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한 주를 마치고, 드디어 학교로 강의를 들으러 가는 날이다. 캐나다 유학 첫날이다.
홈리스도 많고 마약 한 사람들도 있다는, 말 많던 다운타운에 기차를 타고 가려니,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학교에 바로 가는 LRT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보험비 사악한 곳에서 차 구매 일자는 늦추면 늦출수록 좋다.
처음에 South 지역으로 다니는지 알고, 학교 가까이 집을 정하려고 노력을 해도 마땅한 집이 나오지 않아서 학교와 조금 떨어진 상태가 괜찮은 곳에 집을 정했다. 그때만 해도 LRT가 옆에 있는지도 몰랐고, 기차를 타고 학교를 갈 생각도 하지 않았었는데, 어찌 내가 다운타운으로 갈지 알고 이곳에 정착을 했는지, 참 신기하고 다행이다.
아이들과 남편 모두 학교를 보낸 뒤, 청소 한번 살짝 하고 집을 나섰다.
학교가 9시 30분까지인데 집에서 학교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조금 넘으니 여유를 부리다가 나왔다.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에드먼턴의 가을은 이쁘다. 한국처럼 이곳도 10월에는 가을 날씨가 한창이라 행복한 날씨를 만끽하고 있다.
9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떤 사람이 보이길래, 오늘 첫 등교하는 학생이라고 내 소개를 하니, 본인도 학생이라고 한다.
머쓱하게 인사하고 강의실같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서 가장 첫 번째, 정중앙 앉았다.
책상이 마사지 베드다. 내가 다니는 학교 이름은 ACMT, Alberta college of massage therapy라는 학교다. 학교라기보다는 미용 학원같이 생긴 곳이었다.
다행히 한국 분이 한 분 같이 수업을 듣는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주에 함께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인사를 한 덕분에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나 혼자 생각이지만, 오래 알고 지낸 언니를 캐나다에서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언니가 조금 늦게 오는 것 같았는데, 그 새 내 옆에는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친구가 앉았다.
그렇게 수업을 시작하는데, 영어를 알아듣기는 하는 것 같은데,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영어의 벽을 또다시 느끼지만, 외국에서 산지 얼마 안 되는데, 이 정도면 어디냐고 나 자신을 토닥이며 수업에 집중한다. 한 번의 쉬는 시간, 한 번의 점심시간, 고도의 긴장을 하고 있는 와중에 한 번씩 한국어로 대화를 하니, 언니의 존재가 너무 감사하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게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짝꿍과 함께 Palpation 즉, 서로의 발을 만져보며 근육, 뼈를 확인해 보라고 했다. 짝꿍이 말을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책은 보면서 더듬더듬 따라가는데, 교과서를 벗어난 스피킹은 어렵다. 그렇게 수업이 끝난 후, 마사지 배드와 담요 등을 받은 후 학교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남편을 만나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니 긴장이 풀어지며 피곤이 몰려온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마사지 배드에 누워서 마사지를 해달라며 보챈다. 문제는 극도의 긴장으로 인해 내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것이다. 에너지가 없을 때의 특징은 자꾸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짜증이라는 감정이 올라온다. 남편이 일하러 가는 날이라 아이들 케어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
쭌이는 만들기를 하고 싶다며 종이컵과 핫 글루, 색종이 등을 꺼내 온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내 감정 상태를 말해 주었다.
엄마, 오늘 학교 첫날이라 긴장해서 에너지가 없는 거 같아.
자꾸 짜증이 올라오니깐, 오늘은 엄마가 신경 쓰지 않게 해줘.
아이들은 알았다고 하며, 둘이서 조용히 놀기 시작한다. 나는 다음날 음식 준비와 청소를 하면서 서로의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흘러 잘 준비를 할 시간인데, 아이들은 뿌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눈을 감아보라고 한다.
기분이 안 좋은 엄마를 위해, 사랑이 가득 담긴 편지들을 내민다. 오늘 하루 고갈된 에너지가 한방에 충전된다.
Be kind to yourself
온라인 수업 시간에도 In person 시간에도 선생님들이 강조하던 말이다.
누구나 처음은 무섭고 떨리고 막막하다. 조금 더 나에게 친절해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