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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혁 Mar 13. 2024

괴물(2023) 감상문

재단의 반의어는 봉합이 아닌 수용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크게 영화의 구성, 영화의 내용, 개인적인 감상 3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첫 번째는 영화의 구성입니다. 영화는 막(幕)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총 3막 구성으로 1막에서 3막까지 3개의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모두 독립된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시간대, 하나의 사건을 3개의 시선으로 다룬 것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꽤 다양한 영화에서 차용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막 구성이 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지점은 특이하게도 영화의 주요 사건과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함에 있어 교묘한(이것은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느끼게 될 점입니다.) 편리함(이것은 영화를 관람하며 느끼게 되는 점입니다.)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프롤로그를 지나 1막을 마주하게 되는 관객 입장에서 1막의 내용은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집니다. 1막은 주로 미나토의 어머니 사오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데 사오리 입장에서 의아하게 느껴지고 이상한 상황들에 관객들도 쉽게 이입해 함께 의아함을 또는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의아함은 2막을 관람하며 어느 정도 해소됨과 동시에 또 다른 의문을 남기게 되죠. 하지만 3막에 가서는 이런 형식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3막의 결말에서 느끼게 되는 점은 강한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생략하지만 왜 각본이 이런 형식을 취했고 감독은 이런 형식을 통해 관객을 완전히 영화 속으로 끌어당겼다는 사실만은 깊이 통감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영화의 내용에 대한 감상입니다. 내용을 논하기에 앞서 주요 등장인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짚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앞선 단락에서 언급했듯 이 영화는 1막과 2막을 통해 의문과 납득을 번갈아 제시해 긴장감을 적절히 유지하고 이완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각 막의 주동 인물들을 접하게 되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에는 완전한 악인도 무결한 선인도 없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간단한 예시로 2막의 주인공인 호리 선생님의 특징이 있습니다. 호리 선생님은 주인공 요리와 미나토의 담임선생으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교사입니다. 특이하게도 책의 오탈자를 검사해 출판사에 보내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취미는 일본식 표현으로 클레이머처럼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 극 중 여자 친구가 악취미라며 다른 취미를 가져보라 웃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이런 점이 2막의 후반부에 어떤 사실을 발견하고 3막으로 이어지는 연결점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인물들이 가지는 특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감상을 남기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영화는 이 글의 부제와 첫 단락에도 말했듯이 관객들에게 서사를 따라오며 많은 인물을 재단하고 결정짓게 유도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반응은 자연스러움으로 느껴지기도 하죠. 영화의 결말부에서 그런 사실을 깨닫고, 영화 속에 듬뿍 끌어당겨지고 난 뒤 각본과 연출의 의도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선과 악 그리고 그에 대한 복합성은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철학과 창작물에서 다루어진 주제이며 동시에 실제로도 많은 사례를 남긴 논의 주제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시대에 맞는 해법과 논리를 적용하며 우리가 사는 사회는 많은 도덕적 성장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의 방법으로 인내와 수용의 길을 슬쩍 내미는 영화 괴물을 많은 분들이 보길 바라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추가로 아래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한 추가 감상평이 있습니다.
















 마지막을 희망으로 마무리했고 실제 영화의 결말도 해피엔딩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결말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미나토의 대사 탓에, 변한 것이 없지만 그대로 행복해하는 미완의 행복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치 작중 사고 난 차의 범퍼를 테이프로 고쳐놓은 사오리 씨의 차처럼 아직 바뀌지 않았고 바뀌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현실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는 점에서 영화의 결말을 마냥 따듯하고 희망차게 볼 수 없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결국 그런 미봉책에 의한 희망은 앞으로 닥쳐올 현실과 감내할 시간이 불안할 탓일 겁니다. 그렇기에 이런 미완의 행복으로 마무리된 영화의 결말은 일견 불안함을 남겼지만, 현실을 한 번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와닿고 입체적이기에 영화를 완성하는 요소라고도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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