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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Dec 18. 2023

글쓰기 모임을 해봅시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 시작하기

최근에 나는 마감이 있어야 글을 쓰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고, 내 글에서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감지해낼 수 있는 타인의 피드백이 절실해졌다. 그래서 2주에 한 번씩 마감이 있는 글을 자유롭게 쓰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형식의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다. 원래는 주변에 좋은 글쓰기 모임이 있으면 들어가려고 했는데,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이 개인적이고 내밀한 사정이 들어갈 수 있는 사적인 성격이 강한지라, (내성적인 성격도 한몫하겠고) 그런 모임을 찾는데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거의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었을 때, 거창한 평가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내 글을 정기적으로 읽어주고 간단한 피드백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2~3명 정도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글을 써온 블로그에 글쓰기 모임 인원 모집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리면서도 아무도 신청 안 하면 어떡하지, 제발 한 명만이라도 신청해주면 좋겠다, 한 명만 신청해도 정말 대박이겠다, 하는 심정이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무려 두 분이나 이 모임에 신청해주신 것이 아닌가! 심장이 쿵쾅거리고 이분들과 함께하게 될 글쓰기 모임의 미래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헤실거렸다. 블로그 이웃으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이제는 한 겹의 인연을 더 추가하게 된 것이다.


꽤 오랫동안(적어도 일 년 이상) 그분들의 글을 읽어왔고, 그분들 역시 내 글을 가끔은 읽으셨으리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느슨한 교류가 계속 이어져 왔던 분들이다. 그분들이 평소 글을 쓰는 주제나 관심사에 관한 생각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도 하고 그것들이 어느 정도 내 관심사나 관련된 생각들과 공통점이 있기도 해서 더욱 반갑다. 아예 생판 모르는 사람들끼리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역시 동시에 이분들이 글쓰기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고 있고, 또 얼마나 좋은 글을 쓰시는지도 알고 있어서 내가 더욱 열심히 분발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다. 내가 이분들의 글쓰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내 글만 잘 쓰려고 노력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다른 사람의 글도 생각해야 한다니 조금 아득해졌다. 내가 저지른 일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이제야 조금 더 알게 된 듯하다.


이 모임의 미래가 어떨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이 모임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그분들은 또 어떨지... 알 수 없는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긴장감과 압박감, 설렘과 기대를 안고,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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