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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 Oct 25. 2023

나이를 먹었다.

'어른'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왜 자기가 세상을 다 아는 '어른'들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10 단위로 나이가 들 때마다 우리는 마치 다 큰 '어른'이 된 것처럼 굴 때가 많다. 


어른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가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함부로 굴어? 너 몇 살이야? 새파랗게 어린것이 어디서 감히!"

..........

특히 이 '장유유서'의 정신이 투철한 나라, 한국사회가 특히 더 그렇다.

히딩크가 2002년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감독을 맡게 되어 시범경기를 치르는데 선수들이 골문 앞으로만 가면 두리번거리면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을 찾아 크로스를 하더라는 것이다. 찬스상황임에도 동년배나 후배에게 골을 주는 경우는 없고 오로지 선배만 찾아 공을 주려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면서 히딩크는 단번에 간파했다. 한국사회에서 나이에 의한 서열이란? 버려야 할 구습이고 병폐라고.


나이가 먹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는 비어있는 것을 서서히 채워간다는 의미다. 또 살아온 시간만큼 많은 경험을 쌓아 간다는 이야기다. 이 채워진 경험들은 자신이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세상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하는 이유이지 단지 생물학적인 나이로 남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며 삶에 있어서 나의 숙련도나 성숙도를 따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회적으로 '어른'으로 간주되는 연령에 이르면,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부여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이 올바르다고 믿는 경향들이 생겨난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세계관과 믿음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기 어렵다. 자신의 의견과 관점이 옳다고 믿는 경향, 즉 사회적 자아가 형성되어, 본인의 경험이나 받아들인 정보로 인해 새로운 정보나 관점을 수용하기 쉽지 않게 된다. 이러다 보면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거나 더 배워야 한다는 의식을 잃는 경우가 많아서 나이와 상관없이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미성숙한 인간들이라는 생각을 놓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간다운 인간이나 사회에서 존중받는 '어른'이 되게 하는 이유일까? 


중요한 것은 숫자로 나타낸 '나이'보다는 개개인의 마음가짐과 준비된 상태다. 어떤 사람들은 기성세대가 본받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나이와 아무 상관없이 청소년기 때부터 깊은 성찰력과 성숙함을 보여준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통찰을 얻고 경험과 지혜를 쌓아가는 것이야말로 나이 먹기의 순기능이다. 삶의 경험들을 통해 과거의 실수와 성공을 돌아보며, 자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를 고민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행동들을 하게 되니까 어려운 상황이 와도 침착하게 대처하하며 자기도 모르게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는 고차원적인 능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나는 종종 신체적으로는 마치 '어른'이 되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항상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미성숙한 인간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반성하다 보면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이제껏 쌓아왔던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신념들이 사회적인 연대감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존중과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속도나 방식으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나름대로 가진 독특한 경로와 속도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겪는 실패와 실수 역시 귀중한 학습 경험이 되도록 과거의 경험에서 깨닫고,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거나 열려 있는 마음으로 같은 눈높이에서 배우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감정, 생각, 행동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나의 경험이 왜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이해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나를 들여다보고 성찰하며 사회적인 '어른'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이 '나이를 먹었다'란 의미라면 배부르게 더 많이 먹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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