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국고채 금리가 4%를 넘어섰다.
3년물과의 금리 차이는 0.1% 정도로 넓어졌다.
기존 글에서 나는 장기채 금리가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가능성에 조금 더 높게 베팅을 했다.
이와 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논리 기제는 아래와 같았다.
1. 사람들은 어찌어찌 살지만 힘들다.
2. 시장을 더 조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3. 중국 등 대외 변수로 인한 침체 위험이 있다.
4. 때문에 장기적으로 금리는 이전 수준 회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논리 기제에 새로운 생각이 들고 있다.
과거의 내가 틀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크게 두가지 정도이다.
(한국은행의 관점에서)
1. 이번이 부실 기업의 정리 기회가 될 수 있다.
2. 이럴 때 향후 금융 정책의 룸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첫번째 문장부터 보겠다.
최근 한국의 건설 기업 폐업 수가 굉장히 많이 증가했다는 통계가 발표 되었다.
https://m.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09841.html#ace04ou
“이러한 폐업이 정상적 사업의 결과였는가?”
에 대해, 사실 그렇게 보고 있지는 않다.
사업성 판단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즉, 미래 수익성 판단에 대해서 과도한 긍정성을 가지고 수많은 사업을 땡겨온 결과라는 것이다.
현재 정부 역시 질적으로 충분한 미래성이 보이지 않는 조달에 대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입장을 취할 걱으로 보고 있다.
기존 건설 시장 붐에서 일어난 무분별한 파이낸싱은 이번 기회에 정리할 것이란 의미이다.
비슷한 것이 IT 업계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이기도 한데, 요즘 이 시장 전반적인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에는 매력적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도 사람을 끌어올 수 있다면 그것 자체를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로 봐주었다.
즉, 일단 사람을 모으면 성공할 것이란 기대를 해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돈을 벌어야 서비스로 취급 받는다.
서비스 생산 단계에서부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계획적 적자는 인정하나, 계획 없는 낭만 적자는 거부한다.
서비스의 질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정부도 모르지 않을 터,
그렇다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인가? 그러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당겨 오는 형태의 성장은 결국 종래의 저성장을 가져온다.
이에 대한 위험을 항상 누군가 해결해줄 것이란 마음을 품는 순간 누구나 위험해질 것이며, 커다란 부채와 양극화 그리고 거대한 버블은 미래 세대의 즐거움을 뺏어버린 행위이다.
이에 대한 메시지를 최대한 스트레스 없이 주는 것에 한국은행의 역할이 있기에, 비교적 잘 버텨내는 현 상황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못 버티는 기업을 불건전으로 정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두번째, 만약 기업 정리의 개념이 아니자고치자 그렇다고 해도 큰 사고가 없다면 이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미래를 위한 금리 인하 룸(room)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다.
흔히 말하는 양적완화는 제로금리 이후에 행하는 최후의 돈풀기 행위이다.
제로금리 후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가 성행하지 않을 때, 직접적 돈 풀기로 시장의 인위적 활황을 조성하는 것이다.
만약 미래에 침체 일로를 걷는다면,
금리 인하 > 제로금리 > 양적완화 이런식의 정책 흐름을 펴게 될 확률이 높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시장 개입 여부를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독립적 역량을 펼 수 있도록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확보해 놓아야 한다.
아주 심각한 비상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내 견해는 지금을 이렇게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 이창용 총재의 부동산 발언이 꽤나 인상적이기도 했다.
https://m.yna.co.kr/amp/view/AKR20230824089351002
저금리 시대에 대한 전망을 쉽사리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즉, 현재의 상황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판단이며, 가능한 오래 지켜보겠다는 생각이 보인다.
단순히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것이 아니라,
버티면 최대한 오래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금리의 방향성과 동일 시 여겼지만, 이게 정상화 하더라도 쉽사리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종합적으로 이제는 장기채의 단기적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시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현재의 단기채를 기점으로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되며 장기채의 기간 프리미엄이 0.5-1% 정도 더 붙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기채 금리가 3.5% 이하로 내려가길 기대하기보다 4.5% 이상이 될 것을 예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도 같다.
하지만, 금융 시장에 ‘절대’라는 것은 없기에 현재의 포지션을 일부 덜어내고 매우 천천히 장기채를 매집하려고 한다.
(현재가 고점일 수도 있음에 일부 베팅하는 선택)
내년 중 고점을 다시 돌파할 것을 예상하며 점진적으로 금액을 늘려 볼 생각이다.
다시 한번 틀렸다는 생각이 들 때, 3편을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