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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운 Jul 09. 2020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 퀘이형제

전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리뷰

퀘이 형제(스티븐 퀘이, 티모시 퀘이)는 1947년 미국에서 태어난 쌍둥이입니다. 어릴 때부터 비슷한 취향과 가치관을 공유했던 그들은 현재까지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함께 작업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나무, 철사,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인형을 조금씩 변형시키면서 이를 한 장면씩 끊어서 촬영한 애니메이션인 퍼핏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유명하죠. 그들은 대표작인 <악어의 거리>(1986)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뒤로, 세계 유수 영화제들에서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립니다. 팀버튼 감독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비롯한 영화감독들이 사랑하는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데요, 특히 놀란 감독은 퀘이형제에 관한 다큐멘터리 <퀘이>(2015)를 연출하기도 하고, 퀘이형제의 최신작 <인형의 숨>(2019) 제작에 참여하기도 하죠.


비교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지만, 다행히도 2020 전주영화제에 메인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국내 관객들도 퀘이 형제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쉽게도 전주까지 가진 못했지만, 대신 서울에서 전시의 형태로 만날 수 있었네요. 뉴욕 현대 미술관(MoMA)을 비롯한 해외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전시된 경력을 갖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10월 4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전시명은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인데, 도미토리움이란 라틴어로 ‘잠자는 곳’과 ‘묘소’를 뜻합니다. 퀘이형제가 제작한 영화의 배경이자 그 세계를 표현한 서른 개의 디오라마(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축소 모형)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전시회장에서는 그들의 영화도 만나볼 수 있는데, 그들의 대표작인 <악어의 거리>도 상영 중이었습니다. 뇌가 없는 아이들이 등장한다거나, 목을 뜯고 새로운 얼굴을 붙인다거나 하는 등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로 점철된 영화였습니다. 내용이 다소 난해하지만, 충격적인 미학은 인상 깊네요. 다만 음악을 통해 영화의 궤적을 생각한다는 퀘이형제의 철학과는 맞지 않게, 전시회장 내부에 상영되는 영화들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건 아쉬웠네요.


그들의 영화나 퍼핏들은 얀 슈반크마이에르 감독을 떠오르게 합니다. 확실히 그로테스크하고 파괴적인 느낌이 강하죠. 그만큼 이미지들이 강렬하고 어둡습니다. 아름다움보다는 충격에 그들의 미학이 놓여 있는 거 같네요. 개인적으로 영화관 밖을 나온 영화들을 접할 기회가 적었는데, 미적으로 뛰어난 영화들은 물리적 이미지만으로도 훌륭한 인상을 주는 거 같습니다. 특히 확대경이 설치되어 있는 도미토리움들이 있는데, 익스트림 클로즈업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의 디테일이라는 자부가 이해가 될 정도로 정교하더군요. 퍼핏 애니메이션이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이나 무대나 설치미술 쪽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재밌게 즐기실 수 있는 전시가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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