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크먼이 던진 질문
난 올해 초부터 장기채 시장에 지속된 투자를 해왔다.
지난 달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지속적으로 30년 국고채를 매입해왔고,
현재의 장기채 금리 시장을 비효율적이라 판단하여 곧 이전으로 회귀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화제가 되었던 빌 애크먼의 트윗이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아는 리틀 워런버핏이라 불리는 사나이다. 사실 버핏과 투자 철학이 정반대이긴 하다.
"난 30년 만기 채권에 숏을 쳤다. (가격 하락에 베팅했다.) 첫번째 이유는 이 장기채 금리가 내 주식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이것 그 자체로도 훌륭한 베팅이기 때문이다."
**주의: 빌 애크먼은 옵션으로 산 것이다. 쉽게 말하면 가격이 안 떨어지고 오른다고 해도 잃은 돈은 상대적으로 적다.
첫번째 이유는 장기채 금리가 올라서 주식이 떨어질까봐 그것을 헷지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자체로도 독립적으로도 좋은 딜이라고 본다고 했다.
즉, 국채 가격이 떨어진다고 보는 뷰가 꽤나 합리적이라고 여긴다는 것.
이 글을 보고 꽤나 고민이 들었다.
내가 시장을 보는 관점과 완전히 반대였는데, 꽤 합리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관점을 두고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일단 장기채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장에서 장기채의 인기가 하락한다는 것이며, 장기채 금리가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와 공급의 관점에서 보자면, 공급량이 더 늘어나거나 수요가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급량이 더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양을 위한 국채를 더 발행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현재 국가 부채는 관리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대출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신규 국채 발행을 통한 돌려 막기에 다소 줄일 가능성이 높다.
즉, 더 이상의 발행은 막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최근 50년 주담대에 대해서 나라가 취한 태도가 이를 증빙한다.
그렇다면 현재 수준의 국채 규모에서 수요 요인이 이를 좌지우지 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한번 분석을 해보자.
현재가 과매수된 것인지, 앞으로 매수가 강화될 것인지이다.
실제 금리 인하 시기를 조금 빠르게 보았던 개미/기관들이 장기채를 빨리 쓸어 담으며 이에 대비했다.
급격한 상승 시기 이것이 오래 지속되지 못 할 것이란 사람들의 시각이 몰린 듯 하다.
올해 상반기 경제 지면에 상당히 자주 나왔던 것도 이런 뉴스였다.
장기채가 인기를 끌려면 우선 현재의 가격이 싸다는 컨센서스가 이뤄져야 한다.
미래에는 장기채가 더 인기를 끌 것이라는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수익률이 메리트가 있을지 몇가지로 뜯어서 볼 수 있다
A. 단기채를 대체재로 보는 관점:
이때는 메리트를 찾기 어렵다. 3년채 수익률이 3.73%로 30년채 수익률 3.77% 대비 비교 우위가 적다. 기간 리스크를 적게 가져 가며 거의 동등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면 단기채의 매력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B. 장기채를 독립적 자산으로 보고 역사에 기초한 관점:
단기채의 이자를 고려하지 않고 장기채 독립의 역사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자체적으로 계산을 해 보았을 때, 2012년 이후 지금보다 30년 금리가 더 높았던 시기는 대략 8%에 지나지 않는다. 그 마저도 작년 9월 최고점 (4.1%) 가량 찍었던 시기를 제외한다면 더 적을 것이다.
“시장은 결국 낮은 금리의 세대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점이다. 이 세상에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서서히 침체는 들어오게 될 테니 그에 맞춰 대책을 강구하게 되며, 단기/장기채 할 것 없이 수익률 선 자체가 한 단계 밑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C. 지금을 ‘뉴노멀’로 정의하는 관점:
현재의 시장에 사람이 적응하여, 만성적 인플레이션을 받아들이고 지금의 이자율을 적정 수준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관점이다. 작금의 상황을 볼 때, 몇몇 나쁜 시그널(새마을금고 사태 등)이 있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경제 체력이 좋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금리라면 세상이 곧 무너지리라 생각되었는데, 여전히 투자 세력은 견조하고 부채 증가도 드세다. 만약 여기서 금리가 조금 더 상승한다면 위험에 다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럴 용기가 보이진 않는다.
