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냇물 Nov 30. 2024

[중동15] 중동의 파리에서 지옥으로 전락한 레바논

오스만 제국이 붕괴하자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국경선을 그으며(사이크스-피코 비밀협약) 전리품을 챙겼다. 그때 레바논은 프랑스의 몫이었다.

프랑스혁명에 무한 자부심을 가진 프랑스는 다종교 국가 레바논을 공화정을 하는 멋진 나라로 만들겠다는 일념에 참 특이한 국가로 만들었다.


그것은 레바논의 종파별 권력안배 제도다. 건국 당시 제정된 '국민협정'에 따라 대통령과 군사령관은 마론파, 총리는 수니파, 국회의장은 시아파, 부의장과 부총리는 정교회, 군 참모총장은 드루즈여야 하며,


*** 마론파 : 동방 가톨릭교회의 한 일파, 주교좌는 베이루트에 있음,  드루즈 : 아랍권에 분포하는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중 하나, 무슬림들은 이단으로 취급


국회의원수는 기독교도 54명, 무슬림 45명으로 배정되나 기독교는 7개 종파, 이슬람은 4개 종파로 세분되어 의석이 할당된다.(모든 종파들이 참여하는 거국정부, 연합권력체제)


그러나 이 종파별 권력배분은 책임정치나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국가운영 시스템이다. 특히 외환이나 위기발생 시 효과적 대응이 불가했다. 서서히 비능률과 갈등이 노정되고 누적되었다.  


그래도 1943년 독립 후, 초기에는 양진영이 자제하며 국정이 운영되던 시절에는 지중해 해변의 멋진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라 불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작고 무력한 국가 레바논은 국경을 연한 터프한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이슬람국가 시리아의 존재자체가  너무나 큰 부담이었고 PLO는 그 트리거 역할을 하였다.


*** PLO : 1964년 팔레스타인 분리독립을 위해 창립한 무장단체.

먼저 문제가 된 것은 1, 2차 중동전쟁을 피해 이스라엘 거주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요르단에서 활동하던 PLO본부도 '검은 9월' 사건 이후 레비논으로 거점을 이동해 갈등의 근원이 되었는데, 레바논 정부는  그들의 남부지역 지배를 방관하였다.


그 결과 PLO는 Kiryat Shmona 학살, Moolot학살 등 이스라엘향 테러를 저지르니,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에서 군사작전의 명분을 주었고 국토가 유린되기 시작했다.     


또 기독교 마론파 교회 총격사건을 계기로 종파별로 각각 민병대를 만들고 대립하는 파벌의 민간인을 납치, 고문, 처형을 하며 시가전 등으로  전국이 황폐해져 갔고, 베이루트는 무슬림이 많은 서부와 마론파가 거주하는 동부로 나누어졌다.


이에 레바논 정부는 내전 혼란수습을 위해 시리아군 개입을 요청하였으나, 마론파는 반대하며 레바논 군단(LF)을 결성해 저항하자 이스라엘은 LF를 지원하는 등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결국 시리아군과 LF가 교전을 하고, 이스라엘이 LF를 지원하는 악순환은 반복되고 갈등 강도가 증가되었음.


또한 영국주재 이스라엘 대사 테러를 명분으로 벌어진 '갈릴리 평화작전(1982)'은 이스라엘과 시리아(+PLO) 간 전투로써 베카계곡일대에서 쌍방 군단급 부대와 대규모 공군이 동원되었다. 이스라엘이 승리하고 PLO의 레바논 철수계기가 되었다.


그 뒤로도 이스라엘군과 기독교 민병대가 팔레스타인 난민 학살사건, 평화유지 활동 중인 미군부대에 테러공격(미군사망 241명)과 미군 철수, 시리아군 재개입과 PLO대원들 복귀 등 최악의 혼돈상황이 지속되었다.


*** 2007년부터 파견된 대한민동명부대는 레바논 남부에서 평화유지 활동 중

마침내 1990년 기독교계가 국회의석 비율조정(64 : 64) 개헌에 동의하고 마론파 대통령 미셀 아운의 프랑스로 도주로 25년간의 내전이 막 내렸다. 참 허무한 결과다.


*** 최초 독립 시에는 마론파 등 기독교계 인구가 더 많았으나, 팔레스타인 난민 유입 등으로 이슬람계 인구가 더 많아졌는데 국가운영의 골간이 되는 국회의원수는 54:45로 기독교계가 많아 국정을 주도하지 못하는 것이 이슬람계의 대표적 불만이었음.   


그동안 인구 수백만 정도로 작은 이 나라에서 추정 사망자 15만, 중상자 10만, 난민 90여만 명 발생과 전국토가 파괴되고 황폐화되는 참극이 발생했다.'중동의 파리''중동의 생지옥'으로 변한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평화의 작은 문이 열렸지만 내전이 끝날 무렵 등장한 헤즈볼라라는 새로운 골치덩어리가 등장해 레바논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민병대로 출발한 헤즈볼라는 든든한 후원자 이란 덕분에 계속 성장하여 2005년에는 연정내각에 참여했고, 2019년부터는 아예 집권을 한 세력으로 이스라엘과 갈등을 일으키는 주역이 되었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지속적인 교전을 벌리던 그 헤즈볼라가 지난 9월 치명적 타격(삐삐호출기 원격폭발, 최고지도자 2명 연속사망)을 받고 결국 11월 말 휴전을 하였다. 평화의 작은 증표일까? 반격기회를 노리는 걸까?


인터넷에는 레바논 여행을 홍보하는 블로그나 배너광고가 보인다. 그곳에도 평화의 싹이 트기 시작한 걸까? 낭만의 베이루트를 가볼 수 있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