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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구 Aug 22. 2023

2023, 공자 가로되

(  나는 의류업을 합니다 )

"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 아시죠? "

" 네, 그런데요? "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는 공자님의 말씀 말입니다. 그럼, 어디까지가 적당한 것일까요? "

" 그러니까 넘치지 않는 적당함 말인가요? "

" 그렇죠. "

" 글쎄요, 지나치지 않는 정도가,,," 

내가 말끝을 흐리며 대답을 못하자 그는 정답을 알고 있는 아이처럼 밝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 저는 그걸 80%까지라고 봅니다. 일종의` 80%의 법칙`이죠. 모든 욕심은 꽉 채우려 하는데서 비롯되지요.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가진 자가 한 마리를 더 채우려 할 때, 양손에 쥐고 또 다른 것을 움켜쥐려 할 때 손에 쥐고 있던 것도 놓치게 되죠. "

알고는 있어도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그의 얘기는 흥미로웠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그럼 그 나머지 20%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남겨둬야 합니다. 일종의 여백이죠. 처마 밑의 빈 공간처럼 하늘과 바람의 공간이죠. "


 어느 날인가, 함께 저녁식사 후 차를 마시면서 해가 산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노을은 길게 퍼지면서 뜨거움을 산 뒤편으로 넘기고 있었다. 이제 곧 어둠의 시간이 찾아올 것 같았다. 짙은 보라색의 하늘을 바라보던 그가 말했다.

"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이 시간을 좋아합니다. 빛이 사라져 가면서 어둠과 교체하는 이 시간을 `매직아워`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마법 같은 시간이지요. 사라져 가는 빛이 길게 그림자를 만들기도 하고 파고든 어둠이 피사체를 달리 보여주기도 합니다. 낮 동안 봐왔던 풍경이 새로운 단상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

" 어둠이 빛을 파묻는 시간이네요. `개와 늑대의 시간`이 `매직 아워`의 시간이군요. "

그와 만나면 다방면의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주로 질문하는 편이었고 그는 해박한 지식과 통찰로 명료한 답변을 해주었다.



" 며칠 전에 형 칠순이었나 봐. 제주도 여행 갔다 왔다는데. "

침대에 누워있던 아내는 잠이 깼는지 돌아 눕는다.

" 연세가 그렇게 많았나. 하긴 우리 나이를 생각해 보면,,, 근데, 나는 왜 자꾸 내 나이를 인정하지 않는 걸까? 나는 아직도 내가 어린것 같아."

" 요즘 칠십 대는 너무 젊게 사는 것 같아. 나이만 칠십이지 팔팔하고 건강한 거 같아."

" 공자님이 기원전 사람이라 요즘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았나 봐. 나이 서른에 학문을 정립했다고 이립(而立), 마흔에 흔들림이 없었다고 불혹(不惑), 하늘의 뜻을 알았다는 오십은 지천명(知天命), 육십에는 세상의 순리에 따르니 이해 못 할 것이 없다고 이순(耳順)이고  칠십은 종심(從心)이라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상식에 어긋남이 없다고 했는데. "

" 그것 봐 , 공자가 말한 나이는 현대에서는 십 년은 뒤로 봐야 해. 그러니까 불혹은 오십으로 지천명은 육십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

" 아니야 이십 년은 뒤로 넘겨야 할까 봐? 요즘 사람들은 정보는 빨라도 정작 자신에 대한 성찰과 지식은 과거 사람들에 비해 훨씬 뒤처지는 것 같아. "

" 그러긴 하지, 오십 대에도 치정에 얽힌 사건들이 뉴스에 나온 걸 보면 육십이 돼야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려나."

" 정신과 육체에서 오는 괴리를 어떻게 일치시켜야 할까?  나이는 먹어가는데 정신 연령은 점점 어려지는 것 같아서. "


 우리는 공자가 정한 나이에 관한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는데 의견의 합의를 본 것 같다. 하지만 십 년으로 할지 이십 년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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