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는 목이 마르다
평소처럼 글 한 편을 다 쓰고 브런치에 들어갔다가 문득 글 발행 수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800개가 넘어 있었다. 그 숫자를 보고 무심코 브런치를 시작한 지 3년이 다 되어 간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았단 사실에 새삼 놀랐다. 브런치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게 2023년 3월쯤이니까. 매일 빠짐없이 하루 한 편을 써도 꼬박 2년을 채워도 800개 되지 않을 텐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하루에 한 편 이상을 쓴 셈인 건가. 난 대체 얼마나 글쓰기에 미쳐 살았던가.
브런치를 시작한 뒤 많은 일이 일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출근해서도, 퇴근 후에도 글을 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일상 속에서 틈날 때마다 글감을 모으는 것. 브런치를 통해 출간 제안을 받아본 것.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내 출간 계약을 따낸 것. 내 이름이 적힌 책이 교보문고와 삼일문고(경북 구미 유명서점)에 꽂힌 것. 사람들과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하고, 글쓰기를 주제로 강의를 한 것. 브런치 구독자 수 1,000명,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긴 것.
글만 썼을 뿐인데 2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일들을 겪을 줄이야.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목이 마르다. 글쓰기는 전혀 해본 적 없던 내가 책 한 권 출간한 건 기적 같은 일이지만, 그 정도로는 인생의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필력이 좋아지는 속도보다 글 보는 눈썰미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서일까. 아무리 써도 부족함을 느낀다. 자기검열이 심해지고, 가라앉은 줄 알았던 완벽주의 성향도 다시 스멀스멀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듯하다. 글은 쓰면 쓸수록 더 어려워지는데, 욕심은 날이 갈수록 곱절로 불어난다. 문제다, 문제.
그럼에도 새벽에 일어나 우연히 글을 쓰기 시작하고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는 동안, 내 삶에는 전에 없던 행복이 스며들었다. 단 3일 만에 죽는다고 선고를 받아도,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난 지금처럼 살다가 고이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청명한 하늘과 황금빛 노을을 함께 바라보고, 그 외의 시간에는 글을 쓰는 일상. 적어도 내게는 더없이 완벽한 인생이다.
물론 글쓰기를 할 때 마음이 늘 편한 건 아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한없이 고되고, 쓸쓸하고, 고독하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행복은 뭔가를 더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무언가를 덜어내며 평온에 가까워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평온을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게 아닐까.
글을 쓰지 않을 땐 마음에 찌꺼기가 쌓인다. 이를테면 숏폼을 보거나,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거나, 심지어 독서를 할 때도 그렇다. 불순물이 내면을 침범하는 건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면에 글쓰기는 고통이라는 맑은 물을 내 안에 채워 넣어, 그 밑바닥에 쌓인 찌꺼기를 걸러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인지 글을 다 쓰고 나면, 운동을 마친 것처럼 개운하고 상쾌하다.
올해는 얼마나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많이 쓰는 게 반드시 답은 아닐지 몰라도, 지금의 난 많이 쓰는 게 유일한 답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CONN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