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5 서지월 <11월의 밤>
유독 더 길었던 하루가 지났습니다. 큰 수술을 마친 복실이, 이제 잘 이겨낼 일만 남았습니다. 제게는 엄마를 극진히 모시는 막내동생이 있는데요, 어제도 그는 엄마의 건강검진을 포함하여,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두루 두루 의사의 진찰을 받게했지요. 병원만 오면 쓸데없는 몸이 돈을 쓰게 한다고 하시는 엄마의 말씀. 그러나 돈이 아무리 많아도 옆에서 챙겨주는 이가 없다면 무용이지요. 같은 형제라도 이런 아들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엄마에게 정성을 다합니다.
아픔을 느끼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과 건네는 말 한마디. 내 몸이 아픈이의 몸이 되진 못할지라도, 쓰다드며주는 손길따라 아픔이 한 뭉쿰씩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보여줄수 있으니,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네면 아픈 눈물이 한 방울씩 흘러가 버릴수 있으니, 그 정도의 동행에라도 나선다면 평화가 멀리 있지 않겠지요. 하여튼 타고난 건강으로 제 한몸에도 덜 신경쓰는 제가 복실이로 인해 아픔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게되었습니다.
오늘은 엄마와 남동생에게 보약이 될 수 있는 점심을 대접하고 가까운 곳에 은행이나 단풍나무가 있는 곳에 가서 차 한잔 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친정의 대소사를 제 형들보다 앞장서서 해결하는 우리 막내를 위해서 가을 낙엽한번 맞아보라 말하려 합니다. 분명 ’우리 누나가 철이 없어’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참 좋아하겠지요. 저도 속으로 매번 생각하지요. ‘내 자식들이 그대 같은 효심을 닮기를...’이라고요.
어제 제 베프가 말하더군요. ‘네가 연락이 안되는데, 다른 누군가에게 연락을 할 사람이 없더라. 지금부터 네 신랑 번호라도 저장해 두어야겠다’ 라고요. 그래서 서로 남편의 번호를 저장해두었습니다. 맞는 말, 고마운 말이었습니다. 매일 만나는 누군가가 어느 날 연락이 안된다면... 그이의 곁에 있을 또 한 사람의 연락처라도 받아두어야겠어요... 오늘도 기온이 뚝 떨어지네요. 부디 건강한 시간이 가득하길 두손모아요.^^ 서지월의 <11월의 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1월의 밤 - 서지월
어스름 문밖에는 살얼음의 겨울
오려 하는데
빈 지갑이지만 따뜻한
방에 누워서 시를 생각하는 마음
복되지 않은가,
수입원 없어도 밥 아니 굶고
전화 걸어와 커피 마시자는 사람 있으니
그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
무작정 깊어 가는 11월의 밤
누워보면 방안이 썰렁하긴 하지만
누구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내 마음의 자유
그 또한 더더욱 편하지 않은가,
저마다 울던 밤벌레소리 피난 간지 오래
지금은, 떨어지는 나뭇잎
길 떠나고 있는 중이지만
다 떠나도 못 떠나는 이 마음
서러웁긴 하지만
이 지상 지키는 마음 그래도 푸근하고
언젠가 올 사람은 오리라는 정한 이치 믿으며
밤깊어 오오랜 날 심어놓은 별빛꽃밭
하늘에서 내려와
내 잠들면 비단이불 덮어주겠지
<사진제공, 박세원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