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글쓰기의 나날들
여느 때처럼 정신없이 글 쓰고 있던 와중에 간만에 새로운 제안 메일 알람이 떴다. 가장 먼저 눈으로 훑어본 건 '출간/기고'라는 제안 목적인지부터였다. 하지만 '기타'였다. 무슨 제안인고 하니 인터뷰 제안이었다. 브런치 활동과 출간 경험 관련한 얘기를 나누고 싶단 내용이 메일에 적혀 있었다. 재밌을 것 같았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하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이왕이면 만나서 대면 미팅을 하고 싶었다만 서울 사람이 아니었던 관계로 줌미팅을 통해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한때 유튜브 영상을 제작할 때 쓰던 마이크와 블루투스 이어폰을 미리 세팅했다. 그리고 약속 시간이 될 때까지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었다. 문득 인터뷰 도중 목이 마를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집 앞 벤티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 왔다. 아슬할 뻔했는데 다행히 시간에 딱 맞게 집에 도착해서 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화상 미팅은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미세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 시간 정도로 예정되어 있던 인터뷰였는데 하다 보니 1시간 40분 정도로 길어졌다. 평소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애정을 쏟아붓는 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오밤중에(인터뷰는 밤 9시부터 시작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온 건 잘한 일이었다. 아니었으면 목이 진작에 말랐을 터였다. 인터뷰 내내 횡설수설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어서 걱정이 좀 됐었는데, 걱정한 것치곤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한시름 놓았다.
인터뷰를 하면서 '역시 난 브런치와 글쓰기를 많이 사랑하는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질린 나머지 브런치로 우연히 넘어왔다가 글쓰기에 푹 빠지게 된 것. 이상한 출판사로부터 들어온 출간 제안을 거절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자극을 받아 되려 더 많은 글을 쓰게 된 것. 브런치북으로 쓴 원고로 180군데 넘는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 결과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한 것. 등을 떠올리다 보니 브런치를 만든 분들에게 감사했고, 글쓰기를 시작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가 없었다면 난 글을 계속 쓰지도, 작가의 삶을 꿈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른 플랫폼에서 글을 계속 썼더라면 도중에 글쓰기를 내려놨을지도 모를 일이다. 브런치는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몸소 느낀 바 브런치가 좋은 점은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글도 쓰고 이웃관리도 해야 하고 광고 차단도 해야 하는 등 블로그 운영은 신경 쓸 게 많았다. 반면 브런치는 글 하나만 쓰면 됐었다. 글을 쓰기만 하면 조회 수나 구독자 수 등 모든 수치들이 꾸준히 올라갔다.
단언컨대 내가 글쓰기 습관을 큰 힘 들이지 않고 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브런치라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논 덕분이었다. 글쓰기 습관을 들이고자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할 필요도, 글쓰기책을 읽을 필요도 없었다. 브런치를 하다 보니 어느새 글쓰기 습관이 들었고, 브런치를 하다 보니 어느새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지경에 이르렀다.
다음 주면 나의 첫 책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의 독서모임(북토크)이 창원 북카페 '안온'에서 열린다. 그리고 11월 11일에 예전에 썼던 '악당에게 빌런이라는 타이틀은 면죄부나 다름없다'라는 글이 Daum 첫 화면과 브런치 공식 SNS 채널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아직 전업작가의 삶을 누리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극복해야 될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이라도 나아가고 있단 느낌에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세상을 탓하지 않고 지금처럼 매일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를. 쓸데없는 것들에 휘말려 궤로부터 이탈하는 일 없이 온전히 글쓰기에만 집중하여 다다르고자 하는 곳에 닿게 되기를.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회사가 아니라 글쓰기에 할애하는 일상에 하루빨리 봉착하기를. 그럼으로써 지금 이 순간에도 누리고 있는 이 행복감을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잘 전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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