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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Apr 13. 2024

#3. 소설가의 말

혼자 강화도에 왔습니다. 잔잔한 강화도의 바다를 보며,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가끔 이렇게 무계획으로 훌쩍 달려온 곳에서의 짧은 힐링은 저에게 힘이 되어주곤 합니다. 머릿속에 복잡함이 사라지고, 재미있는 글이 써지길 바라는 마음에 강화도에 왔습니다.


어릴 때의 저는 바다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바다보다는 산이 더 좋아졌었습니다. 산속에, 숲 속에 둘러 싸여 있으면 어딘가 이세계에 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속에서의 그늘과, 서늘한 바람, 시원한 공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누군가 저에게 "너는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라고 물을 때면 저는 산이 좋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요즘 바다가 그렇게 그리웠습니다.


오늘 제가 강화도에 온 것은 참 뜬금없는 무계획의 발걸음, 아니 드라이브였습니다. 김포에서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언니와의 만남을 갖고, 무언가 힐링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핸들을 돌려 가장 가까운 바다가 있는 강화도에 들린 것입니다. 다행히 제 가방에는 맥북이 있었습니다. 요즘의 저는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도록 항상 차 안에 맥북을 가지고 다니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강화도의 파도는 잔잔합니다. 호수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입니다. 덕분에 고요한 낮을 보내고 있습니다. 바다 바로 앞에 있는 카페테라스에 앉아서 미숫가루를 마시고, 미지근한 바람을 느끼며 저와 제 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바다, 저는 바다를 좋아했습니다. 고민이 있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면 저는 강원도로 향했습니다. 생각 없이 3시간 정도의 운전을 하면, 동해 바다가 제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바다를 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 모래사장에 푹푹 빠지는 신발.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의 수다 소리. 모든 것이 저에겐 힐링 포인트였습니다. 바다를 멍하니 보고 있으면, 딱히 무슨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제 속을 시끄럽게 하던 것들이 다 파도에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들어 상쾌했습니다. 바다의 끈적이는 바람과 공기까지도 좋았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바라본 바다는 참 좋습니다.


'그래, 안 써질 수도 있어. 그럴 때는 괜히 너를 괴롭히며 억지로 쓰려고 하지 마. 그저 바람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가볍게 움직여보는 것도 좋아.'


바다가 이런 이야기를 저에게 건네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괜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산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던 요즘의 저였지만, 오늘부터 왠지 다시 바다를 더 좋아할 것만 같은 오늘입니다.


신세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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