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운 Jun 18. 2020

카메라엔 셔터가 있잖아

사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등. 지금 우리는 사진과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핸드폰에 카메라가 붙어 나온 이후, 그리고 SNS가 활성화된 지금, 사진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가 됐다.


핸드폰 대신 아직 카메라를 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아직 핸드폰으로 구현하기 힘든 카메라의 기능들 때문일 거다. 핸드폰 카메라가 기존의 카메라들과 견줄 정도로 발전하긴 했지만, 아직 핸드폰보다 우월한 성능을 갖춘 고급기종들이 많기도 하고. 나도 얼마 전에 최신 핸드폰과 비슷한 가격대의 카메라 하나를 샀다. 내가 카메라를 산 이유는 카메라엔 셔터가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을 땐, 별다른 조작 없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 어플을 클릭하고 셔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맛있는 안주가 나오면 핸드폰을 들고, 길을 걷다가 하늘이 예쁘면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있거나 머리를 새로 하고 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쉽고 간단하게 사진들이 찍힌다.


그런데 카메라를 목에 매면 느낌이 다르다. 카메라를 매고 외출하면 오늘은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 날 만나는 어떤 피사체든 공간이든 멋지게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그런 마음들. 그런 마음들은 시간을 요구한다. 셔터를 누르기 위해 잠시 가던 길을 멈춰 그 순간을 음미해야 하는 시간들 말이다. 그 순간들은 이미 시선이 머물렀던 곳이고, 그 시선과 함께 사진으로 남는다. 시선이 머물렀던 풍경이 프레임 안에 남게 된다. 그런 사진들이 쉽게 찍힌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그 순간의 마음들을 대변해 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가해한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