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보면 투자로 성공했다, 인생 졸업했다는 글들은 넘쳐 나는데 내 투자는 왜 그렇지 못한 걸까?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주식을 처음 시작한 사람을 의미한다.) 단계를 벗어난 사람들을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투자를 시작한 지 4년 차. 투자로 돈을 많이 잃거나 어느 한 종목에 크게 묶이지 않고 꾸준히 수익을 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만족할 만큼의 수익을 보지는 못 했다. 가상자산 현물 및 선물, 미국 주식, 한국 주식(코스피), 비상장 주식, 대체불가능토큰(NFT), 탈중앙화금융(DeFi) 등 웬만한 투자를 다 건드려 봤음에도 인생을 역전시키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는 '재테크 호소인'이다. 재테크한다고 떠들어대지만 정작 실속은 없어서다.
차고 넘쳐나는 투자 성공 콘텐츠들은 자괴심만 들게 한다. 투자 교육 콘텐츠들은 어렵다. 내가 쓰려는 글은 '투자 하소연 콘텐츠'로서 개미 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고민들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 선물 투자를 종종 한다. 그나마 재미를 좀 보는 현물 투자에 비해 선물 투자 성적은 처참한 편이지만 선물 거래만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기란 쉽지 않다. 가격 전망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게다가 레버리지를 걸면 현물 투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공매수(롱)보다는 공매도(숏) 포지션을 선호한다. 하락장이 도래했을 때 숏 포지션은 위험을 헷징 할 수 있는 수단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빅 쇼트>에서 느낀 전율과 힌덴버그 리서치* 등 행동주의 공매도 헤지펀드에 대한 환상도 포지션 선택에 한 몫하고 있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2020년 전기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에 공매도를 걸고 사기 의혹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 결과, 니콜라는 보고서가 공개된 지 사흘 만에 주가가 36%나 급락했으며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선물 투자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현물 투자를 할 경우, 아무리 가격이 떨어져도 그 주식이나 가상자산을 계속 보유할 수 있지만, 선물 투자는 증거금(마진)을 몽땅 날리게 할 수도 있다. 이를 강제 청산(Liquidation)이라고 한다.
즉, 현물 투자는 소위 말하는 '존버'가 가능하지만 선물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가상자산 거래소 등 중개업체는 선물 거래의 손실이 커지다 못해 걸어둔 증거금을 거의 다 까먹게 되면 '증거금을 더 충당하라'는 의미의 "마진 콜"을 보낸다. 만약 투자자가 여력이 있어 돈을 넣는다면 그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강제로 청산가(Liquidation Price)에 매수하게 되며, 증거금이 모두 증발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숏 포지션 진입가가 5만 5000 달러이며 청산가가 6만 7000 달러라고 하자. 만약 비트코인이 4만 9000 달러까지 떨어졌고 그 지점에서 투자자가 포지션을 청산(강제 청산과는 다르다)한다면 4만 9000달러에 비트코인을 사서 5만 5000 달러에 매도한 셈이다. 레버리지 배율을 얼마나 잡았느냐에 따라 그냥 현물을 들고 있는 것보다 수익이 배로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비트코인 가격이 7만 달러까지 치솟아서 강제 청산을 당하게 된다. 이는 7만 달러에 매수한 비트코인을 5만 5000 달러에 매도하는 셈이 된다. 현물 투자일 때도 엄청난 '손절'이지만 배율을 높게 걸어둔 선물 투자일 때는 그 손실 폭이 몇 배로 늘어난다.
숏 포지션을 잡았다가 강제 청산을 당할 경우에 그 상실감은 배가 된다. 왜냐하면 주변에선 가격 상승으로 돈을 벌었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숏 포지션은 매우 신중하게 고민한 후에 잡아야 한다.
개별 종목의 악재가 대세 상승장을 거스를 수 있을까?
선물 투자를 몇 번 해 본 결과, 내 대답은 "아니"다. 아무래도 가상자산 관련 일을 하고 있기에 특정 종목에 어떤 악재가 있을지 예상을 하게 되고 상승장임에도 과감하게 숏을 걸었다. 물론 악재가 터졌을 당시에는 가격이 많이 빠졌다. 그러나 그 악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잊혔고 해당 종목은 상승장에 힘입어 악재가 발생하기 이전의 가격보다 더 상승했다. 나는 중간에 소액 익절했기에 증거금을 지킬 수 있었다. 만약 그 포지션을 계속 유지했다면 결국 강제 청산 당하고 말았을 터다.
특정 종목이 어느 정도 올랐다고 판단해 숏을 거는 것도 성공 보장 수표는 아니다. 내 사례를 들자면, 2022년 10월 A 코인이 사흘 연속 상승하자 '이제는 고점이다'라고 보고 숏 포지션을 취했다. 결과는 강제 청산행이었다. 어느 정도 오르면 다음 날은 무조건 음전하는 코스피와 달리 가상자산은 한 번 상승세가 붙으면 일주일 연속 상승하는 경우도 꽤나 있어서다. (반대로 며칠 연속 하락하는 경우도 당연히 존재한다. 주식의 서킷 브레이커, 사이드 카와 같은 가격 변동 보호 장치가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상승장에 숏을 걸어 물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원히 오르기만 하는 자산은 없다'는 일념으로 버텨야 한다. 나는 처음 진입할 때 증거금을 많이 넣지 않고 높은 평단에 숏을 여러 개 걸어둠으로써 진입가와 청산가를 높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청산가까지 아슬아슬하다면 잠깐 가격이 빠졌을 때 분할 청산을 하고 더 높은 가격에 다시 진입해 손실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그나마 상승장 숏의 장점이 하나 있다. 바로 펀딩비 수익이다.
선물 거래는 롱과 숏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 포지션에 과도하게 몰렸을 경우 다른 포지션에 소정의 펀딩비를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선물 거래 화면 상단에 '펀딩 비율'을 볼 수 있는데 펀딩 비율이 양수(+)이면 롱이 우세, 음수(-)이면 숏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가격 기대감이 높은 상승장에는 펀딩 비율이 통상 양수인만큼, 롱 포지션이 숏 포지션에게 펀딩비를 줘야 한다.
만약 상승장에 숏을 잡았음에도 청산가까지 버틸 여력이 있다면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펀딩비 수익을 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그러나 상승세에 불이 붙었을 때는 나 혼자 이 상승장에서 소외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다잡기가 쉽지는 않다. 선물 거래는 정말 나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