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냇물 Mar 22. 2024

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

요즘이야 집집마다 여러 종류의 상비약을 준비해 놓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도 형편이 좀 되는 집에 꼭 준비해 놓던 약이 있었다. 황금색 금박에 쌓인 신비스럽게 보였던 우황첨심환(牛黃淸心丸)이다.

근데 난 아직까지 이 약을 먹어보지 못했다. 다만 큰딸아이가 대학시험 볼 때 아내가 집에 가지고 있었던 것을 떨지 말고 시험 잘 치라고 먹였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들었다. 요즘도 대입수능 무렵에는 그 약의 판매량이 오른다 한다.


사실 이 약은 동의보감에서는 우황청심원으로 불렸으나 요즘은 액상형을 우황청심원, 알약형을 우황청심환이라고 부른다.


약의 효능도 훌륭하다. 뇌졸중 (전신불수, 언어장애, 안면마비), 고혈압, 두근거림, 만성경풍, 자율신경실조증, 인사불성 등 다양해 한약계의 구급약이라 할만하다.  


근데 이 약은 우황, 인삼, 백작약, 맥문동 등 27가지의 귀한 약재로 만드는 데 우황이 대표선수인가 보다. 그리고 청심(淸心)은 '마음이 맑아진다'는 뜻으로 약의 효능을 의미하는 상징 표현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황청심환으로 불리는 것 아닐까?


여기서 우황은 황달 걸린 소의 쓸개에서 나온 결석(담낭 결석=담석)이라 한다. 담석은 사람이나 동물의 장기에서 무기염 등이 응집한 단단한 물질로 수많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소에 담석이 생기면 인간과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사람이 담석증에 걸리면 앓지만, 소에 생기면 성질이 거칠어져 광폭해지며 힘이 세지고 눈에는 붉은 핏줄이 붉게 선다. 그러나 담석을 토해내면 언제 그랬나는 듯 제정신으로 돌아와 멀쩡해진다.


그런 병든 소의 담에서 나온 물질인 결석이 우리 인간들에게 긴요한 약재로 쓰인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극과 극은 통하는가 보다. 이와 같은 또 다른 예는 수컷 향유고래로부터 나오는 고급향인 용현향이다.


수컷 향유고래가 번식기에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 때문에 지치고, 병들었을 때 먹었던 먹이 대왕오징어가 소화되지 않고 장기 내에 뭉쳐져 있다가 담즙과 함께 토해내거나 배설된다.

이것이 해변으로 밀려와 돌처럼 생긴 냄새나는 덩어리로 발견된다. 이것을 알코올에 녹여서 향료를 추출하는데 이것이 용연향이다.


소에게 고통을 주었던 담석이 인간에게 평강을 주고, 고통스러운 고래의 배설물, 즉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검은 덩어리에서 최고급향이 나온다는 것도 경이롭다.


그리고 위의 두 경우를 찾아낸 인간들의 노력과 지혜도 대단하다. 어쩌면 그건 무병장수와 부귀영화 즉 인간의 탐욕이 깔려있는 것 아닐까?



인간들의 그것을 향한 도전과 노력의 끝은 어딜까? 그것을 찾는 활동이 과학이고 누적된 것이 문명이다. 지금 이 시대에는 거시적으로는 우주를 정복하려 하고, 미시적으로는 DNA로 모든 것을 알고 유전자 조작으로 영생에 도전하려 한다.  요즘은 AI 열풍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대리인간을 만들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우크라 전쟁터에서 드론과 로봇이 첫 교전을 하였다는 뉴스를 보았다. 여기에 챗 GPT10 즈음 인공지능이 탑재되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으로 무장된 로봇한테 인간 병사가 살당하는 일이 생기는 것 아닐까?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에게 참극을 가져다 줄 무모한 도전을 막을 마지노선을 전인류의 이름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재래식 전쟁에 제네바 협약이 있듯이... 유전자조작, 인공지능, 우주장악, 핵무기 등등

 

작가의 이전글 비스듬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