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하는대로 Jan 04. 2024

제주에서 요가 강사를 한다고? (2)

지도자의 눈을 가지는 것에 대하여

제주에 온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그 8개월을 아주 촘촘히는 아니지만 꽤나 밀도 있게 요가로 채웠으니, 요가는 내가 제주에서 이룬 꽤나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굳이 업적이라는 타이틀을 주고 싶은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요가에 대해서 완벽한 문외한이었던 내가 무려 '지도자' 자격증을 따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원하는 협회를 알아보고, 자신과 잘 맞는 요가원을 골라서 자격증 반에 등록하면 된다. 자격증 반에 등록하고 나면 그 무엇도 간단하지 않다.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요가 철학부터, 입에 붙이기도 어려운 아사나 명칭들, 쏟아지는 강의들……이 때문에 머리만 아프기도 바쁜데 고된 수련으로 내 몸은 어디 하나 안 쑤신 곳을 찾기가 힘들다. 


요가 지도자 자격증의 불씨를 지핀 것은 다름 아닌 플라잉 요가였다. 호기심에 플라잉 요가에 입문했는데, 좋은 기회를 얻어 플라잉 요가 수업을 맡게 되었고, 몇 달간 플라잉 요가 지도자로서 일을 할 수 있었다. 1시간짜리 수업을 위해서 할애해야 하는 시간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았다. 소심한 성격 탓일까 완벽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을까, 본업도 있는 와중에 틈만 나면 요가 수업에 대해서 고민했다. 대부분 요가 수업은 회당 3만 원~3만 5천 원 사이의 시급을 받게 된다. 투잡으로 하기에 꽤나 짭짤한 수입처럼 들리겠지만, 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당시 나는 이 세상 요가 지도자들 중에서 아마 제일 시급을 낮게 받고 있는 사람이었을 것 같다. 그만큼 머릿속에서는 수업에 대한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본업과 병행하기 어려워진 탓에 강사 수명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대신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당연한 말이지만, 플라잉 요가도 요가에 뿌리를 두었기 때문에 아사나와 호흡 등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요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니 플라잉 요가 수업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많았고, 요가 공부에 큰 갈증을 느꼈다. 그렇게 요가 지도자 과정에 도전해서 반년동안 열심히 갈고닦은 결과 합격이라는 선물을 받게 되었다.


강사 생활을 하지도 않을 건데, 왜 굳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지도자 자격증을 따냐고 묻는 친구도 있었다. 어떤 의미를 둘 것인지는 온전히 내 선택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부분으로 그 대답을 대신했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 지도자의 눈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강사가 되어 돈이 되는 일이냐 아니냐, 하는 수준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넓은 시각과 깊이, 자신감과 책임감 등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렵다. 플라잉 요가 강사를 지속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도전한 데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수련 시간도 짧은데 자격증 하나 땄다고 요가에 있어서 나의 깊이가 깊어졌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격증이 없더라도 수련을 오래, 깊게 하신 분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못 미침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래서 오히려 좋다. 아직 가지 않은 길이 많이 남았기에 더 설레고 기대가 된다. 지금은 짧디 짧은 나의 호흡이 조금씩 길어질 수 있도록 오랫동안 꾸준히 수련의 길을 걷고 싶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 중, 새해를 맞이해 요가 지도자에 관심을 갖게 되신 분들이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적극 추천! 한다 :-)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에서 요가 강사를 한다고?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