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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myi Jung Mar 29. 2020

편견에 대하여

1.

요즘 어울리는 친구들과는 술자리 중 자주 토론과 언쟁 사이의 대화를 하곤 한다. 주로 주제는 젠더와 편견, 스테레오 타이핑에 대한 이야기다. 친한 사이에서나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친해지고 있는 사이기 때문에 쉽사리 어느 한 색깔을 내는 것이 어려울 법도 한데, 우리의 밤은 늘 너무 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 끝도 없고 답도 없고 해결도 어려운 주제들을 가지고 참 오래도 이야기 하곤 한다.


A와 B는 다르다는 사실과, 미루어보아 A와 B는 다를 것이다고 예상하는 것. 그 사이에서 우리는 갈등한다.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짐작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흐름에서 생성된다. 인간은 지금까지 쌓은 나의 지식과 이해력을 바탕으로 매순간 사고한다. 어떻게 보면 예상한다는 것은 효율화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확인하기 전에, 알고 있는 것들을 혹은 바로 인지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미루어 짐작하여 대비하는 것. 이것을 마냥 '모르면서 단정짓지 말라'라고 이야기 하기는 조심스럽다. 본능이니까.


2.

하지만 본능이기 때문에 우리는 조심해야한다. 그 본능을 이겨내며 이성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본능은 끊임없이 어떤 것을 분류하고, 내 나름대로 정의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이 선천적인 능력이 때로는 사실을 왜곡하고, 불평등과 편견을 낳는다.


그날 밤에 나는 적어도 데이트에 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상대방에 대해 예상하게 되지 않냐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데이트도 결국 나에게 특별한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고 그에 대해 이해해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면 그 어떤 때 보다도 편견과 스테레오 타입을 지우고 상대방을 마주해야 하는 것 아닐까.


3.

한국인이기 때문에, 중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인이기 때문에 생기는 여러 혐오와 따가운 시선들이 부쩍 늘어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언어로, 외모로, 타인을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이 역시도 생존본능을 누르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인간이라는 분류가 부끄럽지 않게, 본능을 인지하고 내 자신을 좀 더 성숙한 인간이게 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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