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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obabkim Jun 23. 2022

인생을 00 야구팬처럼 살면 괜찮겠다는 생각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읽던 중 피식 웃음이 나온 글이 하나 있었다. 글의 내용은 이렇다.


면접관이 면접 중 질문을 했다.

"자네의 특기는 무엇인가?"

"제 특기는 강한 인내심입니다."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야구 00 팬입니다."

그러자 주변이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난 면접에 합격하게 되었다.



  얼마 전 친한 형 A, B와 함께 야구장에 갔다. 나는 현재 리그에서 1위를 하고 있으며 수년째 준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인천 연고의 야구팀 팬, A는 수년째 리그에서 꼴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도 꼴등인 야구팀 팬, B는 철저한 중립지대를 유지하며 나와 A의 썰전을 옆에서 즐기는 직관린이.

  경기 시작 후 경기 양상은 우리 셋의 예측과는 정반대로 매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점수를 내서 도망가면 다음 회 때 A가 응원하는 팀이 바싹 쫓아오기를 계속 반복. 9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팽팽한 게임이 이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 셋의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응원하는 팀이 승리했고 A형이 응원하는 팀은 1패를 적립하며 꼴등을 유지했다.


   그날 야구 직관은 경기 내용 자체가 워낙 흥미진진했고(야구 직관은 안타와 홈런이 많이 나오는 난타전일수록 재밌다) 내 입장에서는 결과도 무척 훌륭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좋았지만 그날 내가 정말 좋다고 생각된 것은 상대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이었다. 경기만큼이나 인상 깊었달까.


  K-인생을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과주의와 결과 우선주의 삶이 몸에 밴다. 경쟁사회를 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학생들은 공부 과정보다 성적표에 찍힌 점수를, 직장인들은 일하는 과정보다 일의 결과물을 더 중요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사실 나도 특별히 그러한 삶을 역행하며 선구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행동양식도 그저 시대가 낳은 산물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쟁사회 속에서 학습된 성과주의 인생 그 자체인 내가 그날 야구장에서 매우 충격적이고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꼴등인 팀을 응원하러 경기장에 입장하는 사람들의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와 제스처, 실점을 해서 점수 차이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목청껏 응원하는 모습, 사실상 경기가 거의 끝났음에도 안타 하나에 환호하는 모습, 경기에 지고 순위는 여전히 꼴등임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손뼉 쳐주고 내일 경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지고 있는 중에도 팬들이 목놓아 부르는 응원가 '나는 행복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팬들을 보며 웃음을 멈추지 못하지만 나는 '어쩌면 저 야구팬들처럼 인생을 살면 꽤나 괜찮은 인생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력, 순위와는 전혀 무관관 팬들의 무한한 팬심, 극심한 고통을 받을지언정 다른 팀으로 갈아타는 일은 절대 없다는 대쪽 같은 마인드. 수세에 몰려있어도 행복하다고 외치는 패기. 팀을 향한 이들의  문화는 성숙하다는 느낌 그 이상의 동적인 인상을 준다. 언젠가  인생이 바닥을 치고 있을   스스로가  인생을   정도로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면 나는 백번이고 다시 일어날  있을  같다.


  야구팬들처럼 살자. 소중한 내 인생 종종 안 풀릴 때도 끝까지 응원해주고, 오늘 패배해도 내일은 승리할 테니 낙심 말고 기대하며.



P.S. 근데 오늘 16대 2로 개 발리니까 또 짜증이 자진모리장단으로 휘몰아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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