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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연생 Nov 16. 2020

'상명하복'이라는 것

훈련소에서 경험한 '상명하복'

군대에서 '상명하복'이라는 것의 의미


1.

'상명하복' 뜻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거역하면  된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사전에는 '위에서 명령하면 아래에서는 복종한다는 뜻으로, 상하 관계가 분명함을 이르는 '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군대에서의 상명하복은 단지 시키는대로 해야한다는 어렴풋한 관념보다  구체적이었다. 그것은 "시키는 것만 하고, 시키지 않은 것은 하지 않는다"였다.  마디로 요약하면 화이트리스트 방식의 규제였다.

평소처럼 줄을 맞추어 밥을 먹고 소대장과 분대장의 인솔 하에 막사로 복귀하던 중이었다. 소대장이 옆에서 감독을 하고 있었고, 차례대로 들여보내라고 분대장들에게 지시했다. 그때, 야외로 노출된 계단의 2층에 서있던 분대장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은 2층이었다) 소대장을 부르더니 "(들어가는 훈련병들을) 잠시 대기 가능합니까(대기시켜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보았다.

이유인즉슨 곧 진행될 독감예방접종 문진표 작성을 위해서 모두의 체온을 측정해야 하는데, 생활관으로 입장하고 있는 행렬을 잠시 멈추어, 체온 측정부터 하고 들여보낼 수 있는지 (한마디로 일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함임) 물어본 것이다. 그 간단한 것도 일일이 물어보아야 하는 것이다. 위 경우처럼 체온 측정의 필요성을 소대장이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급자가 지금, 현재 하라고 한 것 이외에 모든 것은 내 맘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2.

당연히 중대장보다 대대장의 계급이 더 높을 것이다. 처음 입소했을 때 중대장은 상급자의 지시는 부당하지 않다면 따라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군대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나이 차이가 아무리 많이 나더라도 기본적으로 하급자는 상급자에게 경어를 사용해야 하고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반말을 사용해도 된다고 말을 해주었다.

시간이 흘러 정신교육 시간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적'의 의미, 현재 국가 안보 상황 등에 대해 말해주는 시간. 그 중 한 시간은 대대장이 직접 우리 중대에 행차하시어 교육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얼굴을 대면하지는 않고, 생활관에 우리가 들어가 있고 대대장은 중앙에서 마이크로 방송을 통해서 말을 했다.

대대장은 평소에 우리 중대 건물이 아니라 (당연하지만) 다른 건물에서 생활하고, 이번 교육 시간을 위해서 우리 중대로 왔다. 아무도 환영해주지 않고 혼자서 터덜터덜 중대 건물로 입장해서 2층으로 올라온 것은 당연히 아니겠지. 미리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하급자가 그에게 경례를 하고 '교육 준비 다 되었습니다' 식의 보고를 했겠지.

교육을 시작하면서 그는 다소 형식적인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에서만 지내는 생활이 답답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양해를... 이런 이야기. 그러면서 또 한 얘기가 인상깊었다. "입소하고 여러분들 교육도 잘 받고 생활 잘 하고 있다고 중대장에게 보고받았는데, 맞나요?"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많은 것을 느꼈다.

중대장은 나이가 많은 남성이었고, 대대장은 나이가 적은 여성이었다. 군대라는 조직은 그 특유의 계급 중심성 때문에, 사회보다 오히려 성별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오직 능력만으로 높은 계급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높은 계급이 되었을 때 그 어떤 시선('나이도 어린 것이...'와 같은?)도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내가 본 것은 오직 단 한 가지 사례였을 뿐이며 절대 일반화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작성한 두 가지 경험을 통해서 내가 '상명하복'이라는 단어에 관해 갖고 있던 기존 관념은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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