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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혁 Oct 23. 2023

"플라워 킬링 문" 감상 가이드와 리뷰

원제, Killers of the Flower Moon

※스포일러 없습니다.


‘플라워 킬링 문’은 진정한 사랑과 말할 수 없는 배신이 교차하는 서부 범죄극으로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톤)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를 중심으로 오세이지족에게 벌어진 끔찍한 비극 실화를 그려낸다. 데이비드 그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에릭 로스가 각본에 함께 참여했다. -출처 네이버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의 시놉시스 입니다. 볼드 처리한 주요 단어를 보시면 흥미진진한 서부 범죄 활극을 생각하기 쉬워 보입니다. 저도 위 시놉시스에 기대하고 영화를 보러간 탓에 영화의 꽤 후반까지 상당히 지루한 감상을 하게됐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긴장감이 조금 덜 하고 대중적인 재미가 부족할 뿐 좋은 영화라는 것이 영화를 다 보고난 후의 감상입니다. 분명 이 영화는 이야기 속에서 주요 인물이 범죄를 저지르고, 그 범죄를 수사하는 수사관이 등장하고, 범죄를 해결하고 주요 인물을 검거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는 점에서 분명 범죄극의 형태를 띄고 있는것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 동안 손에 땀이나게 하는 긴장감과 서스펜스로 관객들에게 흥미와 몰두를 주던 장르인 범죄극이 왜 재미가 없었던 것일지에 대해 고민해보았습니다.


 일반적인 범죄극의 경우 3가지 시제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됩니다. A: 범죄가 일어나는 과거 시제, B: 범죄가 일어나 수사에 착수하는 현재 시제, C: 수사가 점점 실체에 다가가며 범죄자와 동기 등 여러 감춰진 문제가 들어나는 미래 시제(엔딩) 이 3가지 시제를 일반적으로 B-A(상황에 따라 B-A-B-A 식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점진적으로 사실이 들어나는 연출은 이제 상업영화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C 순서로 배치해 현재 시제가 과거를 추적해 나가는 방식을 차용합니다. 이는 관객이 등장 인물에 비해 정보가 모자라 생기는 미스테리를 극대화 시키는 방식으로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죠. 하지만 플라워 킬링 문은 정직한 방법을 택했습니다. 시간순대로 A-B-C 순서로 사건을 배치해 아무런 긴장감을 조성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화의 모든 반전 요소를 파악할 수 있게됩니다. 때문에 "감춰진 진실", "흑막", "추리의 쾌감" 등을 기대하며 보러갔던 저는 영화가 다소 지루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 영화가 좋은 이유가 있는 지점 또한 이곳에 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난 후 이 영화를 표현할 키워드는 바로 '존중' 이었습니다.

 존중에 대해 논하기 전에 이 영화의 첫인상을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대상으로한 연쇄살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백인 감독이죠. 정확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이것은 마치 일본인 감독이 한국 독립운동에 대해 다룬 영화를 만드는 것 만큼이나 다소 특이한 영화로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전반에 걸쳐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과 그 역사에 존중을 보냅니다. 원주민의 언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심지어 백인들도 원주민어를 씁니다. 거기에 더해 영화 내용과 큰 관계가 없어 자막 처리조차 안되는 수많은 원주민어 대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선 단락에서 소개한 A-B-C 순의 긴장감도, 미스테리도 없는 영화의 플롯이 그 방점을 찍습니다. 이 영화는 백인들의 가해자성을 폭로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원주민들의 겪은 피해에 집중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영화라 느꼈습니다. 그 시절 이런 일이 있었다고 기억하는 것. 우리가 어떤 일을 저질렀고 그 일은 오늘날에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덤덤하게 반추합니다.


 마치며.

플라워 킬링 문, 영화는 러닝타임이 무려 3시간 반 가까이 되는 긴~장편 영화입니다. 게다가 영화에는 이렇다 할 긴장감 없이 무심하게 시간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기에 분명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관객들이 재미를 느끼기는 힘든 영화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분명 잘 만들었고 좋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아픈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창작물이 실제 인물과 사건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사용하는 언어와 디테일, 플롯으로 표현해낸 좋은 영화였다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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