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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Feb 27. 2024

'치킨 값' 벌 때가 행복했다!

재테크 호소인의 투자 하소연-1편. 수익 한계효용의 법칙

인터넷을 보면 투자로 성공했다, 인생 졸업했다는 글들은 넘쳐 나는데 내 투자는 왜 그렇지 못한 걸까?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주식을 처음 시작한 사람을 의미한다.) 단계를 벗어난 사람들을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투자를 시작한 지 4년 차. 투자로 돈을 많이 잃거나 어느 한 종목에 크게 묶이지 않고 꾸준히 수익을 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만족할 만큼의 수익을 보지는 못 했다. 가상자산 현물 및 선물, 미국 주식, 한국 주식(코스피), 비상장 주식, 대체불가능토큰(NFT), 탈중앙화금융(DeFi) 등 웬만한 투자를 다 건드려 봤음에도 인생을 역전시키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는 '재테크 호소인'이다. 재테크한다고 떠들어대지만 정작 실속은 없어서다.  


차고 넘쳐나는 투자 성공 콘텐츠들은 자괴심만 들게 한다. 투자 교육 콘텐츠들은 어렵다. 내가 쓰려는 글은 '투자 하소연 콘텐츠'로서 개미 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고민들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가난한 지식인 라파엘은 자살을 결심하고 찾아간 센 강에서 우연히 나귀 가죽을 얻게 된다. 나귀 가죽은 한  번 욕망을 실현시켜 줄 때마다 그 크기가 줄어든다. 이는 라파엘의 수명을 갉아먹는 일이기도 하다. 신분 상승을 위해 돈 많은 여자와의 사랑을 꿈꾸던 라파엘은 나귀 가죽의 힘으로 백만장자도 되고, 후작 지위도 물려받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난한 시절에 만난 여자와의 결혼을 꿈꾼다.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 <나귀 가죽>의 줄거리이다. 이 소설을 처음 읽은 대학생 시절, 라파엘을 비웃었는데 지금은 라파엘의 모습이 투자자로서의 나 자신과 많이 겹쳐 보인다. '치킨 값'만 벌어도 행복해하던 내가 이제는 몇 백만 원을 벌어도 불행해졌기 때문이다.


투자를 꽤나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 직장 생활 4년 차인 20대 후반에야 금 현물 투자를 접했으며 가상자산 투자를 하게 된 것은 4년 전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전업주부로 살았다면 평생 투자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는 주야장천 주식 얘기만 하는 유튜버 '슈카'를 내심 싫어할 정도였다. 이전에 슈카가 '요즘 세상은 기울어진 운동장 같아서, 자산을 그대로 유지만 하면 오히려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기에 주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마음의 평화를 지키고 싶은 내게 그 말은 투자를 종용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상했다.


그러던 중 투자를 하게 된 계기는 크게 세 가지였다.


1. 부장급 선배의 권유

2. 금융부 기자로서의 지식

3. 가상자산 거래소 홍보팀 경험


1년 차인 20대 중반 시절, 회사 상사의 권유로 증권사 계좌를 개설했다. 당시 회사에서는 월급 외에 매달 취재비 명목으로 몇 십만 원이 지급됐다. 첫 부서의 데스크(언론사 부장급으로, 기사를 편집 및 발행하는 관리직) 선배가 "증권사 계좌 파서 취재비를 따로 모아봐"라고 조언했다. 증권사 CMA 통장에 돈을 넣어두면 자동으로 RP(환매조건부채권) 거래가 되고, 그로 인한 이자가 꽤나 쏠쏠하다는 것이었다. 믿고 의지하던 선배였기에 그 말을 그대로 따랐고 그렇게 모은 돈은 4년 후 첫 투자를 위한 자본금이 됐다.


이후 기자 생활 3~4년 차를 금융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금 현물 투자를 알게 됐다. 당시 미-중 무역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았고 이로 인해 안전자산이 각광받았다. 금 통장 개설, 금괴 구입, 금 현물 투자 이렇게 세 가지를 고민하다가 가장 편리하고 이자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금 현물 투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꽤나 손해 보다가 2021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20~30%의 수익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상자산 투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슬슬 상승하기 시작하던 2020년 말에 시작했다. 거래소 홍보팀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는데 상사가 '거래소 앱을 써봐야 거래소를 홍보할 수 있다'며 숙제를 내줬기 때문이었다. 비트코인이 1700만 원 선에 거래될 시점이었다. (지금은 7700만 원....) 실험용으로 10만 원어치만 샀는데 2~3만 원 정도를 벌었다.


치킨 값을 벌었다며 즐거워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투자 경력이 길어질수록 '치킨 값'은 '횟값'이 되고, '횟값'이 '호캉스 값'이 되고, 지금은 '명품가방 값'이 됐다. 수익률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그만큼 전체 자산 중 투자 자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투자 수익에도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 작용한 것이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할수록 그로 인한 만족감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라파엘의 심리를 경제학적으로 풀어낸 용어가 바로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인 셈이다. 그런데 이 법칙은 소비자 이론, 생산자 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 정도로 상당히 보편적인 법칙이다. 한 마디로, 모든 사람들이 이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내가 투자에 있어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을 느끼는 원인은 투자의 목적 변화다. 이전에는 투자가 그저 용돈 버는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변모했다. 아이를 낳은 후, 평수가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욕망이 더해지면서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은 더욱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으로 인해 투자에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는 무엇일까? 바로 손익에 집착해 매도 타이밍을 놓치는 이다.


투자 손익은 크게 평가 손익과 실현 손익으로 구분된다. 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면, 증권사나 가상자산 거래소 앱에 떠 있는 수익률만 보고 즐거워하며 그 수익을 실제로 벌어들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평가 손익으로, 내가 들고 있는 자산에 현재 가격을 적용해 환산한 가치에 불과하다.


실제로 얼마큼의 수익을 거뒀는지 알기 위해서는 실현 손익, 더 정확히는 비용을 제한 순 실현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평가수익률이 100%라고 해도 실제로 매도해서 실현 손익을 얻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내 경험을 하나 소개하자면, 이전에 사둔 미국 주식이 3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다. 적어도 몇십만 원은 벌 수 있었지만, 이미 치킨 값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 내겐 그것조차 적은 금액인 터라 팔지 않고 놔두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 주식의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그때의 가격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익을 볼 수 있던 종목이었는데 욕심으로 타이밍을 놓친 탓에 눈물을 머금고 손절(손해를 보면서 주식을 매도함) 해야 했다.


이런 경험을 겪고 난 후, '익절은 언제나 옳다'라고 되뇌며 조금의 수익이나마 바로 실현하자는 마음가짐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투자 방식이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수익률이 적정선인지에 대한 고민은 나중에 다른 글로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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