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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un 02. 2024

첫 차를 보내며

우리의 소중한 힌둥


 결혼 직후 아빠가 선물로 차를 사주시면서 우리의 뚜벅이 생활이 끝났다. 본가에서 차를 받아 당시 남편이 혼자 살던 (결혼하고도 6개월 동안 주말 부부였다) 자췻집으로 가던 길이 지금도 생생하다. 

 "너무 남의 차 같아."

 "잘 지내보라구."

 지난해 폭스바겐의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 3명 중 1명은 차에 별명을 붙여준다고 한다. ('운전자 3명 중 1명, 자신의 차에 별명 붙여' 참고) 우리 첫 차의 이름은 흰색이라서 힌둥이었다. 나는 운전을 못 하고 남편은 평일에 장거리 출퇴근을 해서 힌둥과 멀리 가본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5년이면 갓 태어난 아기가 누워만 있다가 앉고 일어서서 뛰어다닐 만큼 긴 시간 아닌가. 그새 정이 많이 들었다는 걸 새 차를 계약하고 알았다.


 남편의 출퇴근 메이트 힌둥은 3년 전 조수석이 거의 다 날아가는 사고를 당했었다. 다행히 남편은 다치지 않았지만 힌둥은 2주 가까이 정비소에 입원(?)을 했다. 우리는 털털거리는 렌터카를 타고 다니며 자주 힌둥을 그리워했다.

 "힌둥 문 열렸다고 알람 왔어."

 "고치고 있나 보네. 보고 싶다, 듕이."

 "얼마나 집에 오고 싶을까."

 "집에 오면 잘해 줘야지."

 없을 때는 그렇게 나불대놓고 막상 돌아와서는 세차하기 싫어서 미루고 또 미뤘던 게 이제 와서 미안하다. 역시 다 한때인데. 있을 때 잘해줄걸.


 자동차 무지랭이라서 이번에도 아빠한테 물질적 정신적 도움을 받았다. 어제 힌둥을 반납하고 새 차를 받기 위해 본가에 다녀왔다. 힌둥과 함께 가는 게 마지막이라니 영 기분이 이상해서 자꾸만 말을 걸었다.

 "듕이... 다음에는 세차 자주 해주는 좋은 주인 만나..."

 "마지막이라니 기분이 좀 그렇긴 하네."

 "드러운 주인 만나서 고생 많았어, 듕이..."

 "야, 나 정도면 깨끗한 거거든?"

 "그건 힌둥 생각도 들어봐야지."

 몇 년 전 동생이 첫 차를 보내기 전날 밤 이불과 베개를 싸 들고 차에 가서 하루 자고 오겠다고 했을 때 깔깔 비웃었던 게 생각났다. 그 얘기를 해줬더니 남편이 진지하게 물었다.

 "나도 하루 자야겠어. 같이 잘래?"

 "디스크 환자는 빼줘."

 남편과 힌둥 양옆에 서서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연히 도로 위에서 다시 힌둥을 만나게 되더라도 알아볼 수 없겠지만 우리의 소중한 첫 차가 좋은 새 주인을 만나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동안 고마웠어, 힌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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