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팝콘을 큰 통으로 사들고 자리에 앉았다. 아작아작 경쾌하게 팝콘을 씹다가 어느순간 아이에게 완전히 밀어줘 버리고 마스크를 올려버린다.
에잇. 나는 울고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를 좋아할 준비를 다 갖추고 영화관에 갔다.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좋아하고 있었다. 나의 최애는 강백호인데, 송태섭이 메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갔다.그래도 괜찮다. 아주 좋다. 북산의 스타팅멤버를 싫어할 팬은 없을 테니까.
우리가 잘 아는 북산 대 산왕의 경기, 만화책에 나오는 마지막 경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강백호, 서태웅 등 인기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와 분량은불친절하다. 기대에 따라 실망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상당히 만족하며 볼 수 있었는데, 송태섭의 가족 서사로 풀어가는 이야기형식은 물론 그 어머니역에 살짝 심취하였기 때문이다.
(스포주의)
태섭의 어머니는 남편을 잃고, 큰아들도 사고로 먼저 보낸다. 슬하에 둘째 송태섭과 막내딸을 두었지만 연이은 비극에 무기력하기도 하다. 오뚝이같이 일어나 억척스럽게 자식을 키울 수 있는 여인은 아니었다.
남편의 영정 앞에 힘없이 쓰러져 있으면 큰아들이
엄마, 제가 이 집안의 주장이 될게요.
했다.
그녀는 버거운 현실을 산다.
이 어머니는 좀 어둡고,아이들과의 관계도 썩 좋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밝고 씩씩하지않아도무너지지는 않았다. 농구를 잘했던 태섭의 형과 송태섭이 비교당하는 것을 보고 과거를 놓고 현재를 살아야 함도 받아들였다. 홀로웅크리고 앉아 흐느끼지만 남은 자식이 형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결단할 수 있었고, 어쨌든 송태섭이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제가 농구하는 거 싫어하셨죠? 형이 생각나니까... 하지만 농구를 그만두라는 소리는 한 번도 안 하셨어요. 계속하게 해 줘서 고마워요.
송태섭은 어머니에게 제대로 마음을 전한다.
부모가 되어보니, 울컥할 수밖에 없다.
(이 중요한 시점에 작은 아이가 " 엄마, 저 오늘은 지겹다~안 하고 잘 보고 있지요?" 하며 이쁜 얼굴을 들이대고 효도를 한다)
고난을 뚫고온 인간은 빛난다.
그런 생각이 든다. 실수가 많고, 과오가 있더라도 아이에게 결정적인 것을 뺏는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그냥 두는 것, 이 위대해지는 순간도 있다.
마지막에 송태섭이 산왕의 수비를 뚫고 나가는 장면은 너무나 근사했다. 그도 어머니도 어두운 터널을 마침내 뚫고 나가는 듯 했다.
지금 cgv에서 슬램덩크를 관람하면 선착순으로 송태섭 포스터를 준다. 나는 온 가족 다 데리고 조조로 보고도 받지 못하였는데, 하필 우리 지역 영화관이 이벤트 제외 영화관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