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엔 플러그가 필요해
머무는 경우는 잠깐이었다. 지하철이 끊긴 새벽, 집에 놓고 온 이불이 그리웠다.
이런 밤에도 24시간처럼 열린 카페가 보였다. 정확하게는 주점이었다. 인도 음악이 흘러나오는 독특한 주점.나는 제주에서 올라온 후배와 함께 맥주를 마셨다. 모인 인원은 5명이었지만, 하나둘 씩 흩어지고 우리 둘만 남았다. 어쨌든 우리 둘은 이 밤을 버텨내야 한다. 내일이 밝아올 때까지 시간을 흥청거리며 써대야 했다.
우리는 옛 회사가 있던 장소에서 15년 전에 있던 가게들을 이야기했다. 여기 포장마차 있지 않았었나. 짜장면도 팔았던 것 같은데. 김밥천국이었나. 김치볶음밥 진짜 와아 마싯쏘. 알딸딸하게 취한 나는 이 거리와 상상마당 건물들이 뒤섞여 혼동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화는 통했다. 거리 명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음에도. 서서 먹는 짜장면 맛이 그렇게 좋았으니까, 후배도 맞장구를 쳤다. 그 맛이 생각나는데, 나가서 찾아볼까요, 형.
그때는 청춘이었지. 분명. 왜 우리는 지하철 막차 시간을 가볍게 무시했던 걸까. 그당시 5월의 날씨 때문이었을까. 여름이어서 그랬을까. 제주 후배가 말했다. 공허해서 집에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았던 걸까요. 우리는.
시선을 돌렸다. 창밖에 어둠은 색깔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영업이 끝난 카페에서 나와 동쪽인지 서쪽인지 북쪽인지, 걸었다. 방향을 가늠할 수 없었다. 예전에 출근하던 회사 앞을 지나치기도 했다.
밤이었지만, 거리는 열기가 넘쳤다. 저 맞은 편 거리에선 등을 돌린 청춘들이 소란을 피웠다. 한밤을 훌쩍 지나서 새벽을 오후처럼 보내는 사람들. 그들의 목적은 밤을 좇는 걸까. 밤의 지배를 받는 걸까. 하지만 이 밤은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마치 절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제 두 시간만 보내면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건가. 그래서 후배에게 물었다. 아마도 몽롱한 발음이었을 것이다.
"근데 오늘 토요일은 맞는거지. 내일 쉬는거지?"
그러자.
"무슨 소리야, 형, 오늘 수요일이잖아. 4시간 뒤면 출근해야죠."
찬물을 끼얹은 것만 같았다.
"그러면 넌?"
"나는 휴가라 괜찮아요. 형이 문제지."
아, 나는 입을 벌린 채 다물 수 없었다. 아마도 그것이 밤 거리를 쏘다니던 마지막 모습이었던 것 같다. 공격적인 술은 그만 마시고 주스와 운동으로 살아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술을 끊게 된 계기가 참 거창하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밤과 체력의 한계 때문이었다.
특별한 밤을 보냈으니 이젠 평범하고 고요한 밤을 보낼 때가 되었다. 그러니까 잘 부탁해. 봄밤이여, 고요한 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