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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란 Jan 25. 2024

[11월] 4. 난 그대 우는 모습도 좋거든요

#영주독립서점 #책방하리 #편지하리 #펜팔

안녕하세요. 오늘 편지는 책방하리의 책방요정 또미 님의 편지에 영감을 받아 씁니다. 또미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책방하리 조직표가 필요하겠네요. 얼른 손으로 그려 보겠습니다.



책방하리의 대표는 하리(몰티즈 믹스, 5살 반 추정)입니다. 모든 것의 시작이며 일부 코너의 큐레이션을 담당합니다. 부사장은 쿠키(믹스, 3살 반)입니다. 하는 일은 엄마를 믿고 사랑하는 일입니다. 책방지기 정란(인간 믹스, 30대)은 책방하리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합니다. 책을 입고하고 진열, 큐레이션합니다. 청소, 인테리어, 관리 및 운영, 편지 쓰기, 홍보, … 할 일이 참 많네요(웃으며 눈물을 닦는다).


책방하리에는 비공식 직원이 네 명 있습니다. 책방요정 또미는 서울에 살고 있으며, 실제로 책방하리의 임원들과 대면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벌써 ‘선물, 하리(가오픈 서비스)’를 통해 책방하리의 책을 다섯 권이나 받아 보았으며, 책방하리의 밝은 미래를 위해 스탠드를 선물했습니다. 다정한 답장으로 책방지기를 위로하고 북돋워주는, 말 그대로 요정의 업무를 봅니다. 졔는 책방지기와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입니다. 책방하리에 들어서면 ‘짤랑’ 짧은 종소리를 듣게 되실 텐데요, 그것은 문지기이자 손님맞이를 담당하는 졔의 인사입니다. 졔가 오픈 선물로 필요한 것을 물었을 때, 저는 짧은 고민 끝에 도어벨을 요청했습니다. 책방하리에 들어오는 모든 손님을, 졔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반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녁은 최근에 직원으로 합류했습니다. 부사장 쿠키의 종을 고려하면, 저녁은 유일한 (인간)남자 직원입니다. 저녁은 고요한 책방에서 저와 가장 긴 대화를 나눈 사람이기도 한데요, 그 시간 동안 그는 책방하리에 필요한 물건을 기가 막히게 찾아냅니다. 그는 자신을 닮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존재감을 드러낼 것입니다. 블루투스 스피커의 이름은 ‘보컬’입니다. 목소리가 좋은 점이 저녁과 닮았습니다. 숙은 어제 직원이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숙은 아직 본인이 직원으로 채용된 사실을 모릅니다. 이 메일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본인의 이야기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입니다. 숙은 어제 갑자기 책방에 와, 화분 두 개를 선물로 주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숙이 가져온 두 식물은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종입니다. 오며 가며 책방하리를 눈여겨 본 이의 사려 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채용.


네 사람 외에도 책방하리를 후원하고 함께 가꾸어 준 이들이 많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천천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오늘은 책방요정 또미에게서 장문의 편지가 왔습니다. 저는 제 편지에 대한 또미의 마음을 읽고 ‘편지 쓰는 책방지기가 되길 참 잘했다’ 생각했는데요, 그런 또미는 너무 우울한 새벽에 울다 잠들었다는 얘길 전해 왔습니다. 메모지를 사러 가는 산책길에서, 새벽에 울다 잠든 또미를 생각했습니다. 울다 잠든 란이를 생각했습니다. 울다 잠드는 강아지들을 생각했습니다. 우는 비인간동물, 우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우는 사람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드나요?


저는 우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우는 사람을 보면 어쩔 줄 몰라 하지만, 마음만은 벌써 그의 어깨에 내 얼굴을 올리고 그의 등을 쓰다듬고 있습니다. 울다 잠드는 이를 떠올리면 마음 한 편이 아려 옵니다. 그는 어떤 연유로 그렇게까지 울었던 걸까요. 무엇이 그리 속상하고 서럽고 슬펐던 걸까요. 우는 이는 여린 마음의 소유자이겠으나, 한편 용감하고 씩씩한 내면을 갖고 있을 겁니다. 운다는 건 솔직한 것이고, 솔직한 데는 늘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돌이켜 보면, 주저앉아 울 수 있는 용기로 매번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또미의 마음은 얼마큼 일어났을까요? 다음 번 또미에게 보내는 책 꾸러미에는, 울 때 읽기 좋은 책들을 넣어야겠습니다.


오늘은 당신에게, 책 대신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보내드릴게요. 치즈(CHEESE)의 ‘퇴근시간’입니다. 설거지할 때 가끔 듣다가, 가을 생일 소풍을 마치고 저녁과 함께 들었던 노래입니다. 간주가 흐를 때 저녁에게,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했습니다. “가사가 너무 공감되는 거야. 내가 사람들한테 정말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밝다’거든. 내가 너무 밝아서 좋대. 밝겠지. 잘 웃고 인사도 잘하고, 오빠 말대로 해맑은 구석도 있잖아. 밝고 맑지 않을 이유가 없을 때 나는 대체로 그래. 그런데 항상 그럴 수는 없거든. 어떤 날은 너무 힘들고 슬프고 지치고, 안 좋은 일들도 생기잖아. 그럴 때 나는 우울하고 슬퍼서 울기도 하고, 어떤 때는 며칠 내내 그 기운이 가시지 않을 때도 있어. 어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면 당황해. 마치 ‘내가 기대한 네 모습은 이런 게 아닌데 네가 이러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밝은 네가 좋은 거였는데…’ 이런 표정을 지어. 그리고 몇은 떠나가기도 하지.”


여기까지 말을 마쳤을 때는 ‘나쁜 생각도 잘하고 속으로 욕도 가끔 해요’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저녁은 “너 속으로 욕도 가끔 해?” 물었고, 저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저녁은 욕이 하고 싶을 땐 자기한테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들어주겠다고요. ‘웃는 내 모습이 좋다면 슬픈 나도 좋아해 줘요. 난 그대 우는 모습도 좋거든요’가 흐를 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 울고 화내는 것도 볼 수 있어서 좋아” 저는 그날 보름달 아래서, 엉덩이가 따뜻한 저녁의 차 안 조수석에서, 말 그대로 엉엉 울었습니다. 저녁은 수다쟁이답게 뭐라고 말을 늘어놓더니 제가 대답이 없자, 코로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짧은 박자로 등을 두드렸습니다. 그리하여 헤어질 때 저는 다시 맑은 얼굴일 수 있었습니다. 제아무리 장마여도 365일 동안 지속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그건 지구에 가망이 없는 것이니, 함께 슬픈 이들과 껴안고 마지막을 기다리면 될 일입니다.


책방하리에는 우는 사람이 많이 오면 좋겠습니다. 이건 웃는 사람이 많이 오면 좋겠다는 말만큼이나 이상한 말이네요. 울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태어나 한 번도 울지 않은 분이 있다면, 절대로 와 주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런 사람은 어쩐지 믿을 수가 없거든요. 믿어지지도 않고요. 저는 당신이 우는 모습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니 가슴 안에 울음이 맺혀있을 때, 주저 없이 책방 문을 열고 들어와 주세요. 졔가 ‘짤랑’ 종소리로 당신을 맞이할 것입니다. 저녁의 목소리가 담긴 스피커에서 다정한 음악이 흘러나올 것입니다. 또미의 스탠드 조명이 당신을 따뜻하게 안아줄 겁니다. 저는 말없이 숙의 고사리 화분을 당신 옆에 놓아드릴게요. 울면서 읽기 좋은 책을 준비해 두겠습니다.


울어도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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