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사진관
시월이 사진을 드디어 찍었다. 50일도 아니고 100일도 아니고 7개월에. 우리는 사진관에 가서 시월이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 올해는 돈 모으는 데 집중하기로 해서 일부러 안 찍었다. 남편과 서로 합의를 했다. 사진 찍는 데 꽤 큰돈이 드니 일부러 이렇게 정했다.
그 당시에는 괜찮았다. 사진을 안 찍어도 큰 문제가 없는 듯했다. 문제는 서서히 생겼다. SNS에서 보이는 다른 아기들의 사진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 시월이는 저런 사진 없는데.‘ 아무리 돈을 아낀다고 해도 아기 사진은 꼭 찍었어야 했나?
나중에 몇 년이 지났을 때를 생각해 봤다. ‘그때 왜 사진을 안 찍었지?’하고 후회할 게 뻔했다. 시기는 애매하지만 사진관에 가서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말이 있듯, 자주 변할 시월이의 얼굴을 사진관에 가서 기록해주고 싶다.
휴대폰 카메라가 아닌 전문 사진기로 찍는 시월이의 모습은 얼마나 이쁠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사진관에 갔다. 아기띠에 시월이를 안고 택시를 탔다. 차로 이동하니 집에서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괜찮은 사진관이 있었다니.
간단한 설명을 듣고 사진을 찍는다.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는 거라, 시월이같이 7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은 옆에서 보호자가 상체를 잡아줘야 한다. (당연히 잡은 손은 포토샵으로 지운다.) 나의 큰 손으로 시월이의 작은 상체를 고정한다.
낯선 환경이라서 그런가? 시월이가 보채기 시작한다. 나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다행히 사진사분이 잘 달래주셨다. 시월이 눈앞으로 장난감을 가져갔다가 멀리 보내고, 카메라 리모컨으로 찰칵 찍고. 그래도 잘 달래 지지 않아서 두 번 정도 촬영을 중단하고 잠시 시간을 가졌다. 시월이를 안고 사진관 곳곳을 구경하며 울음을 그쳤다.
아쉽게도 활짝 웃는 표정은 찍지 못했다. 대신 우는 얼굴, 장난감을 집중해서 보는 얼굴, 장난감을 잡으려고 하는 모습은 찍을 수 있었다. 대성통곡하며 촬영이 중단된 게 아닌 것 만으로 크게 만족한다.
80장의 사진 중에서 잘 나온 사진 두 장을 고른다. 한 장은 액자에 넣고, 한 장은 인화해 주신다. 자리에 앉아서 사진을 보기만 해도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다채로운 표정들을 담았다니. 시월이에게 이렇게 다양한 표정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최종 두 장을 고르는 게 꽤 힘든 일이었다. 아직 아기라서 그런 건지 내 아들이라서 그런 건지, 우는 얼굴도 너무 귀여웠다. 특히나 울 때는 삐죽 나온 아랫니 두 개가 보여서 더 눈길이 갔다. 크게 우는 사진 한 장, 장난감을 잡으려 손을 내미는 사진 한 장을 골랐다.
역시 사진 두 장만 받기에는 좀 아쉽다. 시월이의 이쁜 순간들을 다 간직하고 싶다. 그래서 사진 홍보 동의하고 원본 파일도 받았다. 일정 금액을 추가하면 원본 파일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 시월이 이쁜 얼굴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홍보 동의했다. (나만 이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일찍 도착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예상 시간보다 빨리 끝났다. 가격도 생각보다는 저렴했다. 남편에게 선물 주려고 차량용 액자도 하나 하고, 액자를 유광에서 무광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렇게 해도 20만 원이 안 되는 금액이었다. 50일, 100일 사진처럼 이쁜 옷을 입고 다양한 콘셉트로 찍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 사진관에서만 찍을 수 있는 독보적인 콘셉트이라서 더 의미가 있다.
주변에 시월이 또래 아기를 키우는 지인이 있다. 그 지인은 따로 50일 사진, 100일 사진을 안 찍고 동네 셀프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50일이라고 50일 사진을 찍고, 100일이라고 100일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어떤 방법이든 기록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 사진을 찍고, 글을 적지 않으면 기억은 휘발될 게 뻔하다.
나중에 시월이가 어릴 적 사진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