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보의 브런치 2023년 글쓰기 결산
안녕하세요, 브런치작가 달보입니다.
한 해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지난 날들을 돌아보는 글을 한 번 써볼까 합니다.
2023년은 그야말로 글로써 가득 메웠던 한 해였습니다. 글쓰기가 일상에 제대로 자리잡히는 시간이자, 글쓰기가 삶에 제대로 녹아드는 나날들이었습니다.
달리 말해 브런치로 시작해서, 브런치로 매듭짓는 2023년이었습니다. 브런치 작가승인을 받은 건 작년 2022년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시작한 건 2023년 3월쯤부터였습니다.
저는 '브런치에 글 한 번 써 보자'라며 브런치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글쓰기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시작했지만, 그곳의 분위기가 저와 맞지 않았기 때문에 등 떠밀리다시피 브런치로 넘어오게 된 케이스였습니다.
그런데 브런치로 어영부영 넘어온 것치곤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미친듯이 글만 써왔습니다. 얼떨결에 제자리를 찾은 격입니다.
한 눈에 보는 2023년 달보의 브런치
(2023년 3월~2023년 12월)
구독자 914명
발행글 556편
누적조회수 75만
브런치북 9편 발행
브런치북 랭킹 4위 기록
브런치메인노출 다수(최소 20회 이상)
글 2개 동시 메인노출 2회
조회수 1,000회 이상 글 56편
11회 브런치북 공모전 응모
출간제안 2회
기고제안 2회
브런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
제가 2023년 동안 브런치에서 쌓아온 흔적들이 누군가에겐 못 미더울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달성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구독자니 조회수니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특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선 더더욱 말입니다. 하지만 브런치에 누적되는 수치들이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데 있어서 좋은 자극이 되는 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변화의 폭은 기대와 다를지언정 어쨌든 한 걸음씩이라도 나아가고 있다는 확실한 지표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글쓰기에 재미들린 저이지만, 조금씩 올라가는 구독자수나 조회수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브런치에서 글을 열심히 쓸 수 있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브런치에 공개적으로 글을 발행하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제 글을 읽힘으로써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고픈 욕구를 충족하고자 함입니다.
출판사의 출간제안을 받아 한 책의 저자가 되는 것처럼 삶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만한 커다란 성과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약소하게나마 올라가는 다양한 수치들이 적지 않은 힘이 되어줍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조회수나 구독자수 같은 것들을 최대한 마음에 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런 곳에 마음 붙일수록 실제 글쓰기를 하는 데는 방해되는 요소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브런치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은 '오늘도 한 편의 글을 발행했다'입니다. 그 앞에서 조회수나 구독자수 따위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독서의 중요성
저는 글쓰기 강의를 한 번도 듣지 않았습니다. 글쓰기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적도, 글쓰기를 해 본 경험도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매일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은 그간의 독서경험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10년에 가까운 독서경력이 부끄러웠습니다.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치곤 기억하는 문장도, 좋아하는 작가도 딱히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끔 책에서 읽었던 인상 깊은 구절을 유유히 인용하시는 분들을 보면 신기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를 하면서부터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내가 글을 쓰려고 그렇게 많은 책들을 읽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머리로는 책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간 독서를 통해 겪게 된 변화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글쓰기였지만, 그 궤에 제대로 올라타면서부터는 쓸 게 없어서 고민이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저는 독서를 통해 마음에 쌓인 것들을 풀어낼 만한 시간이 부족해서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결혼한 유부남에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시간부족에 대한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새벽기상었습니다. 새벽기상을 통해 글쓰기를 발견했지만, 글쓰기 덕분에 오히려 더 새벽기상을 열심히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선순환을 2023년 내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제게 새벽기상이란 자기계발이라든지,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그런 단순한 활동이 아닙니다. 배고프면 밥 먹고, 동이 트면 하루를 시작하듯 아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부여한 시간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직접 내 시간을 창출하여 그 재화를 적절히 활용하는 데서 오는 쾌감은 평범한 하루를 살맛나게 만들어 줍니다.
읽고 쓰는 것의 가치
아무리 의지가 뚜렷해도 '쓸거리'가 없으면 매일 글을 쓰는 게 불가능합니다. 시간을 따로 내서 책상에 앉는다고 해도, 일상을 자세히 관찰하려 노력해도 없던 글을 쥐어 짜내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글감이 넘쳐도 쉽지 않은 게 글쓰기입니다. 하물며 글을 쓰기도 전에 쓸거리부터 없어서 헤맨다면, 글쓰기는 그 자체로 고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글쓰기든 뭐든 간에 힘이 들면 지속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꾸준함의 부재는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글을 써 보니 글쓰기는 새로운 것을 써내는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글쓰기는 마음 안에 있는 것을 정제하고 다듬으며 세상 밖으로 조금씩 꺼내는 활동이었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일수록, 써지지 않아 고민인 사람일수록 우선 쓸거리를 집어넣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인풋에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독서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꼭 책 읽는 것만이 방법은 아닙니다. 본인에게 맞는 수단을 활용하는 게 베스트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이미 무언가를 지니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 건 자기 자신에게로 깊게 들어가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아무나 할 순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읽고 쓰는 것의 진정한 가치는 '창조'가 아니라 '재해석'과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글을 쓰게 되면 눈치채기 어렵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결국엔 '나'를 써내고 있단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 진실에 가닿게 되는 시점부터 글쓰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취미활동이 될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만큼 흥미로운 것도 없습니다. 글쓰기는 본인이라는 존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최고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도 좋지만, 글쓰기에 비하면 독서는 아무래도 효과가 미미합니다. 독서는 남의 글을 읽는 수동적인 행위이지만, 글쓰기는 내 것을 이끌어내는 능동적인 행위라서 그렇습니다.
책은 저로 하여금 세상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끔 만들어주었다면, 글쓰기는 제 눈에 비치는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해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찾고자 했던 건,
내가 보고자 했던 건,
내가 얻고자 했던 건,
내가 닿고자 했던 건,
결국 나였구나.
라는 것을 말입니다.
환경설정 : 브런치
글쓰기에 있어서 플랫폼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꾸준히 쓰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플랫폼은 곧 환경이었습니다. 브런치에서 제공하는 글쓰기 에디터 툴, 브런치가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데서 우러나오는 영향은 상당했습니다. '분위기'는 꾸준한 글쓰기를 좌지우지할 만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블로그를 떠나 브런치로 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글들의 존재여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브런치는 그만큼 제게 남다른 공간입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공간임에도 그 어떤 곳보다도 '내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곳이 바로 브런치입니다.
브런치를 만들어 준 관계자 분들과 제 브런치를 구독하고 제가 쓴 글들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께 2023년을 마무리하는 글을 빌어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과의 상호작용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습니다.
다가오는 2024년은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드리는 참된 글쓴이가 될 수 있도록 지치지 않는 선에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