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숙 라라조이 Apr 08. 2021

여행의 이유

인도, 포르투갈 드로잉 여행기(2020.1,2월)

마음이 갑갑할 땐 언덕에 올라

푸른 하늘 바라보자 구름을 보자

저 산 너머 하늘 아래 그 누가 사나

나도 어서 저 산을 넘고 싶구나


동요 ‘흰 구름 푸른 구름’이다.


어렸을 때 실제로 어디엔가 높은 곳에 올라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어린 나이에도 ‘마음이 갑갑할 땐’ 이 부분의 가사가 어찌도 마음에 와 닿던지.


언덕을 넘고 싶었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고 내가 가야 할 또 다른 세계를 그리곤 했다. 아니면 내가 떠나왔던 이전의 세계, 내가 돌아가야만 하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떠난다. 그리고 걷는다. 그 누군가가 기다리지도 않고 꼭 가야 할 이유도 없는데 길을 떠난다. 새로운 호기심을 주머니에 가득 넣고 깨끗이 씻은 맑은 눈을 준비해서는 길을 나선다.


길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과 우연한 만남과 당황스러운 돌발 상황들을 맞닥뜨리며, ‘나는 지금 늘 가던 길을 걷는 게 아니구나.’ 하고 소스라친다. 기분 좋은 떨림.


일단 길을 떠나려면 가벼워져야 한다. 그동안 내가 짊어지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가볍고 귀하지 않은, 그러나 꼭 필요한 물건들만 몇 가지 가져가야 한다. 짐을 싸 보면 ‘나에게 필요한 것이 이것뿐이라니!’ 이런 발견으로 놀라게 된다.


‘너 여행 중이니?’

한동안 내게 연락이 없으면 이런 문자가 와 있곤 했다.

‘얘가 또 어디론가 떠났나 보군.’


언젠가 나의 여행 중에 무언가를 만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만나도 되고 안 만나도 된다. 아니, 이미 만났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계속 떠나야 한다. 이것이 연습일지도 모른다. 그날에 훌훌 털고 쉬이 가도록.


인생의 끝 여행을 떠나도, 친구들은 ‘얘가 또 여행을 갔구나.’

하고 생각하면 될 일이다.




개들도 행복한 카스카이스 해변에서 <포르투갈, 카스카이스>

수첩에 펜




나는 왜 떠나는가, 무얼 찾아 여기에 왔나 <포르투갈, 리스본, 조지성 성벽에 앉아>

종이에 펜, 수채물감




작가의 이전글 전쟁할 때 이렇게 외쳤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