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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 EATS Apr 11. 2022

우리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식탁

서스테인잇츠는 이런 잡지입니다

“뭐 먹을까”
 

지인을 만나면 나누는 대화 중에 수위를 다투는 질문이다. 식사 메뉴나 장소를 정하는 질문은 본격적인 대화를 위한 탐색전이다. ‘식(食)’에는 맛 말고도 다양한 것이 담겨 있다. 사람에게 ‘식’은 육체의 만족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음식은 냄새, 분위기, 사람, 관계, 문화, 역사, 시간 등이 어우러진 복합체로 우리의 존재를 자극한다. 최근에는 환경과 생태(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재조명되며 ‘식’은 또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고도의 복합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현재의 패러다임에서 진정 ‘잘 먹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이 시대에 ‘미식’은 무엇일까?



매거진 <SUSTAIN-EATS>는 이 물음을 가능한 멀리까지 끌고나간다. 매호 소재를 정해서 그것이 품고 있는 역사, 이야기, 사회적 상징, 환경에 시선을 던진다. 그렇기에 매호 매거진의 형식이 변칙적이다. 소재를 바라보는 관점도 변하고, 방점의 위치도 다르다. 변주의 시작은 초기화와 맥락이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까지 파고 들어간다. 이 복합체가 갖는 문제가 각기 다르기에 문제를 다루는 분야도 달라져야 한다. 





가령 모든 음식의 종착점인 음식물류 폐기물(이하 음식물쓰레기)을 소재로 한다면, 소비자에게 음식물쓰레기로 인식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것들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음식물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이후의 과정도 소비자와 무관하지 않음을 말하기 위해 음식물쓰레기 처리 과정을 살핀다. 음식물쓰레기는‘먹고 남긴 것’이라는 통상적인 관념을 벗어나기 위해, 음식물쓰레기의 원인이 되는 사회적 요소들을 담는다. 못난이 농산물이라던가 유통기한이 그렇다. 문제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면 퇴비화나 업사이클링 등으로 긍정적인 움직임을 제시한다. 





또 세계 최고 수산물 소비국으로서 어업의 문제를 다룰 때에는 해저에서부터 수산시장까지 문제를 그물처럼 엮어나간다. 어린 물고기 남획과 유통 문제, 이주어선원 노동권 문제, 어업 폐기물 문제는 결코 개별적이지 않으므로.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노력들을 소개할 때에는 개론적 형태를 취할 것이다. 





이 다채로움과 변칙 속에도 중심은 분명하다. <진정한 식문화는 건강에도 환경에도 나아가 사회에도 이로워야 한다>는 목적성이다. <SUSTAIN-EATS>는 이 목적을 품고 나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 만나보고 그들의 생각을 지면에 기고하길 요청한다. 그들은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궈온 경험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고 함께할 필요성을 제안한다.





북송의 시인 황정견(黃庭堅·1045~1105)은 《산곡집(山谷集)》에서 ‘사대부 식시오관(士大夫 食時五觀)’을 말했다.


첫째, 내 앞에 놓인 이 음식은 어디서 온 것이며 누가 만든 것인지를 생각해라. 
둘째, 올바른 마음으로 음식을 먹을 만한 일을 충분히 했는가를 먼저 생각해라.
셋째,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마라.
넷째, 음식은 좋은 약이다. 맛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다.
다섯째, 늘 인격의 완성을 위한 노력을 해야만 밥을 먹을 자격이 있다.


이처럼 미식의 본질은 감사, 책임, 절제, 건강, 성찰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음식이 불러오는 행복과 순환(순리)의 기능을 하는 요리법이 조미료가 되어줄 수 있다. 한 사회와 시대가 공유하는 가치로서 식문화는 이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식문화는 어떠할까? 최근 우리 사회의 식문화는 양면적이다. 



먼저는 자본주의에 포섭된 식문화다. 현대인의 식사는 빠르게 자본주의에 흡수되었다. 생산에서는 환경을, 유통에서는 노동자를, 판매에서는 소비자의 건강을 착취한다. 자본주의식 식문화에는 행복이 관능의 수준으로 넘친다. 모든 식사는 외식이 되었다. 음식의 본질은 사라지고 맛과 화려함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배민맛’이라는 찰나의 우스갯소리에도 씁쓸한 식문화가 녹아있다.



또 하나의 형태로는 공생을 추구하는 식문화다. 트렌드 상 채식(비거니즘)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겠지만, 문을 조금 더 열어보면 더 많은 공생의 방식이 있다. 작은 범주에서는 육체와 정신이 순리적으로 공생하기 위한 방법부터, 생산자와의 공생, 동물과의 공생, 다양성과 문화와의 공생까지 다양하다. 



SUSTAIN-EATS는 한 호에 이 양면을 동시에 담고자 한다. 그랬을 때 진짜 미식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잡지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채식 잡지인가요?”였고, 우리는 그럴 때마다 아니라고 답한다. 에디터 개구리는 비건에 아주 가까운 식습관을 가졌지만, 스스로 채식주의자라 말하지 않는다. 에디터 삼평통보는 비채식주의자로 전통주를 좋아하고 프랜차이즈 이용을 지양하며, 허브를 길러먹는 오곡밥 덕후다. 



잡지를 만들며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도 대개 그랬다. 종자의 다양성과 토종 보전을 위해 활동하는 분은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자급자족에 가까운 식생활을 하다 보니 채식에 가까운 생활을 하신다. 음식물쓰레기 퇴비화를 실천하며 소농과 교류하는 다른 분도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람들을 지속가능하지 않은 식생활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리는 청사진은 자기 나름의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양태가 골고루 차려진 식탁이다.


동물권을 이유로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잡지는 모순이겠으나, 우리가 그리는 지속가능한 식탁이라는 청사진은, 자기 나름의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양태가 골고루 차려진 식탁이다. 우리의 핵심은 균형감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이다. ‘식’이라는 복합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내 삶의 일부로 인식해야 할까? 길은 각자의 선택이지만 그 과정을 홀로 걷는 것보다 함께 걷는 것이 덜 외롭지 않을까. 다른 사람의 식탁은 어떻게 차려져 있는지 보고 내 식탁도 꾸며보는 방식으로. 어쨌든 사람은 먹어야 한다. 이왕 먹을 거면 나에게도 좋고, 너에게도 좋고, 환경에도 사회에도 좋은 먹거리라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SUSTAIN-EATS는 모두의 식탁에 질문을 던진다. 



오늘, 당신의 식탁에는 무엇이 담겨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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