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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Sep 19. 2023

웹3 업계 초짜에게 생소하던 문화들

쪼하의 커리어 이야기

이전까지 다녔던 직장은 아무리 웹3와 암호화폐를 취재한다고 해도 언론사는 언론사였다. 나름 웹3 문화에 익숙해졌다고 자부하던 내가 그 사실을 체감한 것은 잠깐 DAO 활동을 할 때였다. "핑 주세요", "핸들 알려주세요" 등등의 문장을 접하고 살짝 진땀을 흘렸다. 도대체 이게 뭔 용어란 말인가. 언론사에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주로 사용하는 툴도 달랐다. 언론사에서는 자체 집배신 또는 외주로 개발한 웹사이트에서 모든 걸 해결했다. 이와 달리 웹3 업계에 진입한 지금은 노션(notion)을 주요 작업 공간으로 쓰고 있다. 아직 손에 익질 않아 사소한 것조차도 동료한테 SOS를 치는 중이다. 그동안 이름만 들어보던 '슬랙(Slack)'도 지금 회사에선 주요 메신저로 쓰고 있다. 직전에 활동하던 DAO의 주요 메신저는 디스코드(Discord)였다.


그동안 몸 담았던 회사가 언론사일지라도 나름 웹3 친화적이라서 웹3 생태계에서는 카카오톡보다 우위를 점하는 텔레그램은 미리 사용하고 있었다는 걸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다.


또한, 그동안 흔히 쓰던 '티타임' 대신에 '커피 챗'이란 단어를 쓰는 것도 흥미로웠다. 기자 시절 오후 미팅을 잡을 때 "티타임 한 번 하시죠"라고 했다면 이제는 "커피 챗 어떠세요"라고 말하게 된다. 언론사를 떠나 이 업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티타임'이란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웹3 업계의 문화는 IT 업계와 닮았으면서도 달랐다. IT 업계에 몸담은 남편에게 위의 문화들이 생소하게 느껴졌다고 말하니, '이런 단어 많이들 쓰지 않나'며 오히려 의아해했다.


하긴 내겐 '온보딩'이라는 단어부터 낯설었다. 새 직장으로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편이 "온보딩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어"라고 말할 때 그 문장이 바로 와닿지는 않았다. 지금은 온보딩을 '신규 직원이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이라고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


나는 DAO 활동 이외에는 디스코드를 써본 적이 없다. 남편은 친구들이랑 놀 때도 디스코드를 사용한다. 헤드폰을 낀 채로 음성 채팅을 하면서 (떨어져 있는) 친구와 같은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참 신기하다.


'핑'이나 '핸들'이란 단어도 종종 쓰는 듯했다. 그 두 단어의 뜻을 알고 나선 살짝 맥이 풀렸다. '핑 주세요'라는 말은 '날 태그해달라', '핸들'은 텔레그램이나 트위터 등 SNS의 ID를 의미했다.


다만, IT 업계 종사자에게도 노션의 활용이나 '커피챗'이란 단어는 다소 생소한 모양새였다. 남편은 노션을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나 써봤다며 "노션은 웹3 업체라서가 아니라 스타트업이라서 쓰는 게 아닐까"라고 평했다. 본인 회사 팀에서 '커피 챗'이란 단어는 들어보지 못했단다. 내가 이전 회사에서 그랬듯 '티타임'이란 표현을 쓴다고 한다.


그럼 대관절 '커피 챗'이란 단어는 어디서 생겨난 걸까? 사내 인터뷰 시리즈 제목에 '커피 챗'이란 단어를 쓰면서도 그 유래를 모르겠다. 그래도 차보단 커피가 좋기에, 앞으로도 '커피 챗'을 더 애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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