이 상황에서는 장기채의 매력이 감소하게 된다. 떨어질 줄 알았던 수익률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으면, 앞서 보았듯 대체재로써 단기채의 매력도가 증가하게 되고, 그럼 자연스레 장기채의 수익률은 높아져야만 수요를 빨아들여 올 수 있다. 긴 기간의 고금리에 어울리는 형태로 수익률 곡선이 재조정될 것이라는 것. 즉 우상향 하는 수익률 곡선이 현재의 단기채를 기준점으로 다시 생길 것이라는 말이다.
당연히, 단기채 그 자체를 완전한 대체재로 볼 수는 없기에 (기간에 대한 프리미엄을 안고 가는 자산이기에),
A를 제외한 두 가지 관점 중 하나를 선택해 보아야 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답은 현재의 금리 수준이 삶을 살기에 얼마나 팍팍한지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지금 살만한 것인가. 이 역시도 몇 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현재 정도의 물가 상승률이 살만한가 로 보자면,
올해 1분기 기준 실질 소득 증가율은 0.0%로 정확하게 그대로였다.
즉, 물가도 올랐고 월급도 그에 맞춰 동일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금리에 가장 민감한 지표라면 주거비가 될 것 같은데,
월세와 같은 실제 주거비 자체는 전년 대비 8%가량 증가했으나, 수선 및 유지 비용은 감소했다.
즉, 민감 부분은 오른 것이 맞는데 부대 비용을 줄이면서 어찌어찌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나, 어찌어찌 이에 맞춰 조금씩 적응해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맞아 보인다.
물가가 상승하고, 금리가 올랐던 만큼 이를 뒤에서 받쳐줄 근로 환경이나 사업체는 아직 어느 정도 버티고 있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 기업의 상황은 어떨지 보겠다.
기업의 채무 지급 능력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 파산 건수를 기준으로 보자면, 올해 접수된 법인의 누계 파산 건수는 724건으로 전년 452건 대비 70퍼센트가량 증가했다.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볼 때, 기업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초 2.9%에서 1.4%까지 내려왔다. 제조업이 회복 국면에는 있으나 아직 그 폭이 저조하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잘 버텼으나, 조금 힘들기는 하다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나라의 자금이 기업의 회생으로 쓰일 수 있는 여력이 있을지 한 번 생각해 보자면,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도 부채 관리 국면에 들어 갔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더 이상의 구제 정책이 오히려 더 큰 자금 경색을 초래할 것이라는 기조 변환이 일어난 것.
국내는 이렇게 흘러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최근 큰 이슈 중 하나는 중국의 부동산 위기일 것이다.
연쇄적인 파산 우려가 번지고 있고 얼마나 크게 번질지, 작게 마무리될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만약 우려하는 것만큼 큰 위기로 번지게 된다면 그 영향력은 사실 가늠이 안 된다.
정리해보자면,
정도로 요약이 되는 듯한데, 이를 기점으로 볼 때 나는 아직도 1번의 시각에 가깝다.
1. 우리의 금리는 역사적 평균으로 빠르게 회귀할 것이다.
2. 우리의 금리는 현재를 기준으로 다시 평균을 다질 것이다.
다만, 회귀의 ‘시기’에 대한 관점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빠르지는 않을 것 같다.
지표 상에서 대외 변수만 아니라면 꽤나 잘 버티고 있다는 점이 보였고,
당장 우리의 문제로 나라가 큰 위기에 빠질 것 같은 요소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장기채는 단기간에는 침체 기대감을 조금씩 잃어가다가,
정말 힘들어지는 시기(생각한 것보다 오랜 시간 후)가 되면 그때서야 반영하지 않을까 싶다.
대외 변수만 없다면 말이다.
그래서 매수 기간을 기존보다 조금 더 길게 가져가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올해 초부터 포지션을 1년 동안 구축할 계획이었는데, 반년 정도를 더 늘려야 할 것도 같다.
역시 참 쉬운 투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