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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Dec 18. 2023

글쓰기 모임은 어떻게 하는 걸까

글쓰기 모임 규칙 세우기

무작정 온라인 글쓰기 모임 모집 글을 올린 뒤로 정말 놀랍게도 세 분이 참여해 주셨다. 한 명만 신청해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대박이었다. 이런 모임을 추진하는 것도 처음이라 처음에는 이런저런 모임의 방향과 규칙 등을 정할 때 긴장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척척 해냈다.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 넷이 모이니 금세 가장 우리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아낼 수 있었다. 좋은 건 나누면 더 좋아지는 법이니까 우리가 만든 글쓰기 모임 규칙을 공유해 본다.






모임의 목적
1. 각자가 쓰고 싶은 것을 쓰자.
2. 마감을 정해서 쓰자.
3. 피드백은 꼭 주고받자.

모임의 규칙
1. 글의 마감은 2주 간격으로 한다.
2. 마감 기한 내에 자신의 계정(블로그, 인스타 등)에 글을 게시하고, 구글 스프레드시트와 오픈카톡방에 링크를 공유한다.
3. 글의 주제와 형식, 분량은 자유롭게 쓸 수 있다.
4. 피드백은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작성하며, 마감일로부터 1주일 이내에 작성하여야 한다.
5. 마감과 피드백 기한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벌금을 낸다.(챌린저스 앱 활용)
6. 벌금은 글 미발행 시 2500원, 피드백 미작성 시 2500원으로 한다.(피드백은 기한을 지키지 못했더라도 읽었다는 애정의 표시를 간단하게 남겨주세요.)
7. 시즌제로 운영하며, 한 시즌의 기간은 약 3개월로 하고 시즌 종료 후 휴식기를 갖는다. 한 시즌 동안 월 2회의 글을 쓰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하여 총 6개의 글을 작성 및 서로의 글에 피드백한다.
8. 중간에 명절(설, 추석)이 끼어 있을 때는 마감 기한을 3주로 연장한다.(단, 피드백 기한은 기존과 동일하다.)
9. 첫 글과 마지막 글의 마감이 끝난 후에는 온라인 모임(줌)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10. 규칙은 언제든지 구성원의 의견과 합의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

모임 일정 (시즌1)
1. 총 기간: 2023.8.5.(토)~2023.11.4.(토) 총 3개월
2. 글 마감 기한
-1회 차: 8.11.(금) 24:00 (피드백: 8.12.(토) 22:00, 줌으로 진행)
-2회 차: 8.27.(일) 24:00 (피드백: 9.3.(일) 24:00, 구글 스프레드시트)
-3회 차: 9.10.(일) 24:00 (피드백: 9.17.(일) 24:00, 구글 스프레드시트)
-4회 차: 10.1.(일) 24:00 (피드백: 10.8.(일) 24:00, 구글 스프레드시트)
-5회 차: 10.15.(일) 24:00 (피드백: 10.22.(일) 24:00, 구글 스프레드시트)
-6회 차: 10.29.(일) 24:00 (피드백: 10.30.(월) 22:00, 줌으로 진행)

그 밖의 예외 사항들
-글의 주제와 형식, 분량은 자유이나 첫 글에 한해 주제를 '나'에 관한 것으로 정한다.(예: 내가 글을 쓰려고 하는 이유, 나의 일상, 소망, 야망 등에 관하여)





글을 쓰고는 싶은데 못 쓰는 나를 위한 처방처럼 만든 모임에서 내가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얻었다. 일단, 3개월의 시간 동안 6편의 글을 완성해 냈다는 (완성도는 별개다.) 사실 자체가 엄청난 성취감을 주었다. 2주 간격으로 마감이 돌아오고, 다른 사람의 글을 정성껏 읽고 피드백해야 하는 의무감은 분명 일종의 스트레스처럼 작용했지만 그 스트레스가 괴롭기만 하거나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그건 기분 좋은 고통과 비슷했다. 쾌감과 고통이 딱 달라붙어 어디서부터가 쾌감이고 어디서부터가 고통인지 분리되지 않는 상태랄까. 글쓰기 모임을 하는 동안에 나는 어딘가 시원한 고통, 미적지근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쾌감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부터가 엄청나게 기적 같은 일인 데다가, 글쓰기 모임에서 읽는 글들은 내 글과는 다른 글들을 더 오랫동안 자세하게 들여다보며 배울 기회를 주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쓰는 동료들의 글을 읽으며, 내가 이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쓸 수 있어서 얼마나 행운인가 생각하면 감격이 일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쓰게 됐다. 허울 좋은 말로 나를 포장하거나 대충 뭉뚱그리고 넘어가듯 쓸 수 없었다. 진심으로 읽어줄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가 쓰는 글에 더 솔직해야 했다. 솔직하기만 해서는 안 됐다는 걸 뒤늦게 알았지만, 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역시 내가 그런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영영 알 수 없었던 교훈이다.

글을 쓰는 일이 이토록 치유적인지, 머리로만 알던 때와 그것을 몸으로 겪어 알게 된 나는 분명 무언가가 달라졌다 느낀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나 자신을 평가하는 방식과 가치가 달라졌다. 내 과거에 대한 해석도 달라졌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내가 쓰는 글이 조금 달라졌다면, 그건 내 삶과 태도의 변화가 글에 반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달라진 것이 없다면, 내 삶이 그렇게 정체되어 있다는 의미이겠고.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시즌 1을 마무리하며 줌으로 마무리 모임을 가졌다. 6편의 글을 연달아 쓰면서 서로의 어떤 글이 어떻게 좋았는지, 기억에 남았는지, 그 사람의 글에서 배울 점과 내 글에 대한 반성, 상대의 글에서 앞으로 기대하는 부분들에 대해 실컷 이야기하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또 어떻게 살고 싶은 사람인지를 하나둘씩 알아가는 것 같다. 내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글을 쓰는 동료들이 있어서, 또 내가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쓸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 주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행복이라는 말 외에 더 적합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 분들과 시즌2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감격스럽다. 휴식기는 일주일(!)을 갖기로 했다. 혼자서 내심 한 달 정도 생각하고 있던 나로서는 (네... 그렇습니다 여러분... 이제야 솔직한 심경을 고백합니다 ㅋㅋㅋ) 대략 낭패...(아닙니다...)였으나, 그렇게까지 이 모임에 애정과 열정을 가득 갖고 계시다는 의미일 테니 감개가 무량하고 영광스럽다는 말씀으로 아름답게 마무리 지으려 한다. 크크크.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는 마음이 두근두근거린다. 새로운 시즌은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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