ‘훌륭한 무대’ 중 ‘안 보면 후회할 무대’는 역시나 2019 멜론 뮤직 어워드.     

 

RM의 솔로곡 ‘Intro : Persona’로 화려한 포문을 연 방탄소년단은 ‘상남자’,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소우주’ 등을 연이어 부르며 ‘방탄소년단 일대기’라고 이름 붙일 법한 무대를 이어 나갔다. 이후 무대가 암전되며 몸통만 한 고동을 든 사내가 등장하며 심상찮은 기운이 그리도 큰 무대를 스쳐 지나갔는데....      


누군가는 바람을 타고, 누군가는 불 속에서, 누군가는 물 위에서 등장하며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비로소 흘러나온, 장엄하고도 웅장한 ‘Dionysus’의 전주는 모든 관객의 흥분을 곧 환호로 바꾸며 공연장을 달구었다. 곡 중간에 놓인 댄스 브레이크와 페어 퍼포먼스, 그리고 연습으로 완성되었을 무대는 오차 없이 영민하게 맞아떨어지며 방탄소년단 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레전드 무대를 완성시킨 것이다. 무대 디자인, 기획, 소품 활용과 모든 댄서들의 퍼포먼스까지 오차 없이 어우러지며 탄생한, 단 하나의 무대였다.           


3. 이 조합 칭찬해! 레전드 콜라보 무대   


사진 출처 . MK스포츠


‘예상치 못한 조합’과 ‘소취하는 조합’을 넘나들며 매년 엄청난 화제성을 몰고 온 방송 3사의 콜라보 무대. 2019년의 승자를 꼽으라면 단연 MBC 가요대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콜라보 무대는 바쁜 연말에 이뤄지는 일회성 무대이기에 때문에, 사실 어설픈 동작과 두 눈으로 급히 찾는 동선, 귀여운 립싱크가 당연스레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2019년의 MBC 가요대제전에서는 무대 기획과 곡 선정, (꽤나 오랜 시간 준비한 것이 틀림없는) 아티스트들의 호흡이 한 데 맞물려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가 탄생했다. 스타일링과 연기, 동선과 안무 모두 완벽했던 오마이걸 X 아스트로의 ‘분홍신’부터, 미친 가창력 송가인 X 국가스텐의 ‘해야’까지,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무대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혹은 잠들기 전 재미난 무언가를 찾아 유튜브와 인터넷을 이리저리 방랑하는 중이라면, 유튜브에서 MBC 가요대제전 무대를 찾아 취향에 따라 하나쯤은 꼭 들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사진출처 . giantpengsoo 인스타그램


오디션장에서 ‘최종 목표는 BTS’라고 당당하게 외치던 연습생 펭수와 그의 영원한 우상, 방탄소년단의 만남 또한 놓쳐서는 안 될 명장면이었다.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서 BTS와 만남을 가진 펭수는 날개 죽지와 목소리를 덜덜 떠는 모습으로 팬심을 한껏 드러냈는데, 평소 사장님의 이름과 카드를 함부로(?) 부리는 등 ‘펭성논란’이 일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순수함으로 ‘펭클럽(펭수의 팬클럽 명)’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기도 했다.      


4. 더이상 무의미한, 신(新)과 구(舊)의 경계      


사진출처 . AOA 공식 홈페이지


선배는 프로답고 성숙한 모습을, 후배는 부족하더라도 성실한 모습을 미덕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K-POP의 세계에 더이상 이러한 공식은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연말 공연에 다시금 초청받을 수 없으리라 지레짐작했던 ‘AOA’는 새롭고도 다채로워진 모습으로 각종 무대를 선보였고, ‘셀럽파이브’, ‘트와이스’ 등 다양한 분야의 선후배와 완벽하게 호흡하며, 계절이 바뀌며 더욱 아름다워진 AOA의 성장을 증명해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멜론뮤직어워드에서’ 수중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혁신적인 무대 기획으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 잡았고, ‘(여자)아이들’은 ‘LION’ 무대를 통해 뮤지컬 ‘라이온킹’을 방불케 하는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각종 신인상을 휩쓴 ‘있지’는 오차 없는 퍼포먼스로 명실상부 걸그룹 명가, JYP의 위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5.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아쉬움      


2019년의 연말 무대에서는 유독 부족하고 미흡한 점들이 눈에 띄며 여러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SBS 가요대전’에서는 부실한 안전 점검과 동선 체크로 2.5m 리프트에서 ‘레드벨벳’ 멤버 웬디가 추락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였으며, ‘KBS 가요대축제’는 흔히 말하는 ‘발캠’으로 시청자를 곤혹스럽게 만들더니, 결국 ‘에이핑크’의 무대를 중간에 끊어버리는 참사를 발생시키기도 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MBC 가요대제전’은 방송 전부터 방탄소년단을 볼모(?)로 같은 소속사 타 그룹에 대한 불이익을 제공했다는 낯뜨거운 의혹도 제기되었는데, ‘연말 축제’라는 키워드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논란들이었다는 점에서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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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하늘을 날아다닐 것만 같고, 로봇은 진화해 인류와의 거대 전쟁을 치를 줄만 알았던 2020년. 우리는 여전히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뮤지션의 신곡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불안을 잠재워줄 타임머신은 아직 우리 곁에 없지만, 오늘 하루를 채워줄 소중한 음악과 함께라면, 올 한해도 무사히, 또 행복하게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반가움과 익숙함으로 가득했던 2019년. 1년이라는 시간을 갈무리하는 연말 무대를 돌이켜보며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보낸다. 안녕, 2019. 그리고 안녕,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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