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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Jun 16. 2023

우리가 보낸 시간

작고 사소하지만 그래서 소중한

어느덧 6월이 절반 지났다. 이 달이 다 가면 올해도 반이 다 지나간다. 아이들과의 긴 육아휴직도 끝이 보인다. 저 능선의 끝은 보이지 않을 것 같았는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육아휴직의 기간이 (믿고 싶지 않지만) 끝나간다.


휴직하고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집 정리였다. 일하면서 돌보지 못했던 집을 내 손으로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복직을 앞두고 하고 있는 일 역시 집 정리다. 어느새 수북이 쌓인 책들을 정리하며 책장을 비운다. 쓰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아이들 옷장도 저 깊은 곳에서부터 비워낸다.


그간의 시간 동안 무얼 남겼나. 아이들과 아침저녁으로 함께 부비고 뒹굴며 보낸 시간. 둘째와 손을 잡고 거닐던 시간들. 우리가 함께 보낸 모든 시간들.. 결코 잊지 못하겠지. 나는 잊어도 우리 몸 어딘가에 남아 있겠지.


브런치는 어쩐지 부담스러워져 찾는 이 거의 없는 나의 오래된 블로그에 일기처럼 글을 쓰곤 했다. 정말 별것없는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들. 브런치에는 그런 글은 쓸 수 없을 것 같아 들어와보고도 글을 써보려 하면 어쩐지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오늘은 그런 마음일랑 내려놓고 생각나는 대로 써본다.


내 곁에서 오래 함께한 책들과 안녕을 고하는 시간. 그때 그 책들을 열심히 읽었던 시간도, 비록 떠나보내더라도 내 어딘가에 남아 있겠지. 내 손끝에, 마음 어딘가에, 그리고 이렇게 사진으로도.


다시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올초, 그리고 최근에 마음이 좀 앓았더랜다. 내 몸의 향방을 어딘가에 매어두고 내 뜻대로 하지 못하는 삶을 나는 늘 버거워했다. 내가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일을 멈추고 싶을 때 멈추는 삶. 하긴 누구라도 꿈꾸는 삶이겠지만 나는 특히 더 어려워했던 것 같다. 더군다나 학교는 시간표까지 정해져 있어서 거기에 맞춰 교실마다 들어가 수업을 해야 하니까.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배우처럼 각 반 아이들 앞에서 그 분위기에 맞는 사람이 된다.


그 페르소나를 벗고 집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때론 외로웠지만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좋았다. 하여 이른 퇴직도 꿈꿔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가보다. 그러니 나는 다시 일터로 나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아직은 남은 시간, 우리에게 허락된 여름이 있다. 이 여름을 진하게 보내고 가을을 맞이해야지.



그리고 이따금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도 글로 남겨보아야겠다. 오늘을 다시 기억하기 위하여. 지금을, 두 번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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