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부지런해야 한다.
“오늘은 통 안 가져오셨네요”
정육점 사장님의 말이다. 정육점에 가면 늘 용기를 가져가서 ‘이 통에 5천 원어치 담아주세요’와 같은 식으로 말씀드린다. 하지만 오늘은 통이 부족해서 비닐에 담아서 샀다. 마음이 안 좋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시장 볼 때 쓰는 용기는 세 가지가 있다. 국산 손두부를 담는 큰 플라스틱 김치통, 5,000원어치 김치가 딱 맞게 들어가는 작은 플라스틱 김치통, 마찬가지로 5,000원어치 고기를 사는 큰 스테인리스 통. 웬만하면 이 세 용기는 시장 ‘용기내’로만 사용한다.
그런데 최근에 샐러드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 담을 용기가 필요했다. 정육점 갈 때 쓰는 큰 스테인리스 통에 담으면 딱일 것 같았다. ‘금방 다 먹을 수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큰 통에 샐러드를 담았다. 하지만 장날이 되도록 다 먹지를 못했다.
아쉽다 아쉬워. 역시 채식주의자, 제로웨이스터는 남들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렇게 비닐을 쓰게 되고야 만다. 장날 전에 샐러드를 다른 통에 옮기고 큰 스테인리스 통을 비우면 될 텐데. 왜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이 생각이 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