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에 미안할 정도로 무탈했던 내 세상
작년 이맘때쯤 '2023년, 브런치로 아로새기다'라는 제목의 글을 브런치에 발행했다. 그로부터 벌써 1년이 또다시 흘렀다. 한 해가 쏜살같이 지난 것 같지만, 곱씹어보면 꽤 많은 일들이 일었다.
봄
출간계약
대략 150군데 정도의 출판사에 투고메일을 보낸 결과,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의 원고로 출판 계약을 맺게 되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쓴 지 1년 만이었다. 경험이 없어서 자비출판, 반기획출판, 기획출판을 빙자한 자비출판을 제안하는 곳과 덜컥 계약할 뻔도 했지만, 운 좋게 그들의 술수(?)를 요리조리 피해 갈 수 있었다. 세상엔 생각보다 다양하고 좋은 출판사도 많지만, 출간에 목마른 사람들의 갈망을 이용하는 기상천외한 출판사도 많았다.
여름
아빠가 되다
2024년 7월 10일에 아빠가 되었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감격에 젖어 울기도 하던데 난 눈물은커녕 무덤덤하기만 했다. '얘가 내 아이가 맞나', '누굴 닮았을까' 정도의 생각이 들 뿐이었다. 혹여나 아내의 상태가 나빠질까 봐 신경이 쓰여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아이에 대한 사랑은 느닷없이 발현되는 게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그리고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커져갔다. 요즘은 우리 아이의 살인미소 보는 맛으로 살고 있다.
책 출간
봄에 계약한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의 원고가 제목 그대로 출간되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세상에 나오면 무척이나 기쁠 줄 알았지만, 우리 현이를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덤덤했다. 물론 좋긴 했는데 막 신날 정도로 들뜨진 않았다. 내 기쁨회로는 어딘가 고장이라도 난 건가. 오히려 서둘러 다음 책을 내고 싶은 열망이 끓어올라, 해야 될 홍보는 하지 않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새로운 글을 쓰기 바빴다.
가을
북토크
내 책을 중심으로 구미 독서모임 '그로스맨'에서 북토크를, 창원 북카페 '안온'에서 독서모임을 가졌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에게 결혼, 이혼, 비혼주의, 그리고 행복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전할 수 있었고, 그들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내 책은 결혼을 고민 중이거나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읽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비혼주의임에도, 결혼했지만 결혼을 추천하지 않는 분들도 내 책을 읽고 다양한 의견을 들려주셨다. 결혼과 관련된 나의 견해와 반대 입장인 분들을 만나면 어떻게 대응할까 내심 두렵기도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내가 우려한 '대립'은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었다.
겨울
신춘문예
겨울바람이 가을 단풍잎을 쓸어갈 때쯤 우연히 신춘문예 공고를 발견했다. 그동안 많은 글을 써왔지만 신춘문예에 도전해 보겠단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때 공고를 보자마자 난 원래부터 계획했던 일인 양 소설과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 한 달 남짓 꼬박 글을 썼고 다섯 군데의 신문사에 원고를 제출했다. 당연히 이메일로 제출할 줄 알았는데 A4 용지로 출력해서 등기로 보내야 했다. 다이소에 서 클립과 봉투를 산 다음, 출력한 원고를 넣고 밀봉하여 우체국으로 보내는 과정은 은근 재미가 쏠쏠했다. 다만 200자 원고지 분량에 맞춰 쓰는 게 힘들었다. 원고는 원고대로 분량은 분량대로 신경 써가며 글을 쓰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짧은 기간 동안 얻은 게 많았다. 여전히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그 찝찝한 기분을 무릅쓰고 기어코 몇 편의 글을 완성한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었다.
2024년.
시끄러웠던 바깥세상에 비해,
내 세상은 더없이 무탈했다.
'출간'
'아내'
'현이'
'글쓰기'
이 네 가지 키워드만으로 올 한 해를 가득 채웠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올해만 같았으면 좋겠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 날 빼닮은 아들, 그리고 글쓰기. 이 이상 뭘 더 바랄까. 가족 곁에서 글만 쓰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어떤 시련이든 기꺼이.
p.s
2024년 동안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본 글을 빌어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좀 더 친절하고, 배려 깊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 달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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