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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배 Dec 11. 2024

뭔 짓을 해도 안 낳을 걸요?


*이 글은 24.05.16 작성된 글로 뒤늦게 브런치에 옮겨왔습니다.



저출산 대책이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원인은 이미 많죠.

대부분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과도한 경쟁, 경제, 경력 단절 등.


대책의 방향도 굉장히 명확합니다.

돈을 주거나, 대신 봐주거나


그런데 얼마 전 
굉장히 흥미로운 아티클을 발견했습니다. 


"가정 친화 정책은 저출산 못 막는다. - 파이낸셜 타임스"
"Why family-friendly policies don’t boost birth rates"


그 아이디어가 굉장히 흥미로워,
이와 함께 몇 가지 추가 사실을 전달하며,
저출산 대책이 없다는 주장을 해보겠습니다.



1. 막 키워도 된다 그러면 낳는다니까요?


만약 아이를 그냥 방임해도 된다면,
낳기만 하고 보살피지 않아도 된다면,
출산의 결심이 어렵지 않게 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아마 별 고민 없이 아이를 낳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아이를 안 낳게 된 것은
육아를 하는 것이
"정성을 다해 훌륭한 사회의 일원"을
만들어야 된다는 함의가 있기 때문이죠.


부모의 미덕이
아이가 잘 성장할 때까지
모든 것을 정성스레 케어해 주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래는 연도 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그래프입니다.

한국은 과거에 하루에 한 시간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하루에 4시간 정도를 보내죠.

이처럼 육아 시간이 상승한 모든 나라들은
하나같이 출산율이 하락했습니다.


단 한 곳 재미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스입니다.
프랑스는 육아시간이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출산율도 OECD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1.8명이죠.


프랑스는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길래
육아 시간이 이토록 짧은 것일까요.


미국 사회에 굉장히 인기였던,
'Bringing up Bebe'라는 
프랑스 육아에 관한 책에 따르면,

프랑스의 부모는 기본적으로 미국 부모보다
'자기 자신, 수면, 일' 등을 우선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의 육아는
사회 공동체의 책임이죠.

정말 어린아이도
보육 센터에 맡기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프랑스는,
아이만큼 '나'도 엄청 중요하고,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것이죠.


보통의 국가들은,
희생을 육아의 미덕으로 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희생을 해야 한다는 의식이
아이를 회피하게 하는 궁지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안 되는 것만 잘 알려주고,
나머지는 그냥 대~충 키우면 됩니다."

라는 과거의 합의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우리는 낳을 수가 없습니다.



2. 한두 푼 더 쥐어줘도 안 낳아요


경제적인 관점의 저출산 지원 정책이 많습니다.
아이 낳으면 얼마 준다 이런 거 말이죠.


사실 우리는 그 한두 푼 더 받는다고,
애를 낳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너무 뻔하지 않을까요?

낳을 때 몇 백만 원 쥐어준다고, 
갑자기 아이를 낳고 싶은 것은 아니죠.


이에 대한 재미있는 통계도 아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저출산에 쓴돈,
아래 그래프는 출산율입니다.


모두가 돈은 엄청 쓰는데
그래프는 기가 막히게 하락하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이를 안 낳는 이유는
단순 경제 이유보다도 
'문화'와 더 큰 연관성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어떤 요인이 
출산율과 더 관계가 깊은지 보는 그래프입니다.

딱 봐도 파란색은 비교적 완만하고,
빨간색은 비교적 가파르죠.

요약하여 말하자면,

육아 비용 | 육아 휴직 지원은 
딱히 출산율을 못 올리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 | 숙제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출산율이 올라갑니다.


우리가 돈 때문에,
경력 단절 때문에 안 낳는 게 아니죠.


부모에게 희생을 더 강조하고,
아이 공부를 열심히 시켜야 해서,

안 낳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뭐 하나 쥐어줄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다고 사람들 안 바뀌죠.

사회 전반의 의식을 바꿔야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의 문화와 관습을 바꿀 일이죠.



3. 성장라이팅에 안 당해요


자본주의 국가에서
출산율 출산율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인구가 경제성장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노동력의 증가를 바탕으로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이러한 재원을 바탕으로 나라 살림을 합니다.


그런데, 멈춰서 생각해 보죠.

만약 나라가 성장을 안 하면,
나라가 갑자기 망하기라도 할까요?


여기서 재미있는 나라는 일본입니다.

잃어버린 30년, 우리는 많이 들어봤죠.
그럼 진짜 국민들도 잃어버렸다고 생각할까요?


일단 실업률이 너무 낮습니다.
OECD 평균보다 상당히 높은
77%가 유급 일자리가 있죠.

취업에 대한 경쟁이 없습니다.
기업 간 임금 격차도 적죠.


과연 무엇이 행복한 나라일까요?
사람 갈아서 성장하는 나라일까요,
성장은 못 해도 경쟁과 걱정 없는 사회일까요?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릭대 교수는
저서에서 말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면 충분합니까?"

일단 지향점을 한번 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성장, 성장하는 사회보다
덜 성장해도 행복한 사회에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자연스러운 흐름 안에 있을 수도 있죠.


 낳아서 나라가 발전해야만 하는

명백한 이유라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성장라이팅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거부하고 있는 것일 수 있죠.



그 어느 때보다 
방향이 명확해 보이는 주제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많이 낳을 이유가 없어 보였죠.

단기간에 바뀔 이유도 없어 보였습니다.


사업이나 투자에 무슨 관련이냐겠지만,
이것이 바뀌냐 안 바뀌냐는
한국의 여러 산업에 큰 영향이라고 봅니다.


장례, 병원, 명품 등
수많은 것이 이와 연계가 되겠죠.


저도 아이 낳기 좋은 문화와 세상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 글은 미래에 제가 욕을 먹는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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