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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풋풋씨 Mar 11. 2020

울릉도 해담길 도보여행

1구간 행남 해안도로

191210



코로나 잠잠해지면 다시 가고싶은 곳



세 번째 울릉도 둘째 날

따뜻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자서 몸도 마음도 풋풋.

어푸어푸 세수를 하고 수분크림 투척, 선크림 투척. 1회 적정량인 500원짜리 동전만큼 선크림을 손에 짜셔 얼굴에 꼼꼼하게 바른다. 외출 30분 전에 발라야 얼굴에 보호막이 생겨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내 피부는 소중하니까요"


세수를 하고 꼼꼼 선크림



죽도가기

이번 울릉도 여행 목표 중 하나인 죽도 가기.
죽도는 울릉도 부속섬 중 가장 큰 섬이다.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대나무 죽, 섬도를 써 죽도이다.
봄에는 노란 유채꽃과 초록 대나무로 더욱 아름다운 이곳을 약 한 시간 정도 천천히 걷는 느낌은 어떨까?

죽도에는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두 명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분이신지 많이 궁금하다.  죽도는 그분의 삶의 터전이니 조심스럽게 행동해야겠다.

죽도에 가려면 도동 여객선터미널로 가야 한다.
관광 안내소에 받은  버스시간표를 살펴보니 9시 20분, 10시 15분에 여기 저동에서 도동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10시 15분 버스를 타고 가자.



대구 게스트님 이야기

옆 침대를 사용하는 대구 게스트님은 오늘 체크아웃한다고 한다.  오늘 상황을 봐서 대구로 돌아갈지, 여행을 더할지 결정한다고 한다.
여행을 더 하는 걸로 결정되면 다시 오세요 라고 인사했다.
그런데 대구 게스트님 말이 뭔가 돌직구다.


혼자 쓰시는 게 더 좋잖아요?


- 네..? (그걸 어떻게 아셨죠..? 가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혼자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좋은 게스트님이랑 같이 쓰는 것도 좋아해요.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대구 게스트님이 입을 연다.

-  실은 그저께, 다른 게스트랑 저랑 둘이 묵었었거든요. 제가 게스트하우스 오니까 그분이 먼저 방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인사했죠. 그런데 뭔가 시큰둥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제게 말을 거는 거예요.

글쎄 첫마디가... 뭔 줄 아세요?


발은 씻으셨어요?
냄새나는 것 같은데요


- 네에? 세상에!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요?

- 네. 바로 화장실에 가서 발을 씻고 왔죠.
그랬는데 7시 50분이었나? 그쯤에 그 사람이 다시 말하더라고요. "안 주무세요? 핸드폰은 좀 그만 하실래요?"
9시 50분도 아니고 7시 50분에 말이에요!


- 아! 진짜 이상하고 신기한 게스트네요. 정말 기분 나빴겠어요. 아! 저는요 정말 절대 안 그래요!! 편하게 생각하시고 여행 연장되면 꼭 다시 오세요!

그렇게 인사를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왠지 옆 게스트님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여행하며 게스트하우스에서 내 모습은 어땠는지 돌아본다. 조금 더 친절하게 첫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풋풋 미소 장착!


저동 약국 앞에서 버스를 타고 도동으로 출발!
울릉도 읍내 버스요금은 900원, 읍외 버스요금은 1,400원이다. 전국에서 사용하는 그 교통카드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카드 할인은 똑 같이 50원. 내릴 때 단말기에 교통카드 안 찍어도 된다.
저동에서 도동은 버스로 10분이면 ok.
도동 도착.
어제 다시 가겠다고 했던 동은 식당에 또 간다. 정식 메뉴를 시키고 지도를 살펴본다. 따뜻한 방바닥에 허리를 펴고 다리도 피니 좋구나!

곧 밥상이 나왔다. 북어 미역국에 갓 지은 쌀밥, 배추김치, 총각김치, 깻잎, 멸치볶음, 버섯무침에 조기까지. (부세일까?)  

도동 동은식당 정식


맛있고 기분 좋게 잘 먹고 계산하는데, 어제 그 직원분이 천 원을 또 돌려준다. 아니에요. 다 받으셔야죠 하니, 또 오시면 되죠.라고 웃으신다.
'아 또 와야겠다!' .

천 원의 힘(실은 따뜻함의 힘)은 크다!


도동 여객선터미널에 가서 죽도 시간표를 보니...
11월  21일부터 3월 31일까지는 운항을 하지 않는다!
독도만 그런 줄 알고 죽도가 그런 줄은 몰랐다. 으엉엉.
(열은 아니더라도 둘은 알자구나)

그럼 난 이제 어디로?

죽도는 4월 맑은날 운행(문의 054-791-6711)



그럼 난 이제 어디로?

흠...


해담길을 걷자!

제주도에는 올레길, 지리산에는 둘레길이 있다면 울릉도에는 해담길이 있다!
해담길은 울릉도 옛길로 울릉도 일주도로가 생기기 전 울릉도 사람들이 걸었던 옛길이다.

