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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Dec 02. 2023

기획자료, 왜 그리고 어떻게 써야 할까?

쪼하의 커리어 이야기


기자가 정보 전달을 주요 목적으로 단발성으로 쓰는 스트레이트 기사만 쓰지 않고 종종 사건을 심층 분석하는 피처 기사도 작성하듯이 홍보팀도 보도자료 외에 기획자료를 준비할 수 있다. 보도자료는 최대한 많은 매체에 새로운 사실을 퍼뜨리는 게 목표라면, 기획자료는 한 매체에서 단순 보도자료가 아닌 기사처럼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도자료는 회사의 변동사항, 신규 상품 등에 대한 소개 내용을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최대한 간결하게 전달해야 한다. 여러 매체에 일괄적으로 배포한다는 점에서 언론 매체들이 보도자료에 크게 가치를 매기진 않는다.


인수합병과 투자 유치, 임원진 교체 등 굵직한 내용은 보도자료라고 해도 여러 매체에서 확산된다. 반대로 그 정도의 중요도가 아닌 내용은 그날 동종업계 또는 유관업계에서 주요 이슈가 터질 경우 완전히 묻혀버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뭐든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보도자료로 만들기에 그 중요도가 애매한 내용은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이럴 때 기획자료를 만들어두면 좋다. 기획자료는 보도자료와 달리 내러티브가 있어야 한다. 회사 제품 또는 서비스만 덜렁 소개하는 대신 업계의 동향을 묶어 기자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자들 입장에선 보도자료와 달리 기획자료는 기사 아이템으로 제안(발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단 특정 매체에서만 발행하는 데다 그 내용 안에 최근 시장 동향에 대한 분석도 녹아있기 때문이다. 몇몇 기자들은 기획자료를 주말 기사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홍보팀으로서 내가 기획자료를 만드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보도자료로 내보내기엔 소소하지만 시장 동향과 묶으면 꽤 그럴싸한 그림이 나오는 아이템이 존재

(2)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프로젝트의 언론 노출도를 한 번이라도 더 높이길 원함

(3) 웹3 전문 매체가 아닌 일반 매체에서 한 번이라도 더 언급되고자 함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후오비 코리아 홍보팀으로 잠깐 근무할 때 (1)의 이유로 기획자료를 작성한 적이 있었다. 당시 후오비 코리아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업데이트하면서 '비대면 증빙센터'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개발팀뿐 아니라 내가 소속된 팀의 팀장까지 해당 내용을 어떻게든 홍보하고 싶어 했으나 아무리 봐도 보도자료로 내기에는 그 중요도가 미미했다. 고민한 끝에 다른 거래소들의 비대면 증빙센터 기능을 찾아보고 이를 한데 묶어 기획자료로 만들어서 배포했다.

코로나 시국이 이어질 때라 쉽게 내러티브를 부여할 수 있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자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은 늘어나지만 코로나로 인해 대면 고객센터를 이용하기는 어렵기에 비대면 증빙센터가 필요하다'는 주제를 잡고 다른 거래소들의 동향을 추가한 것이다.  


(2), (3)의 경우는 디스프레드에 합류한 후 고민거리를 해소하기 위한 일환이다. 이전 글에서 몇 번 언급했듯, 국내 매체들은 다른 언론에 어느 정도 노출된 프로젝트만을 다루려는 경향이 있다. 처음 보는 프로젝트를 다뤘다가 그것이 스캠이었을 경우 지게 될 리스크를 최대한 낮추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디스프레드의 클라이언트 중 솔라나, 스택스, 앱토스 등 인지도가 높은 프로젝트들의 보도자료는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지지만 나름 기술력이 있음에도 유명하지 않은 프로젝트들의 자료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직 인지도는 낮지만 잠재력이 있는 프로젝트가 언론에 한 번이라도 더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만약 해당 프로젝트의 C레벨이 한국에 있다면 소위 메이저 매체와 인터뷰를 잡아주는 게 최선이긴 하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해당 프로젝트와 여러 프로젝트를 하나의 내러티브로 묶고 그 안에서 나름의 인사이트를 도출해서 기획자료로 작성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트코인 레이어2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싶다면 '비트코인 상승장 속 비트코인 개발 생태계 확산'이라는 주제를 잡고 스택스처럼 비트코인의 확장성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들을 같이 소개하면 된다. 동시에 왜 이런 프로젝트들이 생겨나며, 왜 주목받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담아내면 꽤나 그럴듯한 기획자료가 탄생한다. 기획자료의 인사이트나 시장 동향이 대중도 관심 가질 법한 내용이라면 일반 경제지나 IT매체에도 어필해 볼 만하다.


다만, 기획자료 본연의 목표를 잊어선 안 된다. 내러티브와 인사이트에만 몰두하다가 홍보해야 하는 대상의 존재감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내 팁은 다음과 같다.


(1) 홍보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소개 글을 가장 윗 문단으로 올린다.

(2) 업계의 분석이 필요하다면 소속된 회사의 관계자 멘트를 삽입한다.


(1)은 홍보하고자 하는 대상이 다른 곁다리 내용보다 강조되도록 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2)는 검색 엔진 최적화(SEO) 작업에서 중요하다. 아무리 작성자 본인이 기획자료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갖고 있다고 해도 기왕이면 회사 관계자의 입을 빌려 멘트를 넣길 추천한다. 그렇게 해야 검색 엔진에 회사 이름을 입력했을 때 긍정적인 검색 결과가 한 번이라도 더 노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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