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인배 Oct 13. 2020

현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한겨레출판의 4천 원 인생을 읽었다.


4천원인생

저자: 안수찬, 전종휘, 임인택, 임지선

출판: 한겨레출판

발매: 2010.04.30.



본래 의도치 않게 항상 느린 독서를 하는 나에게 이 책은 순식간에 읽히고 말았다. 

칼럼과 같은 간결한 형식이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두 눈을 의심하게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책 읽는 것을 멈추지 못하게 하였다. 



출퇴근길에 책을 읽으며 매번 눈물을 훔쳤다. 

‘가난의 대물림’은 현실이었고, 개천에서 용 나기는 실제로 용이 승천하는 것보다 어려웠다. 

항상 부족하게 자라왔다고 생각한 내가 너무 한심했다. 

속으로 한참을 욕 퍼부은 적도 있었다.



첫 장이었던 갈빗집/감자탕집 부분은 정말 믿을 수가 없는 우리나라의 이면이었다. 

여성 노동자에 대한 하대는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가지고 있던 스토리는 계속해서 내 마음을 자극했다. 

한 직원이 검은 봉투에 반찬을 담아서 아이에게 주며 아껴 먹으라고 말하던 그 어귀를 읽으며 

인생에 대한 회의감에 잠깐 동안 멍해졌다.



애초에 나는 출발점이 그들과 매우 다른 사람이었다. 

태어난 나라가 잘 살아서, 성별이 남자라서, 가정 형편이 그리 나쁘지 않아서 그저 그런 삶을 살아왔다.


 내 삶을 그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치를 누리면서 살아왔다. 


나는 하고 싶은 알바를 골라서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려왔고, 나름 직업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지금도 누리고 있다.



과연 책 속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계층 이동을 위해 꿈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임금 상승의 기대감도 없고, 저축을 기대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하여 임금이 높은 직업을 가지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인간이 된 이상 희망을 안 가지도록 마음을 다 잡을 수도 없다. 

이러한 악순환을 해결해 줄 구조의 변화는 애초에 신경도 안 쓴 지 오래다. 


노동을 하는 순간은 그들에게 죽어있는 순간이다.
살아있는 순간을 누리기 전에 잠에 들어버린다.



안타깝다. 죽을 만큼 안타깝다. 분명히 신은 없다. 

당근 한 번 제대로 준 적 없으면서 사회는 왜 계속 채찍질만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 친구가 소위 말하는 ‘노가다판’ 꽤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했다.

급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곳에서 몇 년 동안 일 해온 여성 노동자 분 한 분이 계셨는데, 공사장 사고로 크레인이 옮기는 물건에 깔려 돌아가시는 일이 있었다. 



건설사 측이 약 3억 원가량을 보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가신 분의 남편이 그 돈을 달라고 며칠을 조르고 결국에 받아가며 아이처럼 좋아했다고 한다. 

친구로부터 이러한 얘기를 듣고 분노와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도박에 빠진 지 오래라 공사장에서 온갖 욕을 하며 아내에게 돈을 가져가기 일쑤였다고 한다.

중학생의 남자아이도 있었는데, 

학교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아버지와 같은 행위를 공사장에서 자주 했다고 들었다. 



수많은 가난한 노동자들의 진정 슬픈 점은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그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이다. 

가난은 그들의 생각까지 관통하고 더 나은 삶은 버려버리게 만든 채 

같이 가난을 공유하는 구성원마저 그들을 구석으로 몰아버린다. 



어느 한 가지라도 그들이 생각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있다면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노동의 시간도, 임금도, 관리자도 어느 하나 괜찮은 것이 없는 그들에게 발전을 기대한다면 

이는 우리의 욕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이 마음에 들었다면 라이킷, 꾸준히 읽고 싶으시다면 구독 부탁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