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참새 대담집 <출발선 뒤의 초조함>을 읽고
아마도 책을 펼치고 단숨에 끝까지 읽었던가.
책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보관함에 담아만 두고 있다가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는데, 어째서 읽는 것을 망설였던가 싶을 만큼 좋았다. 머뭇거리고 고심하며 말을 골라 질문하고 답하는 이들의 장면을 대하는 것이 마치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인 양 다가왔다. 남아 있는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자꾸만 아까워졌다. 그러면서도 읽어나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던.
인터뷰이보다 오히려 인터뷰어의 시선에 마음이 머물렀다. 그저 책이 좋아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결국 어느 순간 자기를 노출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출발선 뒤’에서 느끼는 초조함을 박참새는 묻고 또 물었다. 당신은 괜찮느냐고. 수천 수만의 팔로워가 보고 있는 공간에서 자기를 드러내는 일이, 정말로 괜찮은 일이냐고.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시대.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과 숨고 싶은 마음 사이 그 어딘가에서 서성이는 몸짓들. 추앙받는 것과 매장당하는 것이 하룻밤 사이에도 벌어질 수 있는 열렬하고도 잔인한 세대. 까발려지기 시작하면 십수 년 전 행했던 사소한 잘못이나 바보짓도 만천하에 드러날 수 있는 세상.
아마도 박참새는 그 출발선 앞에서 머뭇거리는 마음이었던 것이 아닐까. 세상에 얼굴이 알려진다는 것. 나는 일일이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나를 알게 된다는 것. 그러면서도 이미 드러낸 존재를 숨기기는 어렵다는 것. 이제는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그럼에도 용감하게 출발선을 지나 자기만의 레이스를 걷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김겨울. 정지혜. 이승희. 이슬아. 이제는 너무 유명한 그들. 연예인은 아니어도 책덕후들에게는 이미 연예인일 그 이름들.
우리는 이들의 성장을 꽤 초기부터 봐왔다. 그들이 어떻게 첫걸음을 시작하고, 성장하고, 자기만의 세상을 열어젖히고, 때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까지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이들을 대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 추앙도 냉소도 아닌, 공감과 응원, 그리고 연대. 우리는 이들을 통해 많이 배우지만, 이들이 살과 피를 가진 존재임을 기억한다. 이들은 너무나 용감해서 멋짐의 용량을 초과장착한 이들이지만, 또한 그저 나처럼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니 우리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트를 보내고, 같이 깔깔거리고, 또 깊이 응원할 따름이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간다. 그러다 또 어딘가에서 만나지면, 살뜰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우리는 그렇게 이 세계 속에서 저마다의 노를 저어간다.
이토록 용감한 여성들의 성취를 볼 수 있어 기쁘다. 질투가 날 정도로 아름다운 이들의 발자취를 바라볼 수 있어 벅차다. 그리고 꿈꿔본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나갈 꽤 괜찮은 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