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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나이

직장인들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많다. 신입사원처럼 직장경험이 적으면 학력이 중요하지만 직장경험이 많아질수록 학력보다 경력의 영향력이 커진다. 그런데 학력이나 경력 못지않게 직장인들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있다. 바로 젊게 보이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다 늙는 게 자연의 원리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런 원리가 무색할 정도로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얼굴이 동안이거나 옷차림이 화려하기 때문이 아니다. 생각이 젊어서 말이나 행동 옷차림까지 젊은 것이다. 그런데 젊어 보인다는 것은 단지 기분의 문제를 넘어 커리어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젊어 보이는 것의 영향력은 커진다.


몇 년 전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마케팅 담당 임원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적임자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있을 때 한 컨설팅회사의 대표가 “괜찮은 사람이 있으니 검토해 보라”고 연락을 해 왔다. 그가 보낸 신상정보와 이력을 보니 기대했던 대로 학력이나 경력은 훌륭했다. 문제는 나이였다. 기업이 원하는 것보다 서너 살이나 많아 아쉽지만 기대를 접어야 했다. 

그런데 추천해준 대표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전화했을 때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예상과 달리 젊고 쾌활했다. 약속장소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훨씬 더 젊어보였고 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생각도 결코 시대에 뒤지지 않았다. 나이를 잊게 만들 만큼 젊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끌려 나는 그를 기업에 추천했다. 물론 경영진들을 면접장에 나오게 만들기까지는 적지 않은 수고를 해야 했지만 예상대로 그는 인터뷰에서 경영진의 마음을 사는데 성공했다.

나는 사람을 평가할 때 ‘신체적 나이’만큼이나 ‘생각의 나이’를 중시한다. 생각의 나이가 조직에서 구성원과 관계는 물론 업무성과를 크게 바꿔놓기 때문이다. 후보자와 인터뷰하면서 채용이나 승진을 위한 인터뷰 때 후보자의 가치관이 시대에 뒤져 있지는 않은지, 국내외 주요 뉴스를 챙겨보고 있는지, 사람들의 최근 관심사를 알고 있는지, 옷차림 말투 행동이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 생각의 나이를 파악한다. 

기업들도 채용과 승진, 보직 결정을 위한 평가에서 젊어 보이는 사람에게 상당한 가점을 준다. 직장인들의 경쟁력 평가에서 학력이나 경력 못지않게 생각의 나이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커리어 관리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자기계발에만 신경을 쓸 게 아니라 생각의 나이를 젊게 유지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옛말처럼 두 사람이 같은 조건을 갖고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어 보이는 쪽을 선택한다. 

생각의 나이가 이렇게 중요한데도 생각의 나이를 젊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부분 자신의 신체 나이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젊어지려는 노력이 피곤하고 힘들 뿐 아니라, 신경을 쓴다고 해서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도 않기 때문이다. 외모를 예쁘게 꾸미고 멋있게 단장하는 것을 넘어 말과 행동을 포함한 삶 자체가 젊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2008년 마흔 한 살의 나이에 올림픽에 수영선수로 출전해 세 개의 은메달을 딴 데이롸 토러스도 그랬다. 그는 최고령의 나이로 각종 대회에 출전해 수많은 기록을 경신했지만 자신보다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는데 대한 부담이 컸다. 젊은 선수들보다 몇 배나 더 노력해야 하고, 죽기살기로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강박증에 시달렸다. 그런 그가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몸이 몇 차례의 임신과 출산을 겪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였다. 그 때부터 그는 자신의 나이와 몸 상태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연습방법과 실전기법을 찾아내려 노력했고 늘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누구나 신체적 나이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넘어설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신체적 나이보다 훨씬 젊게 살 수 있다. ‘신체적 나이’는 ‘생각의 나이’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직장에서도 나이가 아니라 직장생활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중요하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이 많고 지혜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경험과 지혜로 나이의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 직장생활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렇게 경험과 지혜를 토대로 젊은 사람들과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셰릴 스트레이드는 ‘와일드’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나이 드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자신의 힘은 젊음이 주는 것, 즉 아름다움에 근거한다는 그릇된 믿음 때문이다. 그것은 거짓이다. 우리의 힘은 결코 얼마나 아름다운가에 있지 않다. 우리의 힘은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가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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