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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희 Aug 13. 2021

이어 바라보기

 이층 카페에서 밖을 내려다본다.  어두워진 거리는 비로 촉촉이 젖어있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의 헤트 라이트가 도로의 고인 물에 반사되어 내 마음에도 물기를 더한다. 겨울비치곤 상당하다.  퇴근하는 차들이 라이트를 비추어 차량의 불빛이 긴 꼬리를 날리며 물고 달린다.  종착점은 다르지만, 지금은 하나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맨 앞의 1번 남자는 흰 와이셔츠에 소매를  걷고 앉아있다.  30대의 이 남자는 흰 피부와 단정한  외모가 학자 타입이다.  얼굴은 식물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넓은 등과  잔근육으로 강인해 보인다.  핑크 원피스의 2번  여자는 몇 걸음 뒤에서 1번 남자 쪽을 멀찍이 바라보고 있다. 시선은 무심해 보이나 마음은 심란하다. 상대의 눈길을 온 마음 다해 아프게 쫓고 있다.  3번 남자는 청색 진 남방을 입고 있다. 2번 여자를 바라본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지만  작은 키에  맑은 눈이  겁 많고 여리게 보여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느낀다. 가끔 그녀의 결단에 놀라기도 한다. 단발머리에  흰 블라우스와 검은 바지 차림의 4번 여자는 3번 남자를 바라본다. 3번 남자는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반듯한 남자다운 외모로 20대의 싱싱함과 힘찬 생동감이 느껴진다. 오늘은 왠지 불안해 보이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잔뜩 흐려져 있다.

 그들은 스텝 별로 이어 바라보고 있다. 도식으로 보자면 스텝이지만  지금은 한 공간에 상대의 등을 보며 얼만큼씩 불규칙한 간격으로 앉아 있다.

 1번 남자는 여자의 무리에 싸여있고 옆 사람의 말에 웃으며  답을 하지만 모든 것을 흡수하려는 듯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2번 여자는  그 모습을 감시하듯 바라보며 폭풍이 인다.  몇 마디 대화란 걸 뻔히 알지만,  자신의 시선과 상관없이 성향대로 행동하고 있는 남자. 그로 인해 상처 입은 마음은 터질 듯한 풍선이 되어 여자의 머리를 강타한다. 강한 눈총을 보내지만 알지 못한다. 늘 이 모양이다.  주변과의 관계에서 옆사람의 대화를 받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하나  그것조차 싫다는 2번 여자를 배려하기보다  피곤해하는 1번 남자에게 여자는 서운해진다. 갖고 싶은 것을 늘 가지고 살았던 여자가 뜻대로 되지 않는 한 상대를 만나 바라보고 있다.  3번 남자는 2번 여자의 상기되어 울 것 같은 표정에 앞으로 달려가려다 흠칫 멈춘다. 대강 상황을 알고 마음에 그늘이 진다.  오늘은 마음을 전하리라 다짐한다.

 4번 여자는 전체를 관망하며 서로 간의 관계를 이해한다. 쿨한 마음으로 깊게 끌려가지 않은 자신의 감정을 선선히 잘라내고 일어선다.

 동물의 왕국에서 포식자와 먹이 사이에 쫓고 쫓기는 장면이 있다. 먹잇감은 먹히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망을 한다.  애정의 먹이 사슬은 식물성의 포식 관계인가 보다.  식물이 땅에 뿌리를 내리듯이 애정이 깊게 자리 잡으면 도망가기보다는 오히려 상대가 자신을 바라봐주길 애타게 기다린다.  먹이사슬 정점에는  가장 진화된 인간이  우뚝 서서  모든 생물 개체를 희롱하고 있다.  애정 사슬에는  애정이 덜하거나  이성이 우위인 나쁜  여자 또는 남자가  최정점에 버티고 있다.

 그럼 이제 다 같이 등을 돌려 반대로 바라보자. 그러면 최하위의 개체가 새로운 정점으로 우뚝 솟을까? 아니면,  그 사이에 불꽃이 튀어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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