1구간부터 9구간까지 있다.


울릉도 해담길


울릉도 해담길 (km/ 난이도)

1구간 행남 해안도로 (2.8 / 중)
2구간 도동-저동 옛길 (3/ 중상)
3구간 내수전-석포길 (3.8 / 중하)
4구간 석포-천부길 (5 / 중)
5구간 알봉둘레길 (5.5/ 하)
6구간 수토사길 (4/ 하)
7구간 태하령길 (6.2/ 중상)
8구간 남양-옥천길 (4.2/ 중상)
9구간 옥천-의료원길 (4.5/ 중상)


6-9구간은 현재 걷기가 좋지 않아 추천하지 않고 있다.

1구간과 2구간, 3구간과 4구간, 5구간과 깃대봉, 울릉천국 이렇게 묶어서 걸으면 좋다.

관광안내소에서 울릉해담길 안내책자와 스탬프북 책자를 받을 수 있다.

스탬프북 책자에는 울릉도에서 꼭 가봐야 할 18곳이 소개되어 있다.

스탬프북에 도장을 찍으면 작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




해담길 1구간

해담길 1구간 행남 해안길은 총길이 2.8km로 난이도는 상중하 중 중이다. 후반부엔 살짝 힘들지만 가볍게 걷기 좋은 길이다. 무엇보다 풍경이 시원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여기서 행남이란 말은 도동과 저동을 아울러 뜻한다.

행남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행남등대와 저동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국가지질공원인 행남 해안도로에서는 다양한 울릉도 지질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1구간에는 파전과 팥빙수 등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세 곳이 있고,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건물도 있다.  

처음 걷기에 딱 좋은 길이다.


행남 해안도로 시작점 계단 앞에 섰다. 11시 44분.
연중 평균 12도의 온화한 온도를 유지하는 울릉도. 12월이지만 날씨가 좋아 검은 롱패딩을 벗고 싶다. 더우니 귤을 까먹고 가자. (이것은 무슨 논리)

귤을 네 개 까먹고 상큼한 기분으로 걷는다.

아 상쾌해. 자꾸 기분이 좋아.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바다는 푸르르고 하늘은 깨끗하다. 걸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이 아름다움을 보면서 나도 조금이나마 닮기 때문인 걸까...? 부디!
그렇다면 더 많이 걸어야겠다. 걷자. 부지런히.

바위에 철썩철썩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웅장하다. 울릉도 초기 화산활동의 모습들이 곳곳에 보인다.  신비로운  바위 모양과 바위 색깔이 걷는 내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 멀리 용궁 가게가 보인다. 10월에는 열려있었는데 지금은 닫혀있다.

활짝 폈던 보라색 해국 꽃도 지금은 잎만 남아있다.


10월 해국
12월 해국

이곳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기억한다.

지난번에 이곳에서 김광석의 서른즈음에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라는 노래가 나왔었다. 왜인지 마음이 울렁거렸었는데...
나무의자에 앉아 서른 즈음에 노래를 틀어 다시 들어본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는 말은 왜 이리 슬픈건지...
한참을 센치한 척 앉아있다가 다시 힘을 내어 걷는다.


그런데...

아직도 피어있는 해국 꽃이 있다. 아직도 피어있어. 끝까지 피고 있어. 무언가 가슴이 뜨거워진다.


나무벤치에 앉아 서른즈음에를 듣는다
12월 아직도 피어있는 해국 꽃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고 있는데 뭔가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염소다!

검은 염소들이 풀숲에 앉아 한가로이 풀을 씹으며 나를 보는 듯 안 보는 듯 보고 있다. 울릉도에만 오면 염소를 보네. 헤헷.


평화롭고 여유로운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행남 등대다.

스탬프도 꾸욱 찍어주고. 옆으로 난 나무데크길은 걸어가 보니 풍경이 일품이다. 해안도로 무지개 다리도 다 보인다!


도동 등대 스탬프함과 무지개 다리


등대가 서있는 곳에서 내려와 걷다 보니 삼거리가 나온다. 2 구간 길과 합쳐지는 길이다. 이제 저동이 코앞이다. 철수네 가게에서 파전을 먹고 싶기도 하지만 웬일인지 배가 안 고프다. 웬일이지?

저동으로 올라가는 길은 난이도 상이다. 팔다리가 따로 논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행남등대, 촛대암과 저동항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힘을 삼아 나머지 길을 걷는다.



마음이 울렁거리는 걸까? 몸이  울렁거리는 걸까? 뱃멀미가 이제 나타나는 건가?  

숙소에 가서 푹 쉬어야지! 발 닦고!


2시 50분 숙소 도착!

옆 게스트님은 보이지 않는다.






버스 900원

아점 동은식당 정식 9,000원

간식 편의점 22,600원 (사과, 귤, 초콜릿, 과자)

숙소 울릉도 위드유 35,000원

총 6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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